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C 제5전 랠리 이슬라스 카나리아스는 아름답고도 혹독한 타막 랠리로 지난해부터 WRC 캘린더에 이름을 올렸다. 아프리카 대륙 북서부에 인접한 스페인령 카나리아 제도(Islas Canarias)는 웅장한 화산 분화구와 용암 평원, 사막 지형부터 울창한 숲까지 고도와 기후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유명 관광지다. 주도인 라스 팔마스(Las Palmas)를 비롯해 낮은 해안가부터 해발 1,000m가 넘는 산악 도로까지 다양한 지형에 스테이지를 마련했다.
랠리 이슬라스 카나리아스는 1977년 랠리 엘 코르테 잉글레스(Rally El Corte Inglés)라는 이름으로 시작됐다. 1990년대에 유럽 랠리 챔피언십(ERC)에 소속되면서 지금과 같은 랠리 이슬라스 카나리아스로 명칭을 바꾸었고, 지난해부터는 WRC 캘린더의 일부가 되어 새로운 전환기를 맞았다.
크로아티아에서 아쉽게 우승을 놓쳤던 현대 월드랠리팀(이하 현대팀)은 심기일전하며 카나리아 제도에서의 경기에 임했다. 기존 드라이버 라인업인 티에리 누빌(Thierry Neuville)과 아드리안 포모(Adrien Fourmaux)에 더해 오랜만에 랠리1 무대에 복귀하는 다니 소르도(Dani Sordo)가 세 번째 차량을 담당한다.
누빌은 지난 크로아티아 랠리에서 쓰라린 경험을 했다. 마지막 스테이지까지 선두를 유지하다 한순간의 실수로 사고를 맞이해 코앞에서 우승을 놓쳤기 때문이다. 누빌은 “지난 주말의 경기 결과를 넘어 좋은 성적을 내고 싶고, 모두가 다시 한번 자랑스러워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카나리아 제도의 도로 조건은 시즌을 통틀어 가장 수월한 아스팔트 경기일 것입니다. 깨끗한 노면에 접지력도 가장 뛰어나죠. 반면에 페이스 노트를 기록하기가 까다롭고 기술적인 구간이 많습니다. 신뢰할 수 있는 페이스 노트를 작성하는 것이 중요합니다”라고 하며 각오를 다졌다.
케냐에서 시즌 첫 포디엄에 올랐던 포모는 이어진 크로아티아에서 리타이어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2022년 ERC 최종전으로 열렸던 경기에서 우승 경험이 있고, 지난해에도 토요타에 비해 페이스가 밀리는 상황에서도 팀 내 가장 좋은 성적을 올리는 등 랠리 이슬라스 카나리아스에서는 항상 기대감을 모은다. 포모는 랠리를 앞두고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카나리아 제도는 올 시즌 지금까지 치렀던 타막 랠리와는 완전히 다를 것입니다. 노면에 흙먼지가 거의 없고 접지력도 뛰어나죠. 이는 차량과 드라이버 모두 최대한의 기량을 발휘해야 함을 의미합니다. 날씨는 이 랠리를 가장 까다롭게 만드는 요소입니다. 해안가 근처는 날씨가 좋지만, 산악 지역은 비가 쏟아지고 짙은 안개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저지대와 산악 지역은 완전히 다른 느낌을 줍니다.”
이번 랠리의 고향인 스페인 출신의 다니 소르도는 현대팀에서 오랫동안 활동하다 지난해 포모가 풀 시즌 드라이버로 영입되면서 자리를 잃었다. 2024년 그리스 이후 약 2년만의 랠리1 복귀인 셈이다. 바뀐 차량에 대한 적응과 경기 감각 조율을 위해 현지에서 열리는 랠리 비야 데 산타 브리히다(Rally Villa de Santa Brígida) 참가를 준비했다. 하지만 폭풍우로 경기가 취소되는 바람에 대신 이달 초 스페인 본토에서 열린 라 야나 랠리(Rallye La Llana)에서 몸을 풀었다.
지금까지 타막 랠리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어 온 소르도는 이번 경기에 대한 높은 기대감을 드러내며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전했다. “현대팀 랠리1으로 다시 돌아오게 되어 정말 기쁘고, 특히 카나리아 제도에서 경기하게 되어 기대가 큽니다. 제 목표는 최적의 차량 세팅을 통해 포디엄에 오르는 것입니다. 라 야나 랠리에서 세팅과 밸런스를 잘 맞췄다고 생각하며, 코드라이버 칸디도 카레라(Cándido Carrera)와 함께 다시 랠리1을 운전하게 되어 기쁩니다.”
소르도는 랠리 이슬라스 카나리아스에 대해 “지형이 복잡하고 주행 감각을 다잡기 어려운 편”이라고 기억했다. 영상: WRC (http://www.wrc.com)
또한 소르도는 이번 랠리에 대한 특징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카나리아 제도는 지형이 꽤 복잡하고 좋은 주행 감각을 다잡기 어려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한쪽은 비가 오는데 다음 구간은 완전히 건조한 상태일 수도 있거든요.”
토요타는 크로아티아 랠리 이후 1대를 다시 늘려 5대 체제를 준비했다. 파트타임 드라이버 세바스티앙 오지에(Sébastien Ogier)가 복귀하고 엘핀 에반스(Elfyn Evans), 올리버 솔베르그(Oliver Solberg), 다카모토 가츠타(Takamoto Katsuta), 그리고 세컨드팀의 사미 파야리(Sami Pajari)가 함께 출전했다. 앞선 크로아티아에서 가츠타가 일본인 드라이버로 첫 승리를 거두기는 했지만 경기 내용 측면에서는 제조사 득점 드라이버 대부분이 리타이어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토요타는 이 경기에서 라이벌을 압도하는 페이스를 보여주었다.
M-스포트 포드에서는 조쉬 맥켈런(Josh McErlean)과 존 암스트롱(Jon Armstrong) 2명을 엔트리했다. 맥켈런은 지난해 마지막 날 리타이어라는 아쉬운 기억이 있다. 암스트롱은 랠리1으로 도전이 처음이지만 ERC 시절에 랠리2 차량을 몰고 참가했던 경험이 있다. 2024년 성적은 종합 8위였다. 게다가 크로아티아에서도 맥켈런에 비해 좋은 페이스를 보여주었다.
WRC에는 다양한 성격의 타막 랠리가 존재한다. 그중에서도 랠리 이슬라스 카나리아스는 서킷 레이스에 가깝다는 평을 듣는다. 타이어가 지면에 달라붙는 감각은 서킷 주행에 가까운 데다 쉴 새 없이 이어지는 타이트한 코너링으로 단 한 번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다. 빠르게 마모되는 타이어를 관리하면서 페이스를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다.
이번 경기는 50주년을 맞아 골든 에디션(Golden Edition)으로 열리는 만큼 특별한 이벤트가 준비됐다. 많은 관람객을 수용하고 축제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그란 카나리아 스타디움(Gran Canaria Stadium) 내 슈퍼 스페셜 스테이지를 마련한 것이 대표적이다.
다만 경기를 한 달여 앞두고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만났다. 지난 3월 초 폭풍우가 몰아져 섬에 큰 피해를 남긴 것이다. 거대한 파도가 해변가를 강타했고, 단시간에 쏟아진 물 폭탄이 저지대 곳곳을 침수시켰다. 이 때문에 파손된 코스 일부를 변경하는 조치가 필요했다. 도로가 파손된 스테이지를 단축하거나 역방향 주행으로 바꾸었으며, 해안가 침수로 인해 토요일 예정되었던 시내 코스는 아예 취소했다. 대신 그란 카나리아 스타디움에서 한 차례 더 경기를 치르도록 일정을 조정했다.
그란 카나리아 스타디움의 특설 무대에서 첫 번째 스테이지가 시작됐다. 영상: WRC (http://www.wrc.com)
4월 23일 목요일, 오프닝 SSS1은 라스 팔마스의 그란 카나리아 스타디움(Las Palmas de Gran Canaria)에서 펼쳐졌다. 경기장 내부에 조성된 1.89km 길이의 트랙에서는 두 대의 차량이 서로 반대편에서 출발해 3랩을 주행하는 방식으로 경기가 진행됐다.
겉보기에는 단순해 보이는 레이아웃이지만, 타이트한 헤어핀과 콘크리트 분리대 등 곳곳에 배치된 까다로운 구간들이 도전자들을 끊임없이 압박하는 쉽지 않은 코스였다. 가츠타가 톱타임을 차지한 가운데 파야리, 다프라, 소르도, 맥켈런, 포모, 오지에, 누빌 순이었다. 스코다를 모는 WRC2의 로베르토 다프라가 3번째 빠른 기록으로 눈길을 끌었다.
4월 24일 금요일은 13.13km의 바예세코-아르테나라(Valleseco-Artenara)를 시작으로 타헤다-산 마테오(Tejeda-San Mateo), 모간-라 알데아(Mogán-La Aldea)까지 3개 스테이지를 오전과 오후에 반복한 후에 해가 진 그란 카나리아 스타디움 스테이지를 다시 달렸다. 다만 불법 주차된 차가 너무 많아 안전상의 이유로 오전 SS3는 취소되었다. 대부분의 차량이 하드 타이어 5개를 장비(스페어 포함)하고 코스에 나섰다.
SS2 바예세코-아르테나라는 아스팔트의 그립이 높고, 구불거리고 기술적인 코너가 연속된 스테이지다. 9km 지점 헤어핀을 기점으로 매우 좁은 구간으로 진입한 뒤 내리막에서 속도가 빨라진다. 연속된 블라인드 코너 때문에 코드라이버의 정확한 페이스 노트 지시가 필요한 스테이지다.
오지에가 톱타임을 기록하며 종합 선두로 올라섰고 솔베르그, 에반스, 파야리가 뒤를 이었다. 현대팀에서는 소르도가 가장 빨랐다. 아직 신차 적응이 필요한 상황에서 보여준 놀라운 페이스였다. 다만 선두와는 7.6초 차이였다. 소르도는 스테이지 직후 “멋진 스테이지였고 많이 즐겼습니다. 차도 저도 조금 더 발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몇몇 코너는 노면 상태가 좋지 않았지만 괜찮습니다”라고 이야기했다.
SS4 모간-라 알데아는 21.7km의 장거리 테크니컬 스테이지로 지난해와는 역방향으로 달린다. 약 4km 지점부터 긴 오르막이 나타나며, 중반 이후에는 고속과 중속 코너가 즐비한 내리막으로 이어진다. 절벽을 따라 달리는 구성상 단 한 번의 실수가 리타이어로 이어질 수 있다. 심리적 압박이 큰 상황에서 집중력을 유지해야 한다.
오지에가 연속 톱타임을 기록한 가운데, 파야리가 종합 2위로 올라섰고 에반스가 그 뒤를 따랐다. 이번에도 소르도가 현대팀에서 가장 빨랐지만, 선두보다 12초 느린 페이스였다. 암스트롱은 초반 차량 컨트롤에 어려움을 겪다가 길을 잘못 드는 바람에 상당한 손해를 보았다.
오프닝 스테이지를 다시 달린 SS5에서는 솔베르그가 가장 빨리 달려 파야리를 제치고 종합 2위로 올라섰다. 스테이지 직후 누빌은 “이전과 비슷한 상황입니다. 최선을 다해 시도해 봤지만 결국 심각한 언더스티어로 경기를 마쳤죠. 시간을 잃은 것은 당연하지만 10초는 큰 차이입니다”라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오전에 취소되었던 테헤다-산 마테오(SS6)는 100대가 넘는 불법주차 차량을 정리함에 따라 오후 경기를 치를 수 있게 되었다. 섬 중앙을 관통하는 구간으로 내리막에서 급제동과 급가속이 반복된다. 브레이크 과열을 막기 위해서는 드라이버의 세심한 페달 조작이 요구된다.
누빌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주행 페이스를 높이기 위해 노력했다. 영상: WRC (http://www.wrc.com)
다시 오지에가 톱타임으로 추격자들과의 거리를 벌렸다. 오지에와 솔베르그의 시차는 6.6초. 토요타가 1~5위를 휩쓸고 그 뒤를 현대팀 트리오가 추격하는 형세는 이번에도 바뀌지 않았다. 누빌은 “코너 탈출 시 차의 움직임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서 제대로 달릴 수 없었습니다. 이 때문에 정말 고전했어요. 뒷타이어도 과열되기 시작했고. 부드럽게, 때로는 공격적으로 여러 주행 스타일을 시도해 봤지만 결과가 크게 바뀌지는 않았습니다”라며 쉽지 않은 상황을 전했다.
소르도는 주행 중 차가 미끄러지는 위기를 무사히 넘겼다. 영상: WRC (http://www.wrc.com)
한편, 오지에는 SS7에서도 톱타임을 기록하며 솔베르그와의 시차를 8.6초로 벌렸다. 현대팀 트리오 중 가장 빨랐던 포모는 “타이어 마모보다는 스테이지에서 타이어 온도를 관리하는 것이 더 어렵습니다. 이 때문에 항상 부드럽게 주행해야 합니다”라며 타이어 관리의 어려움에 대해 설명했다. 한편 소르도는 마을에 인접한 구간에서 아찔한 위기를 무사히 넘겨 안도했다. 소르도는 스테이지 직후 “5단 기어로 고속으로 달리던 중 약간 좁아지는 좌회전 코너에 들어섰는데, 뒷부분이 미끄러지며 방호벽에 살짝 부딪혔어요”라며 상황을 설명했다.
금요일을 마무리하는 SSS8은 전날 달렸던 라스 팔마스 그란 카나리아 스타디움에서 진행되었다. 가츠타와 파야리가 타이 기록을 작성하며 가장 빨랐고 포모가 3번째였다. 오지에를 종합 선두로 솔베르그, 파야리, 에반스, 가츠타 등 토요타 5대가 1~5위를 휩쓸었고 소르도, 포모, 누빌이 6~8위를 달렸다. 맥켈런이 종합 9위, WRC2의 요한 로셀(Yohan Rossel)이 10위에 들었다.
현대팀 트리오는 적절한 세팅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시인했다. 포모는 “차의 균형이 조금 나아졌지만 여전히 원하는 수준은 아닙니다. 테스트 때 안되던 게 여기서는 되거나 그 반대의 경우도 있어요. 어처구니 없지만 이런 게 인생이죠”라며 아쉬움을 전했다. 누빌은 “세 대의 차량 모두 다양한 테스트를 시도해 봤습니다. 저는 동료들의 속도를 따라갈 수 없었기 때문에 마지막 스테이지에서 더 큰 변화를 주었는데, 그 방향이 맞는 것 같습니다. 아직 완벽하진 않지만 코너링에서 속도를 더 낼 수 있게 됐어요”라며 긍정적인 방향의 소감을 전했다.
4월 25일 토요일은 섬 남쪽의 13.47km 마스팔로마스(Maspalomas)를 시작으로 아루카스-피르가스-테로르(Arucas-Firgas-Teror)를 거쳐 이번 경기 중 가장 긴 28.9km의 모야-갈다르(Moya-Gáldar)까지 3개 스테이지를 오전과 오후에 반복했다. SS9~SS14 6개 스테이지 합산 거리는 112.22km였다. 비 예보가 있었기 때문에 모든 선수가 하드 4개에 소프트를 2개씩 챙겼다.
SS9 마스팔로마스는 섬 남부에 마련된 고속 스테이지로 속도가 높은 만큼 서스펜션 밸런스가 중요하다. 초반 넓은 노폭은 약 5km를 기점으로 좁아지고 산비탈을 오르면서 중속 스테이지로 바뀐다. 후반 내리막에는 여러 개의 헤어핀이 포함되어 있다.
토요일의 오프닝을 에반스가 잡으면서 파야리를 제치고 종합 3위로 올라섰다. 선두 오지에부터 솔베르그, 에반스까지 약 15초 안에 몰려 있었다. 파야리와 에반스와의 시간차도 불과 3.5초. 현대팀에서 가장 빠른 포모는 소르도를 제치고 종합 6위로 올라섰다.
가랑비가 내리는 가운데 SS10 아루카스-피르가스-테로르가 시작되었다. 스타트 직후 로터리에서 도넛 구간을 지나면 오르막이 시작된다. 4.8km 지점을 지나면 노폭이 좁아지면서 구불거리는 테크니컬 구간이 나타난다. 마지막에는 테로르 도심과 연결된 도로에서 마무리된다. 노면이 계속 바뀌기 때문에 그립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는 것이 관건이다.
이번에도 에반스가 톱타임을 기록하고 솔베르그, 오지에가 뒤를 이었다. 현대팀에서는 포모가 가장 빨랐다. 포모는 현재 상황을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솔직히 코스 정보를 제공했던 팀이 달렸을 때와 비교하면 상황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쉽지 않은 코스였어요. 접지력이 곳곳에서 변합니다. 정말 까다로워요. 비가 오면 완전히 다른 랠리가 됩니다.”
SS11 모야-갈다르는 28.9km에 달하는 이번 경기 최장 스테이지로 2020년과 23년에 사용된 코스를 결합해 만들었다. 모야 마을의 좁은 도로에서 시작해 도넛 회전한 후 오르막이 이어진다. 11km에서 마을을 지나 고르지 않은 노면이 나타나고, 23km 지점에서 언덕을 넘은 뒤 좁은 구간으로 이어진다. 마지막 구간은 대체로 고속 주행이 가능하다. 체력 소모와 타이어 전략에 따라 희비가 갈리는 장거리 코스로, 비에 젖은 노면이 어려움을 더했다.
포모는 비가 내리다 마른 노면으로 바뀌는 상황을 경계했다. 영상: WRC (http://www.wrc.com)
솔베르그가 톱타임을 잡았지만 오지에와의 시차를 고작 0.1초 줄였을 뿐이었다. 포모는 토요타 5대에 이어 6번째 기록이었다. “스테이지 내내 일정한 페이스를 유지했습니다. 긍정적인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이 랠리에서는 결과를 예측하기 힘듭니다. 비가 내리다 마른 노면으로 바뀌는 상황이 반복되니 항상 절충이 필요해요.” 포모가 직전 스테이지보다 나아진 상황을 설명했다.
오후를 시작하는 SS14에서는 에반스가, 이어진 SS13과 SS14에서는 솔베르그가 연속 톱타임으로 선두 오지에를 압박했다. 3.8초까지 시차를 좁혔지만 종합 선두는 여전히 오지에였다. 이 날 오후 가장 불행한 것은 암스트롱이었다. SS14에서 사고를 일으키면서 랠리카 앞부분이 파손되었다. 덕분에 WRC2의 요한 로셀이 종합 10위로 올라섰다. 알레한드로 카촌(Alejandro Cachón), 레오 로셀(Léo Rossel)이 그 뒤를 따랐다.
4월 26일 일요일은 25.93km의 장거리 스테이지 SS15 인헤니오-텔데-발세키요(Ingenio-Telde-Valsequillo)에서 일요일을 시작했다. 산타루시아-아궤이메스(Santa Lucía-Agüimes)는 모든 드라이버가 추가 득점을 위해 한계를 시험하게 되는 최종 파워 스테이지(SS18)를 겸한다. 2개 스테이지를 반복해 달리는 이 날은 SS15~SS18 4개 스테이지 합산 거리 78.4km 구간에서 최후의 승자를 가렸다.
아침부터 비가 오는 가운데 오프닝 SS15가 시작되었다. 이번 랠리에서 2번째로 긴 인헤니오-텔데-발세키요는 지난해의 피니시 인근에서 출발해 역방향으로 달리며, 후반 구성은 완전히 달라졌다. 그림처럼 아름다운 초반 오르막을 지나 정상을 넘으면 다운힐의 빠르고 기술적인 구간으로 이어진다. 타이어를 끝까지 보존하면서도 속도를 유지해야 하는 스테이지다.
솔베르그가 톱타임을 기록했지만 오지에도 0.6초 차이로 따라붙어 종합 선두 자리는 지켜냈다. 이제 둘의 시차는 3.2초다. 3번째로 빨랐던 에반스도 불과 1.3초 느렸을 뿐이다. 하지만 그 뒤로는 페이스 차이가 상당했다. 현대팀에서 가장 빠른 누빌은 WRC2의 로셀보다도 느렸고 포모는 솔베르그와 1분 가까이 차이 났다. 누빌이 소르도를 제치고 종합 7위로 올라섰다.
SS16 산타루시아-아궤이메스는 급경사와 헤어핀이 반복되는 드라마틱한 스테이지로 2021년 코스 일부를 역방향으로 사용한다. 아침에 비로 젖었던 노면은 거의 말랐다. 솔베르그가 연속 톱타임으로 오지에와의 시차를 2.2초로 줄였다. 피말리는 선두 경쟁이 마지막 날을 뜨겁게 달구었다. 포모가 페이스를 회복함에 따라 누빌과의 시차를 16.7초로 벌렸다. 뒷바퀴에 소프트 타이어를 끼웠던 누빌은 밸런스가 잘 맞지 않아 고전했다면서 “초반에는 언더스티어가 심했는데, 후반에는 언더와 오버가 섞여 있었어요. 그래도 나쁘지 않은 스테이지였습니다”라고 말했다.
나흘간의 분전 끝에 포모가 5위로 경기를 마쳤다. 영상: WRC (http://www.wrc.com)
일요일 오프닝 스테이지를 다시 달린 SS17에서 선두 경쟁의 한 축이 무너졌다. 솔베르그가 방호벽을 들이박고 리타이어함에 따라 오지에의 우승 가능성이 높아졌다. 에반스가 2위가 되고 파야리는 포디엄을 가시권에 두게 되었다. 포모도 종합 5위로 올라섰다.
이제 경기는 산타루시아-아궤이메스를 다시 달리는 SS18만을 남겨두었다. 오지에가 무난하게 자신의 시즌 첫 승리를 손에 넣었다. 19.9초 차이로 에반스가 2위, 파야리가 포디엄 마지막 자리를 채웠고 4위 가츠타까지 토요타가 1~4위를 독점했다. 현대팀은 포모가 5위, 누빌 6위, 소르도가 7위로 경기를 마쳤다. 에반스가 챔피언십 포인트에서 가츠타를 밀어내고 선두로 올라섰으며 파야리가 3위가 되었다. WRC2에서는 란치아팀의 요한 로셀이 크로아티아에 이어 2연승을 거두었다.
타막 랠리 2연전을 치른 WRC는 포르투갈 북중부의 그래블에서 제6전을 준비한다. 빠르면서도 험난한 스테이지와 높은 기온이 드라이버의 집중력 유지와 타이어 관리를 어렵게 만드는 까다로운 곳이다. 하지만 현대팀은 지난해 포르투갈 랠리에서 오트 타낙(Ott Tänak)이 2위로 포디엄에 오르고, 누빌도 4위에 안착하는 등 우수한 잠재력을 확인했다. 다가오는 5월, 현대팀이 역전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지 지켜보자.
글. 이수진 (자동차 평론가)
1991년 마니아를 위한 국산 자동차 잡지 <카비전> 탄생에 잔뜩 달아올라 열심히 편지를 보냈다가 덜컥 인연이 닿아 자동차 기자를 시작했다. <카비전>과 <자동차생활>에서 편집장과 편집 위원을 역임했고, 지금은 자동차 평론가로 활동 중이다. 전기차와 커넥티드카, 자율주행 기술 같은 최신 트렌드를 열심히 소개하면서도 속으로는 기름 냄새 풍기는 내연기관이 사라지지 않기를 기원하는 ‘자동차 덕후’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