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현대 모터스FC(이하 전북현대)는 첫 우승을 차지했던 2009년부터 지금까지 17시즌 중 무려 10회 우승을 달성했습니다. 특히 지난 시즌 우승을 통해 K리그1 최초로 10회 우승을 일컫는 라 데시마(La Decima) 타이틀을 획득하며, 명실상부한 K리그 챔피언의 지위를 공고히 했습니다. 2026 시즌, 전북현대는 ‘디펜딩 챔피언’ 자격으로 출발합니다. 최정상을 지키는 원동력은 간단합니다. 직전 우승 때보다 더 노력하고 성장하는 것이죠. 왕관 수성을 위한 성장 작업에 들어간 전북현대의 올 시즌 각오와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내딛은 첫걸음을 살펴봅니다.
전북현대에게 챔피언이란 단순히 일시적인 지위가 아닙니다. 지난 2025년, 전북현대는 전년도 승강 플레이오프의 부진을 딛고 거스 포옛 체제에서 압도적인 챔피언 본능을 깨우며 리그 22경기 연속 무패라는 대기록과 함께 리그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여기에 코리아컵 우승까지 더해진 ‘시즌 더블’은 전북현대의 위상을 다시 한번 공고히 했습니다. 구단은 이러한 영광을 이어가기 위해 정정용 전 김천상무 감독을 새로운 수장으로 선택하며 발 빠른 변화를 꾀했습니다.
리그와 코리아컵을 동시에 제패한 전임자의 성과를 지켜내야 하는 정정용 감독의 어깨는 무겁습니다. 하지만 그는 남다른 이력과 내공을 지닌 지도자입니다. 중·고교 팀부터 전 연령대 국가대표팀, 그리고 프로 무대까지 두루 섭렵한 그는 2019년 FIFA U-20 월드컵 준우승이라는 금자탑을 쌓았습니다.
특히 김천상무 시절 보여준 선수의 잠재력을 끌어올리는 탁월한 능력은, 새로운 발전과 성장이 필요한 지금의 전북현대가 그를 선택한 핵심적인 이유입니다.
정정용 감독은 “선수라면 항상 현재보다 더 업데이트되어야 한다”라고 강조합니다. 최고들이 모인 전북현대에서 그가 주목하는 핵심 가치는 ‘존중’입니다. 지난 시즌 화려한 벤치 멤버들이 주전 선수들을 인정하고, 피치 위 선수들이 동료를 신뢰하며 일궈낸 ‘존중의 힘’이 시즌 더블의 밑거름이 되었음을 그는 정확히 꿰뚫고 있습니다. 정 감독은 여기에 자신만의 정교한 축구 철학을 이식하여 전북현대의 효율적인 빌드업과 강력한 투지를 한 단계 더 진화시키려 합니다.
정정용 감독
주요 경력
2006~2019년: 대한축구협회 전임지도자(U-14, U-17, U-20, U-23 연령별 국가대표팀 감독)
2020~2022년: 서울 이랜드 FC 감독
2023~2025년: 김천상무프로축구단 감독
2026년~현재: 전북현대 모터스FC 감독
주요 성과
2019년: FIFA U-20 월드컵 준우승
2023년: 김천상무 K리그2 우승 및 1부 리그 승격
2024~2025년: 김천상무 K리그1 2년 연속 최종 순위 3위 기록
주요 수상
대한민국체육상 지도자상(2019), AFC 올해의 지도자(2019), KFA 올해의 지도자(2019), 국군체육부대장 표창장(2024)
Q. K리그 최다 우승팀의 감독이 된 소감과 각오가 궁금합니다.
전북현대는 K리그를 대표하는 구단이고, 그만큼 무게감이 큰 자리입니다. 영광이기도 하지만 책임감이 더 크게 앞섭니다. 다만 부담을 갖기보다 이 팀이 지켜온 기준과 가치를 존중하면서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을 차분히 해나가고 싶습니다. 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바꾸기보다는 전북현대가 전북현대다울 수 있도록 방향을 바로 세우는 데 집중하겠습니다.
Q. 전임자(거스 포옛)가 남긴 시즌 더블 실적이 부담스럽지는 않으신가요?
전임 감독이 좋은 성과를 남긴 것은 분명히 존중받아야 합니다. 다만 저는 과거의 결과와 경쟁하기보다 현재 팀이 어떤 상태에 있고 앞으로 어떻게 발전할 수 있는지를 더 중요하게 보고 있습니다. 비교보다는 현재에 집중하고, 우리 팀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차근차근 만들어가려고 합니다. 제가 이 자리에 오게 된 이유는 구단의 신뢰가 바탕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 신뢰를 기반으로 우리가 가야 할 시스템을 더 단단하게 만들고 싶습니다. 올 시즌은 결과만이 아니라 결과로 이어지는 과정과 훈련, 기준, 전술의 디테일을 끝까지 완성하겠습니다.
Q. 대한축구협회 전임지도자와 프로 감독 시절, 감독님이 바라본 전북현대는 어떤 이미지였나요?
상대 팀으로 봤을 때 전북현대는 항상 기준이 높은 팀이었습니다. 경기력, 선수 구성, 운영 전반에서 ‘이 정도는 해야 전북현대’라는 기준이 분명한 구단이라는 인상이었죠. 단순히 강한 팀이 아니라 꾸준함과 시스템을 갖춘 팀이라고 생각해왔습니다. 다만 전술적인 부분에서 더 디테일한 변화를 주고 싶습니다. 각 포지션이 가진 장점을 경기 안에서 더 극대화할 방법을 계속 논의하고, 그 결과가 경기력으로 드러나도록 만들겠습니다. 결국 경기장에서 증명해 보인다면 팬들의 걱정도 믿음으로 바뀔 것입니다.
Q. 2025시즌과 어떤 차별점을 만들고 싶은지 궁금합니다.
특정 전술이나 형식의 변화보다 경기에 임하는 태도와 팀의 일관성에서 차이를 만들고 싶습니다. 3선 선수들이 왕성한 활동량과 지능적인 움직임으로 후방 빌드업을 주도하고, 미드필드 전개 시에는 측면 풀백이 상황에 따라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하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어느 위치에서든 늘 수적 우위를 둬야 볼을 빼앗겼을 때 최대한 빠르게 압박해 탈취할 수 있습니다. 단순히 점유율만 높이기보다 간결하고 빠르게 공격해서 상대 진영 끝까지 침투해 마무리하는 것이 제 기본적인 게임 모델입니다.
Q. 전북현대 선수들을 직접 코칭하면서 받은 첫 인상은 어떠셨나요?
우리 선수들은 이미 이 팀에 오기 전에 스스로를 검증하고 인정받았기에 기량과 태도, 마인드 모두 리그 최정상 수준입니다. 그래서 코칭하며 느낀 첫 인상은 ‘정말 기대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선수들과 어떤 내용과 결과를 함께 만들어갈 수 있을지 설레는 마음이 컸습니다.
Q. 1월 전지훈련부터 시즌 개막까지 어떤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계신가요?
가장 중요한 것은 기본입니다. 체력, 조직력, 그리고 팀이 하나의 방향으로 움직이는 구조를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전술도 중요하지만, 선수들이 왜 이 플레이를 해야 하는지 이해하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합니다. 시즌을 길게 보면서 흔들리지 않는 토대를 만드는 과정입니다. 전지훈련 기간 동안 어렵고 복잡한 전술이 아니라 선수들이 이해하고 반복할 수 있는 명확한 원칙을 세우려 노력했습니다. 결국 선수 개인의 기능이 극대화되면 팀의 경쟁력도 올라갑니다. 팬들이 90분이 금방 지나갔다고 느낄 만큼 역동적이고 박진감 넘치는 축구를 준비하겠습니다.
Q. 전북현대는 항상 최정상에 상주하는 구단입니다. 감독의 역할이 매우 클 것 같습니다.
감독의 역할은 팀이 흔들리지 않도록 중심을 잡아주는 것입니다. 선수들이 경기력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구단이 지켜온 기준을 현장에서 구현하는 것이 제 역할입니다. 혼자 만드는 팀이 아니라 함께 만들어가는 팀이 되어야 합니다.
Q. 장기적인 차원에서 결과만큼 성장도 중요합니다. 성장이란 가치를 어떻게 추구하실 생각인가요?
성장은 단기간에 눈에 보이는 성과만으로 판단할 수 없습니다. 선수 개인의 발전, 팀 조직력의 안정, 그리고 위기 상황에서의 대처 능력까지 모두 성장의 요소입니다. 시즌을 치르면서 팀이 조금씩 단단해지는 모습을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Q. 2026 시즌 전북현대가 최정상을 지키기 위한 키플레이어는 누구라고 보십니까?
특정 선수를 언급하는 것은 선호하지 않습니다. 이는 누군가에게는 부담이 될 수도 있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위화감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키플레이어를 한 명 꼽기보다 최정상을 지키기 위한 키워드를 꼽으라면 단연 ‘팀워크’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Q. 2026 시즌 전북현대에서 뛰는 선수가 갖춰야 할 덕목은 무엇일까요?
선수들과의 첫 만남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상호 존중하는 자세와 태도, 마인드를 갖춰야 합니다. 또한 전북현대 선수로서, 그리고 프로 선수로서 선배들이 잘 지켜온 우리만의 유산을 이어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Q. 올 시즌 구체적으로 세우신 목표가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전북현대라는 팀은 항상 목표가 높습니다. 다만 시즌 초부터 결과만을 이야기하기보다 매 경기 우리가 준비한 것을 얼마나 구현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 과정이 쌓이면 결과는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라 믿습니다.
Q. 전북현대 팬들의 열정은 리그 최고 수준입니다. 팬들의 반응을 실감하시나요?
현장에 와보니 팬들의 기대와 애정이 얼마나 큰지 체감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책임감도 크게 느낍니다. 당장 모든 것을 만족시킬 수는 없겠지만, 진정성 있게 팀을 만들어가는 과정은 팬분들도 충분히 느끼실 거라 믿습니다. 저 역시 큰 무대의 압박을 경험해봤습니다. 이제 이런 관심과 성원을 즐기면서 해야 할 단계입니다. 무엇보다 혼자만의 부담이 아니라 구단과 스태프, 선수단이 함께 짊어질 무게라고 생각하며 함께 준비하겠습니다.
전북현대의 전술 업데이트는 이미 지난 1월 스페인 전지훈련을 통해 정교하게 다듬어졌습니다. 박진섭, 송민규, 홍정호 등 핵심 자원들의 이별이 있었지만, 중앙 미드필더 오베르단과 해결사 모따, 복귀한 국가대표 센터백 박지수 등 화려한 영입을 통해 공백을 완벽히 메웠습니다. 정 감독은 체력과 조직력이라는 기본 토대 위에 선수들이 전술을 완벽히 이해하고 반복할 수 있는 명확한 원칙을 세워 역동적이고 박진감 넘치는 축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정정용호의 순항을 알리는 첫 신호탄은 예상보다 빠르게, 그리고 강렬하게 쏘아 올려졌습니다. 지난 2월 2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을 가득 메운 1만 9천여 명의 관중 앞에서 전북현대는 대전하나시티즌을 2-0으로 제압하며 20년 만에 부활한 K리그 슈퍼컵 초대 챔피언의 영예를 안았죠. 이는 정정용 감독의 공식 데뷔전 우승이라는 상징적 의미와 함께, 새롭게 재편된 전북의 업데이트된 전술이 그라운드 위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를 증명한 완벽한 실전 무대였습니다.
데뷔전에서 결승골과 MVP를 차지한 모따는 동료들과의 시너지를 언급하며 전주성의 새로운 해결사 등장을 알렸습니다. 정정용 감독은 우승 직후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대신 “이 우승은 작년의 성과이며, 진정한 시작은 이제부터”라며 전임 스태프와 선수들에게 공을 돌렸습니다. 단판 승부라는 특성상 전략적 유연함을 발휘하면서도 높은 패스 성공률을 유지한 점은 올 시즌 전북현대가 추구할 공격 축구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습니다.
전북현대의 2026 시즌은 3월 1일 전주성에서 부천FC를 상대로 화려한 막을 올립니다. 부천FC와의 개막전에 이어 상반기에는 흥미진진한 매치업이 줄을 잇습니다. 3월 21일에는 지난 시즌 리그 1, 2위의 자존심을 건 대전하나시티즌 원정 경기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슈퍼컵에 이은 올해 두 번째 대결입니다. 4월 4일 전주성에서 열리는 시즌 첫 ‘현대가 더비’에 이어 FC서울과의 ‘전설매치’가 연달아 펼쳐집니다. 무엇보다 팬들이 고대하는 무대는 3년 만에 복귀하는 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입니다. 아시아 챔피언의 명성을 되찾으려는 전북의 도전에 아시아 축구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슈퍼컵 우승으로 결과와 과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전북현대. 다채로운 경력을 바탕으로 선수를 업데이트시키는 정정용 감독의 지도력은 다시 한번 입증되었습니다. 첫 단추를 완벽하게 꿴 정정용호는 이제 슈퍼컵에서 얻은 자신감과 신뢰를 동력 삼아 정규 리그와 ACLE라는 더 큰 바다를 향해 돛을 올립니다. 챔피언의 성장은 멈추지 않았고, 전북현대의 ‘전북다움’은 이제 막 새로운 전성기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전북현대 팬들은 이제 챔피언이 어떤 혁신적인 모습으로 성장해나가는지 즐거운 마음으로 지켜볼 일만 남았습니다. 늘 그랬던 것처럼, 전북현대는 최정상의 자리에서 그 가치를 증명해낼 것입니다.
글. 홍재민(축구 칼럼니스트)
사진. 전북현대 모터스F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