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26 스마트공장·자동화산업전(AW 2026)’은 국내 최대 규모의 제조 지능화(AX, AI Transformation) 전시회입니다. 올해도 24개국 500여 개 기업이 참가했으며, 약 8만 명의 참관객이 현장을 찾았습니다. 최신 생산 기술과 자동화 설비가 집결한 자리였지만, 유독 큰 관심을 끈 분야는 물류였습니다. 생산 공정 중심의 전시에서 물류가 주목받은 이유는 명확합니다. 제조 경쟁력의 기준이 개별 공정의 성능을 넘어, 생산과 물류를 하나의 흐름으로 묶는 ‘운영 역량’으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대글로비스는 전시장 내 ‘스마트 물류 특별관’에서 물품의 입고부터 보관, 출고까지 전 과정을 하나의 유기적인 흐름으로 구현한 부스를 선보였습니다. 단순히 설비를 나열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실제 현장에서 물류가 어떻게 운영되는지를 생생하게 재현한 것입니다. 관람객들은 개별 장비의 사양보다 물류 시스템이 어떤 구조로 연결되고 조정되는지를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최근 물류 산업이 처한 환경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사실 ‘물류 자동화(Logistics Automation)’는 1980년대 컴퓨터 기반 물류 관리 시스템(WMS)이 확산된 이후 꾸준히 발전해 왔습니다. 다만 최근 글로벌 공급망은 지정학적 변수와 수요 변동, 기후 변화 등으로 인해 불확실성이 커졌고, 이커머스의 확대로 물류 현장은 다품종 소량 주문을 동시에 처리해야 하는 구조로 재편되었습니다. 과거처럼 보관, 이송, 피킹 등 개별 공정의 효율만 높여서는 전체 생산성을 끌어올리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실제로 국내외 많은 물류센터가 무인운반차(AGV), 자율주행 물류로봇(AMR), 자동창고 등 각종 자동화 설비를 도입해 운영 중입니다. 그럼에도 기대만큼 생산성과 수익성이 오르지 않는 사례가 적지 않은데, 이는 장비의 물리적 성능 문제라기보다 설비 간 교차 구간이나 물동량 변화에 대응하는 ‘최종 판단’이 여전히 사람의 몫으로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관리자가 상황을 파악하고 지시를 내리는 동안 작업은 멈추게 되고, 이러한 지연은 추가 인력 투입이나 긴급 운송 같은 숨은 비용으로 이어집니다. 결국 물류 자동화의 본질은 설비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변동성이 큰 현장에서도 시스템이 스스로 판단하고 실행하는 구조를 만드는 데 있습니다.
이번 전시 기획에 참여한 현대글로비스 미래물류기획팀 안정헌 팀장은 이러한 변화에 대해 “물류에서 AI의 역할이 커지면서 이제는 분석과 판단을 넘어, 현장의 실제 실행까지 연결되는 방향으로 기술이 확장되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기존 자동화가 데이터를 기반으로 계획을 세우고 작업을 지원하는 수준이었다면, 피지컬 AI는 로봇과 설비, 제어 시스템의 유기적인 결합을 통해 현장 변화에 실시간으로 대응하는 ‘지능형 실행’을 가능케 합니다.
현대글로비스가 AW 2026에서 제시한 구조적인 해법은 ‘피지컬 AI를 통한 엔드 투 엔드(End-to-End) 물류 자동화’입니다. 입고부터 보관, 이송, 피킹, 출고까지의 전 과정을 하나의 로직과 제어 체계 안에서 연결하는 방식입니다. 먼저 부품이 입고되면 ‘팔레트 셔틀(Pallet Shuttle)’이 이를 자동으로 고밀도 저장하고, 출고 시점에는 AMR이 작업 구간으로 이송합니다. 이어 ‘원키트 피킹 로봇(One-Kit Picking Robot)’이 다양한 부품을 정확히 집어 작업 단위로 구성한 뒤 출고 및 후속 공정으로 연결합니다. 설비들이 각자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전체 흐름 안에서 유기적으로 역할을 수행하는 구조입니다. AI가 데이터를 분석해 운영 방향을 제시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실제 설비와 로봇의 움직임을 통해 판단을 즉시 실행함으로써 병목과 대기 시간을 줄이는 것이죠. 현대글로비스가 이번 전시에서 설비별 성능보다 ‘연결된 운영 구조’ 자체를 전면에 내세운 것도 이 때문입니다.
물류 자동화를 구현하려는 현대글로비스가 각각의 기술을 어떻게 연결하고, 전체 운영 효율을 어떻게 끌어올리는지 단계별로 짚어보겠습니다. 우선 보관 단계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설비는 ‘6-Way 팔레트 셔틀’입니다. 팔레트 셔틀은 팔레트 단위 물품을 레일 위에서 자동으로 이동시키며 보관과 출고를 수행하는 장비입니다. 작업자가 지게차로 물품을 직접 옮기던 기존 방식과 달리, 셔틀이 랙 내부를 오가며 물품을 지정된 위치에 적재하고 꺼내는 구조로 작동합니다.
6-Way 팔레트 셔틀은 좌우와 전후는 물론 상하 이동까지 가능해 랙 내부 공간을 입체적으로 활용합니다. 덕분에 동일 면적에서도 저장 밀도와 처리 효율이 동시에 올라갑니다. 기존 4-Way 팔레트 셔틀이 평면 중심의 이동이었다면, 6-Way 팔레트 셔틀은 공간 활용도 자체를 끌어올려 고밀도 보관 환경에 유리한 구조를 만들죠.
이송 단계에서는 ‘AMR’이 중심을 맡습니다. AMR은 고정된 레일이나 경로 없이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스스로 이동 경로를 계산하는 자율주행 물류로봇입니다. 여러 대가 동시에 움직여도 상황에 따라 동선을 조정할 수 있어, 물류량 변화나 작업 환경 변경에 유연하게 대응합니다. 설비 간 이동을 사람의 개입 없이 이어주는 동시에, 공정 간 대기를 줄여 전체 흐름을 매끄럽게 만드는 역할도 합니다.
‘피킹’ 단계는 자동화가 가장 어려운 구간으로 꼽힙니다. 제조 현장과 달리 물류 현장에서는 크기와 형태, 재질이 서로 다른 물품을 다루기 때문입니다. 안정헌 팀장은 현대글로비스가 이러한 난제를 서로 다른 형태와 재질의 부품을 인식하고 안정적으로 파지해 하나의 작업 단위로 구성하는 ‘원키트 피킹 자동화 기술’로 풀어냈다고 설명합니다. “이 기술의 핵심은 진공 흡착 방식과 파지 방식을 상황에 맞게 조합한 그리퍼 구조와 물체의 위치 및 특성을 인식하는 비전 기술입니다. 표면이 평평한 부품은 흡착하고, 형상이 불규칙한 부품은 파지하는 이원화된 방식으로 대응해 예외 상황을 줄였습니다. 물품이 약간 비틀어져 있거나 위치가 달라도 안정적으로 핸들링할 수 있다는 점이 현장에서 의미가 큽니다.”
이처럼 물류 자동화 기술은 이제 개별 부품을 처리하는 수준을 넘어, 후속 공정에 필요한 작업 단위 자체를 자동으로 구성하는 수준에 도달했습니다. 이 모든 과정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묶는 중심에는 현대글로비스와 스마트 물류 솔루션 자회사 알티올(ALTIALL)이 공동 개발한 창고제어시스템(WCS) 플랫폼 ‘오르카(ORCA)’가 있습니다.
물류센터 안에는 보관 설비, 이송 장비, 피킹 로봇 등 다양한 제조사의 장비가 동시에 움직입니다. 문제는 각 장비가 제각기 잘 작동하는 것만으로는 전체 운영이 안정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어느 한 구간이라도 흐름이 끊기면 병목이 생기고, 전체 효율은 급격히 떨어집니다.
오르카는 이러한 여러 설비를 하나의 구조로 연결하고 조율하는 통합 제어 플랫폼입니다. 작업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실제 작업으로 변환한 뒤, 각 설비의 상태와 우선순위에 따라 동선과 작업 순서를 실시간으로 조정합니다. 특히 어댑터 인터페이스 구조를 통해 서로 다른 제조사의 설비도 동일한 방식으로 연결할 수 있어, 설비 변경이나 확장에도 유연하게 대응합니다. 즉, 오르카는 장비를 움직이는 단순 시스템이 아니라, 물류의 전체 흐름을 최적화하는 ‘통합 운영 구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혁신성은 장비 제어를 넘어 ‘직관적인 환경 설계’ 기능에서도 드러납니다. 복잡한 코딩 없이 드래그 앤 드롭(Drag & Drop) 방식의 캔버스(Canvas) 인터페이스를 통해 물류 설비를 손쉽게 배치할 수 있습니다.
안정헌 팀장은 오르카의 차별점에 대해 “물류 자동화를 장비 중심이 아니라 창고 환경과 운영 흐름 중심으로 풀어냈다는 점”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실제 물류 현장에서 체감되는 효율은 개별 설비의 속도보다, 서로 다른 설비를 얼마나 잘 조율하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특정 구간에 작업이 몰리면 이를 분산하고, 유휴 구간은 줄이면서 동일한 면적 안에서도 처리량과 공간 활용도를 함께 높일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결국 현대글로비스가 제시하는 물류 자동화의 핵심은 고객 현장에 맞는 물류 흐름을 설계하고, 이를 흔들림 없이 운영할 수 있는 무인 체계를 구축하는 데 있습니다. 안정헌 팀장 역시 “현재 가장 중점적으로 고도화하고 있는 부분은 설비 자체보다 운영 신뢰성”이라고 강조합니다. 자동화 설비를 도입하면 곧바로 무인화가 될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예외 상황이 끊임없이 발생합니다. 물류 자동화의 성패는 그 변수 속에서도 시스템이 멈추지 않고 얼마나 안정적으로 작동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현대글로비스는 이를 위해 자체 연구소인 G-LAB과 물류 현장에서 다양한 실증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보스턴다이나믹스의 하역 로봇 ‘스트레치(Stretch)’를 활용한 하역 자동화 실증, 실내외 공정을 잇는 이동형 플랫폼 ‘모베드(MobED)’ 검토 등 그룹 차원의 로보틱스 기술도 함께 축적하고 있습니다. 어떤 조건에서 문제가 발생하는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학습해 나가는 과정이죠. 중요한 것은 기술의 화려함이 아니라, 이러한 실증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고객이 실제 현장에서 안정적인 자동화 운영을 체감할 수 있도록 만드는 일입니다. 그래야 궁극적인 완전 무인화로 나아갈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됩니다.
이 같은 전략은 현대글로비스의 사업 방향과도 맞물립니다. 현대글로비스는 물류센터 내부 자동화에 그치지 않고, 공급망 전체를 아우르는 디지털 전환에도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이번 AW 2026에서 가시성 플랫폼인 ‘GVIS(Glovis Visibility Platform)’를 공개하고 전면에 내세운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GVIS는 전 세계 완성차 운송 현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해 기후 변화나 전쟁 같은 돌발 변수에도 대체 운송 경로를 확보하게 해줍니다. 해상, 항공, 내륙 운송 등 각 운송 수단이 개별적으로 운영되는 것이 아니라 GVIS라는 하나의 시스템 안에서 실시간으로 관리되기 때문에 가능한 일로, 이를 통해 공급망 전체를 예측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죠.
물류의 다음 경쟁력은 더 빠른 설비가 아니라, 더 잘 연결되고 더 정교하게 조율되는 운영 구조에 있습니다. 현대글로비스가 AW 2026에서 보여준 피지컬 AI는 이 변화를 상징적으로 드러냅니다. 바로 입고부터 출고까지 공정 전체를 하나의 흐름으로 묶고, 시스템이 실시간으로 판단하고 실행하는 구조입니다. 물류가 변수를 피할 수 없는 산업이라면, 앞으로의 경쟁력은 완벽한 설비보다 변화 속에서도 멈추지 않는 운영 시스템에서 나올 가능성이 큽니다. 현대글로비스가 구축하고 있는 피지컬 AI는 바로 그 다음 단계의 물류가 어떤 모습인지 보여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