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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과 피지컬 AI의 만남을 뜻하는 그림 현대차그룹과 피지컬 AI의 만남을 뜻하는 그림

AI가 ‘몸’을 갖는다. 피지컬 AI 시대와의 조우

지난 몇 년간 AI는 텍스트와 이미지를 만들고 영상을 생성하며 인간의 지적 작업을 광범위하게 도와줄 만큼 빠르게 발전해 왔다. 그리고 지금, AI의 무대는 디지털 공간을 넘어 현실에서 보고 판단하고 움직이는 ‘피지컬 AI(Physical AI)’로 확장되고 있다. HMG 저널은 2026년을 맞아 피지컬 AI를 주제로 3편의 연재를 준비했다. 1편에서는 상황을 인지하고 추론해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피지컬 AI의 개념과 작동 원리를 살펴본다.

피지컬 AI의 핵심 축인 휴머노이드 로봇과 자율주행 모빌리티의 모습

HUMANOID ROBOT AUTONOMOUS VEHICLE

집안의 가구를 피해 다니며 구석구석 청소하는 로봇청소기, 엘리베이터를 타고 층을 오르내리며 스스로 물건을 배송하는 실내 배송 로봇, 앞차와의 거리를 안전하게 유지하며 필요에 따라 차선을 바꾸기도 하는 자율주행차, 공장 생산라인에 투입돼 작업자와 협동하는 로봇. 최근 우리의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있거나, 곧 실현될 것으로 기대되는 모습이다. 이 사례들이 모두 같은 방식으로 작동하는 것은 아니지만, 한 가지 공통된 흐름은 분명하다. AI가 디지털 공간을 넘어 현실에서 보고, 판단하고, 움직이는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이를 ‘피지컬 AI(Physical AI)’라고 부른다.

지난 2016년 구글 딥마인드의 AI ‘알파고(AlphaGo)’는 당대 최고의 프로 바둑기사 이세돌 9단을 상대로 승리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알파고 이후 10년, AI는 놀라운 속도로 발전했다. 방대한 데이터와 사람의 언어를 자연스럽게 다루며 텍스트, 이미지, 영상을 만들고 친밀한 대화까지 가능한 생성형 AI(Generative AI)는 어느새 우리의 일상에 깊숙이 자리잡은 존재가 됐다. 최근에는 ‘AI 에이전트(AI Agent)’가 의사 결정 지원, 문제 해결, 반복 업무 자동화 등 여러 영역에서 생산성을 높이는 사례도 늘고 있다.

디지털 AI와 피지컬 AI의 차이를 설명하는 표

구분 목적 작동 공간 입력 출력 핵심역량 대표 사례 디지털AI vS 피지컬AI 디지털Al 피지컬Al 정보•콘텐츠 생성, 의사결정 지원 디지털 환경 물리 세계에서 안전하게 행동, 작업 수행 현실 환경 텍스트, 이미지, 음성 데이터 등 답변•요약• 추천 • 생성물 센서 + 환경• 지도 데이터 계획 + 제어 명령 -> 물체 조작 및 주행 이해•추론, 분석. 생성 챗봇. 이미지 생성 인지(Sense) - 계획(Plan) - 행동(Act) 휴머노이드 로봇, 자율주행차, 물류 로봇 등

하지만 여기에는 분명한 경계가 있다. 디지털 AI가 뛰어난 답을 제시할 수 있어도, 그 답을 현실에서 안전하게 실행하고 검증 가능한 행동으로 연결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도로 위의 위험 상황을 설명하는 것과 실제로 운전대를 조작해 안전하게 회피하는 것은 난이도와 책임이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또, 물체의 형태를 인식할 수 있어도 안정적으로 집어 옮기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작년 CES 2025에서 화두로 떠오르기 시작한 피지컬 AI는 ‘인지(Sense)-추론(Think)-행동(Act)’의 과정을 통해 지속적으로 바뀌는 현실의 물리 환경을 인식하고, 상황에 따라 판단 및 실제 행동으로 대응하는 행동형 AI다. 당시 기조연설을 맡은 엔비디아(NVIDIA) CEO 젠슨 황(Jensen Huang)은 “인공지능의 다음 분야는 피지컬 AI다. 피지컬 AI는 물리 역학을 기반으로 중력, 마찰, 관성과 같은 기하학적, 공간적 관계를 이해해야 한다. 앞으로 로봇과 자율주행차의 AI를 발전시키는 기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올해 열린 CES 2026에서는 이를 증명하듯 각양각색의 피지컬 AI 솔루션이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초기의 피지컬 AI 로봇과 현대차그룹 모빌리티 로봇 플랫폼 모베드의 모습

1966년 등장한 세계 최초의 피지컬 AI 이동형 로봇 셰이키(위), 현대자동차그룹이 2025년에 공개한 모빌리티 로봇 플랫폼 모베드. 셰이키 출처: SRI (https://www.sri.com)

피지컬 AI란 용어가 대중에 소개된 것은 최근이지만, 사실 이 개념은 오래 전부터 존재했다. 1966년 스탠퍼드 연구소(Stanford Research Institute)가 개발한 ‘셰이키(Shakey)’는 주변 환경을 인지하고 추론할 수 있는 최초의 피지컬 AI 기반 이동 로봇이었다. 피지컬 AI는 그동안 독자적으로 발전해 온 컴퓨터 비전, AI의 추론 능력, 강화학습, 로보틱스 기술이 2020년대 이후 하나로 모이면서 거대한 패러다임으로 거듭났다. 

지금의 피지컬 AI는 이미 현실의 도로와 공장, 물류 현장 등에 적용되기 시작했다. 현실의 도로 위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변수에 대응하며 안전하게 주행하고, 공장의 조립 라인과 물류창고 내에서 사람과 어우러져 안전하게 작업하는 등 실제 세상과 상호작용이 가능한 AI의 시대가 온 것이다. 디지털 공간에서 정보만 다루던 AI가 현실 세계에서 행동으로 결과를 만들고, 우리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사람을 위해 일할 수 있다는 의미다. 

피지컬 AI, 사고하고 행동할 수 있는 몸을 갖다

피지컬 AI의 구동 방식을 설명하는 표

피지컬 A의 구동 방식 인지 Sense 주변 환경 .자기 상태 파악 구성요소 카메라• 라이다• 레이더• IMU • GPS 등 추론계획 Think Plan 센서 • 상태 정보 해석 -> 추론•동작 계획 구성요소 Al 모델 컴퓨팅 (온디바이스/엣지) 행동제어 Act 제어 명령 -> 실제 행동 제어기 구성 요소 액추에이터 (모터 휠. 로봇팔 등) 정확도 신뢰성 센서 결합 -> 더 신뢰도 높은 환경/ 상태 추정 정확도/ 신뢰성 최적의 안전 행동 계산 정확도/신뢰성 정밀 모션 안정적 제어 예외/극한 대응 비•역광•진동 등 환경에서도 정확한 인지 예외/극한 대응 규칙 + 데이터 학습 -> 예외상황 대응 예외/극한 대응 안전 동작 보장 (힘•속도• 각도 조절, 안전 정지)

기존의 디지털 AI와 피지컬 AI의 차이는 분명하다. 디지털 AI가 데이터를 기반으로 예측·추천·분석·생성 등의 결과를 만들었다면, 피지컬 AI는 그 결과를 바탕으로 행동을 수행한다. 같은 행동을 단순하게 반복하는 자동화 시스템과 달리, 피지컬 AI는 환경 감지 및 상황 파악 뒤에 자율적인 행동으로 옮긴다. 그리고 행동으로 인한 변화를 받아들여 끊임없이 상호작용(Closed-loop)하고 학습한다. 

연쇄 상호작용 과정에서 피지컬 AI가 안정적으로 움직이기 위해서는 극한 환경에서도 정확한 ①인지 능력, 예외 상황에서도 보수적으로 판단하는 ②추론 능력(알고리즘), 정밀한 단위로 안정적으로 움직이는 ③제어 능력, 수없이 반복해 검증된 ④안전 체계, ⑤시스템 통합 운영 등이 필요하다. 결국 피지컬 AI의 성패는 ‘모델이 똑똑한가’가 아니라, 현실에서 ‘안전하게 반복 동작을 수행할 시스템 조건이 갖춰졌는가’에 달려있다. 5가지 시스템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로봇에 장착된 비전 센서의 모습

① 인지 능력: 극한 환경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눈, 센서 


비가 내리는 도로 위에서 자율주행차의 카메라는 빗방울로 시야가 흐려지고, 강한 햇빛이 비치면 역광이 생긴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물건을 집으려 할 때도 물체의 표면 재질, 무게, 미끄러움 정도에 따라 접촉 방식이 달라진다. 현실은 가상 공간과 달리 끊임없이 변하고, 예외 상황과 변수로 가득하다. 


피지컬 AI에게 센서는 단순히 보는 것을 넘어 극한 환경에서도 신뢰할 수 있는 현실 데이터를 확보하는 원천이다. 카메라, 라이다, 레이더, IMU(Inertial Measurement Unit, 관성 측정 장치), 촉각 센서에서 들어오는 정보를 하나로 결합(Sensor Fusion)해, 어떤 환경에서도 일관된 환경 인지 정보를 만들어내야 한다. 최근에는 초고해상도 카메라와 촉각 센서의 발전으로, 물체를 집을 때 느껴지는 마찰력과 위치 변화까지 감지하며 인간의 오감에 가까운 정밀한 인지가 가능해졌다. 

아틀라스 로봇이 물체의 색깔을 구분해 분류하는 모습

② 추론 능력: 상황을 이해하고 최선의 수를 찾는 두뇌, AI


센서가 현실을 본다면, AI는 그 현실을 해석하고 어떻게 행동할지 결정한다. 인지한 정보를 바탕으로 '무엇을 할지' 결정하는 것이 추론 능력이다. 최신 피지컬 AI는 이미지, 텍스트, 센서 정보를 통합해 이해하는 VLA(Vision-Language-Action) 모델을 통해 한 단계 진화했다. 


마치 숙련된 운전자가 보행자의 움직임을 예측해 미리 속도를 줄이듯, AI도 수많은 시나리오를 학습해 가장 안전한 행동 정책을 수립한다. 휴머노이드 로봇 역시 물체의 형태를 인식하는 데 그치지 않고, ‘어떤 각도로 잡아야 떨어뜨리지 않을지’ 계산한다. 이는 단순한 규칙을 넘어, 예외적인 돌발 상황에서도 보수적이고 안전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근거가 된다.

현대모비스가 보스턴다이내믹스에 제공하기로 한 액추에이터를 설명하는 그림

③ 제어 능력: 1/1,000초 단위로 움직이는 근육, 액추에이터


판단이 끝났다고 해서 곧바로 안정적인 행동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실제 움직임은 수많은 물리 변수의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피지컬 AI는 1/1,000초 단위로 움직임을 제어할 수 있는 정밀한 제어 능력이 필요하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점프 후 착지하면서 균형을 유지하고, 자율주행차가 급정거 상황에서도 차체를 안정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이유는 이 정밀한 제어 능력 덕분이다. 여기에 이상 상황이 발생하면 즉시 동작을 멈추는 안전 로직(Fallback)까지 함께 설계된다. 피지컬 AI의 움직임은 단순한 모터 구동이 아니라, AI 판단과 제어 알고리즘, 액추에이터가 동시에 맞물린 결과다.

디지털 트윈 공간의 모습

④ 안전 체계: 가상 세계에서 쌓은 수억 회의 경험 


현실에서의 시행착오는 막대한 비용과 위험을 초래한다. 그래서 대규모 시뮬레이션은 피지컬 AI에서 학습뿐만 아니라 검증과 안전성 확보를 위해 중요하다. 실제와 동일한 도로, 공장, 실내 공간이 구현된 디지털 트윈 공간에서 주행 테스트나 물체 조작을 수억 회 이상 반복 학습함으로써, AI는 인간과 유사한 수준의 숙련도를 갖출 수 있다. 이러한 시뮬레이션 결과는 현실의 돌발 상황에 대응하는 실시간 능력을 비약적으로 높여준다. 시뮬레이션 환경에서 수많은 예외 상황을 경험한 자율주행차와 로봇은 처음 보는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

AI의 무선 업데이트 과정을 보여주는 모습

⑤ 시스템 통합 운영: 현장 투입 이후에도 진화하는 생태계


피지컬 AI는 현장에 배포된 이후에도 계속 진화한다. 실제 환경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다시 학습에 활용하고, 문제 상황을 원격으로 모니터링하며, 최신 소프트웨어로 업데이트되는 유지보수 체계가 필수적이다. 


이러한 운영 체계가 갖춰지지 않으면 아무리 뛰어난 AI라도 신뢰를 얻기 어렵다. 최근 주목받는 RaaS(Robot as a Service)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등장했다. 로봇을 단순한 기계가 아니라, 지속적인 관리 및 업데이트를 통해 항상 최적의 성능을 유지하며 사람의 노동을 효율적으로 분담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하나의 서비스로 바라보는 개념이다. 

이 5가지 시스템 조건이 동시에 고도화되면서, 이제 피지컬 AI는 단순 시연을 넘어 현장 적용이 가능한 상용화 단계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다. CES 2026에서 관련 솔루션이 쏟아진 배경도 여기에 있다. CES 2026에서 글로벌 기업들이 선보인 피지컬 AI의 적용 사례를 살펴보자.

CES 2026의 핵심 키워드, 피지컬 AI

LG전자의 휴머노이드 로봇의 모습

CES 2026에서는 직접 행동할 수 있는 피지컬 AI와 관련된 다양한 솔루션이 등장했다. 출처: LG전자 (https://live.lge.co.kr/)

올해 초 CES 2026에서 피지컬 AI가 중심으로 급부상한 것은 AI 혁신의 중심이 소프트웨어를 넘어 물리 세계로 확장되었음을 시사한다. 공장과 물류 현장, 그리고 도심 도로 위에서 AI가 실제로 움직이며 일하는 사례가 빠르게 늘고 있고, 가사와 의료 행위, 중장비 운전 등 사람의 노동을 대체하거나 효율적으로 도울 수 있는 피지컬 AI 솔루션이 다양하게 등장했다. 

LG전자 휴머노이드 로봇이 집안일을 하는 모습

LG전자가 공개한 LG 클로이드는 집안일을 스스로 할 수 있는 가정용 휴머노이드 로봇이다. 출처: LG전자 (https://live.lge.co.kr/)

LG전자는 집안일에 최적화된 가정용 휴머노이드 로봇 ‘LG 클로이드(CLOiD)’를 선보였다. 클로이드는 냉장고에서 식재료를 꺼내 식사를 준비하고, 세탁기에 빨래를 넣거나 수건을 꺼내서 개는 등 집안일을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피지컬 AI 기반의 가사 로봇이다. 사람 팔의 움직임과 유사한 7가지 자유도(DoF, Degrees of Freedom)로 움직이는 팔과 5개 손가락을 이용해 여러 섬세한 작업을 수행한다. 

피지컬 AI의 다양한 활용 모습

중장비, 의료, 물류, 제조 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할 수 있는 피지컬 AI 솔루션을 CES 2026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출처: 엔비디아 (https://www.nvidia.com/en-us/)

이 밖에 스위스 의료기기 회사인 LEM 서지컬(LEM Surgical)은 영상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수술을 계획하고 정밀 보조를 수행하는 로보틱스 시스템 ‘다이나미스(Dynamis)’를 선보였으며, 독일 로봇 스타트업 뉴라 로보틱스(Neura Robotics)는 차세대 휴머노이드 로봇을 대거 공개해 현실로 다가온 로봇 시대를 실감케 했다. 존 디어(John Deere), 구보타(Kubota) 등은 자율주행과 AI를 결합한 농업용 로봇 플랫폼을 통해 피지컬 AI로 확장된 농업의 자동화 비전을 제시했다. 


CES 2026 기조연설을 맡은 중장비 기업 캐터필러(Caterpillar)의 CEO 조 크리드(Joe Creed)는 피지컬 AI 기업으로의 전환을 선언하고, 스스로 지형을 인식해 굴착·적재·이송 작업을 수행하는 AI 중장비 로봇을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한편, 중국 유니트리 로보틱스(Unitree Robotics)는 저가형 휴머노이드 로봇 ‘G1’을 공개하고 무술 동작을 정교하고 빠르게 시연하는 등 중국 테크 기업들의 선전도 돋보였다. 

피지컬 AI 로봇들의 모습

엔비디아는 피지컬 AI 플랫폼 리더로의 도약을 선언하고 피지컬 AI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알렸다. 출처: 엔비디아 (https://www.nvidia.com/en-us/)

글로벌 AI 칩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엔비디아는 AI 칩 기업을 넘어 피지컬 AI 플랫폼 리더로의 도약을 선언하기도 했다. 엔비디아 CEO 젠슨 황은 “현실 세계를 이해하고, 추론하며, 행동을 계획하는 피지컬 AI 모델의 도약은 완전히 새로운 애플리케이션을 가능하게 한다”고 밝히며 자율주행 차량용 AI 플랫폼 알파마요(Alpamayo), 현실 세계의 물리 법칙과 환경을 이해하고 시뮬레이션 환경에서 훈련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NVIDIA 코스모스(Cosmos)의 최신 버전 등을 공개했다. 아울러 피지컬 AI의 차세대 경쟁력은 휴머노이드 로봇과 모빌리티에 있다고 선언했다. 

피지컬 AI의 두 축 : 휴머노이드 로봇과 모빌리티

보스턴다이내믹스 차세대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의 모습

이처럼 피지컬 AI가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히 AI가 움직인다는 사실 때문은 아니다. 디지털 세계보다 훨씬 복잡하고 예측하기 어려운 현실 세계에서 사람과 환경을 이해하고 상호작용하며, 상황에 맞게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는 역량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엔비디아가 피지컬 AI의 핵심 축으로 휴머노이드 로봇과 모빌리티를 꼽은 것도, 이 두 분야가 현실 세계의 복잡성을 가장 정확하게 보여주는 사례이기 때문이다.

기존에도 로봇에는 다양한 형태의 지능형 소프트웨어가 적용돼 왔다. 다만 대부분 정해진 작업을 반복 수행하는 자동화 공정 중심으로 활용되고는 했다. 반면, 피지컬 AI가 탑재된 휴머노이드 로봇은 주어진 공간에서 장애물을 회피하고, 다양한 도구를 잡고 조작하며, 작업의 우선순위를 판단하고 지시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인간 수준의 물리적 상호작용을 기대할 수 있는 능력이다. 

핵심은 AI가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 수준으로 물리적 상호작용을 구현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피지컬 AI의 경쟁력은 모델 자체의 성능이 아니라 시스템 통합 능력과 현장에서 얼마나 안정적으로 구현 가능한지에서 결정된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 성능도 중요하지만, 모든 요소가 실제 환경에서 서로 어긋나지 않도록 맞물려 돌아가게 만드는 시스템 통합 역량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현장에 투입된 휴머노이드 로봇이 사람의 노동을 안전하게 분담하고, 작업을 효율적으로 재배치하는데 얼마나 도움을 줄 수 있는지에 따라 성패가 나뉠 것으로 보인다. 그 과정이 잘 맞물린다면 휴머노이드 로봇은 제조 현장을 넘어 가정, 의료, 서비스 등 광범위한 영역으로 확장될 수 있다.

피지컬 AI의 또 다른 축인 모빌리티는 현실 세계에서 움직이는 거대한 플랫폼이다. 자율주행은 오래전부터 ‘현실에서 움직이는 지능’을 구현해 온 대표적인 분야이기도 하다. 다만 그 구현 방식에는 차이가 있다.


그동안 많은 자율주행 시스템은 센서를 통해 주변을 인지한 뒤, 판단과 제어는 고정된 규칙(Rule-based)과 정밀지도(HD Map), 그리고 검증된 제어 알고리즘을 중심으로 설계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방식은 동작의 예측 가능성과 안전 검증, 유지 보수 측면에서 강점을 갖는다. 하지만 실제 도로 환경은 국가, 문화, 날씨, 교통 흐름에 따라 끊임없이 달라지며, 모든 상황을 사전에 규칙으로 정의하기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예외 상황이 늘어날수록, 규칙 중심 구조만으로는 복잡한 돌발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데 한계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모셔널 자율주행 로보택시의 모습

이 때문에 최근 자율주행 모빌리티 분야는 룰베이스 방식의 강점을 살리면서, 현실의 복잡한 예외 상황을 더욱 잘 처리하기 위해 데이터와 학습을 기반으로 한 E2E(End-to-End) 방식의 AI 추론 능력을 결합하는 방향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규칙·지도 기반 구조에 학습 기반 판단과 예측을 점진적으로 통합하는 아키텍처로, AI가 복잡한 현실 상황을 스스로 해석하고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보강하는 구조다. 엔비디아가 강조하는 현실 세계를 이해하고, 추론하며, 최적의 행동을 계획하는 능력 역시 이런 변화의 방향과 맞닿아 있다. 이러한 접근은 자율주행이 복잡한 도로 환경 속에서도 더 안전하고 확장 가능하게 움직이기 위한 핵심 요소이기도 하다.

피지컬 AI가 적용된 모빌리티는 다른 차량과 보행자를 감지하는 수준을 넘어, 도시와 도로의 복잡한 구조를 이해하고, 사람과 차량의 예측 불가능한 움직임에도 더 안정적으로 대응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특히 자율주행차는 사회적 요구가 크고, 기존 산업과의 연결고리도 강해 기술이 성숙할수록 적용 범위가 빠르게 넓어질 수 있다. 자동차 산업처럼 거대한 시장에서 피지컬 AI가 의미 있는 성과를 만들어낸다면, 시장 규모 자체도 빠르게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현대차그룹의 AI 로보틱스 생태계를 보여주는 모습

Partnering Human Progress Hyundai Motor Group at CES 2026

이번 CES에서 현대자동차그룹이 가장 많이 주목받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Partnering Human Progress: AI 로보틱스, 실험실을 넘어 삶으로’라는 주제로 그룹사의 역량을 결집해 AI 로보틱스 생태계를 구축하겠다고 선언한 현대차그룹은 일상 속 사람을 돕는 인간 중심 AI 로보틱스 사업의 핵심으로 휴머노이드 로봇과 자율주행 모빌리티를 제시했다. 보스턴 다이나믹스의 차세대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Atlas), 새로운 자율주행 추론 및 학습 기술을 적용한 모셔널 아이오닉 5 로보택시가 바로 그 주역이다. 아틀라스는 고도의 훈련을 거친 뒤 2028년 HMGMA(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에서 부품 분류 작업에 투입될 예정이고, 모셔널 아이오닉 5 로보택시는 올해 말 라스베이거스에서 자율주행 로보택시 서비스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피지컬 AI의 상용화는 우리가 상상 속에서 그렸던 미래를 현실로 마주하게 되는 시작점이다. 그 중심에는 휴머노이드 로봇과 모빌리티가 있으며, 이 두 축이 현실 세계에서 자율적으로 판단하고 움직일 때 피지컬 AI는 비로소 완성된다. 피지컬 AI의 시대를 견인할 수 있는 개발·제조·물류 인프라와 실행력, 모빌리티 분야의 오랜 노하우를 가진 현대차그룹이 피지컬 AI를 가장 잘 구현할 수 있는 기업으로 주목받는 것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