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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퀴에서 시작되는 움직임, 인휠 모터가 바꾸는 자동차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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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모비스가 개발 중인 인휠 모터는 바퀴 안에 모터를 직접 탑재해 별도의 전달 장치 없이 바퀴를 구동하는 기술이다. 외전형 구조를 적용해 감속기 없이도 높은 토크를 구현하며, 각 바퀴를 독립 제어해 코너링과 미끄러운 노면에서 안정성을 높인다. 기존 구동계가 사라지면서 차량 내부 공간 활용이 자유로워져 PBV와 다목적 무인차량 등 미래 모빌리티의 핵심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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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를 움직이는 힘은 어디에서 시작될까요? 전동화와 자율주행 시대로 접어들면서 자동차의 움직임을 만드는 방식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현대모비스의 인휠 모터는 동력의 출발점을 바퀴 안으로 옮겨 차량의 구조와 제어 방식을 새롭게 정의하고 있습니다. 인휠 모터가 열어갈 미래 모빌리티의 가능성을 살펴봤습니다.

자동차는 끊임없이 진화해 왔습니다. 엔진이 등장하면서 말이 끌던 마차는 자동차로 대체되었고, 전동화 기술은 내연기관을 전기 모터로 바꾸어 갑니다. 최근에는 자율주행과 SDV(Software Defined Vehicle,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가 새로운 변화를 이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혁신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자동차가 움직이는 방식입니다.

우리는 흔히 자동차의 성능을 엔진이나 모터의 출력으로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자동차를 움직이는 것은 에너지를 바퀴까지 전달하는 시스템입니다. 아무리 강력한 힘을 만들어도 이를 효율적으로 전달하지 못하면 원하는 움직임을 구현할 수 없습니다. 자동차 산업이 100년 넘게 발전해 오는 동안 동력을 만드는 기술 못지않게 전달하는 기술이 중요했던 이유입니다.

그렇다면 자동차의 동력은 어디에서 시작될까요? 그리고 앞으로도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움직일까요? 현대모비스가 개발하고 있는 ‘인휠 모터(In-Wheel Motor)’는 이러한 질문에서 출발합니다. 문자 그대로 바퀴 안에 모터를 직접 탑재하는 기술로, 얼핏 보면 모터의 위치만 바뀐 것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인휠 모터는 부품의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자동차 구조와 제어 방식, 나아가 미래 모빌리티의 가능성 자체를 바꾸는 기술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아직 양산 전 신뢰성 검증과 상품성 확보를 위한 개발이 진행 중이지만, 승용차부터 PBV, 다목적 무인차량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적용 가능성을 검증하며 미래 모빌리티의 핵심 기술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자동차는 왜 중앙에서 힘을 만들어냈을까?

자동차는 대부분 비슷한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내연기관차는 엔진이 차체 앞이나 뒤에 위치하고 여기서 만든 힘은 변속기와 구동축, 디퍼렌셜을 거쳐 바퀴에 전달됩니다. 전기차 역시 엔진 대신 모터가, 변속기 대신 감속기가 들어갔을 뿐 기본 개념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이러한 구조가 오랫동안 유지된 이유는 명확합니다. 동력원을 차체 중앙에 배치하면 관리와 냉각에 유리하고, 여러 바퀴에 안정적으로 힘을 전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전동화와 자율주행 시대가 열리면서 기존 구조가 새로운 요구사항에 직면하게 됐다는 점입니다. 전기차는 배터리 공간 확보가 중요합니다. 자율주행차는 탑승 공간 활용이 우선시되고요. PBV(Purpose Built Vehicle)는 이동 수단을 넘어 공간 플랫폼으로 진화 중입니다. 자동차 내부 공간의 가치가 높아질수록 기존 구동계가 차지하는 공간은 점점 더 큰 제약 요소가 됩니다.

여기에 더욱 정밀한 차량 제어에 대한 요구도 커지고 있습니다. 기존 자동차는 기계 장치를 활용해 차량의 움직임을 제어했지만, 미래 모빌리티는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움직입니다. 자동차의 구조 자체를 다시 생각해야 하는 시점이 온 것입니다. 인휠 모터는 이러한 문제에 대한 새로운 접근입니다.

바퀴 안으로 들어간 모터


현대모비스 차세대구동시스템개발팀 김종회 책임 연구원은 “기존 전기차는 모터에서 발생한 토크를 감속기와 디퍼렌셜, 드라이브 샤프트를 통해 각 바퀴에 전달하지만 인휠 모터는 각 바퀴 내부에 모터를 직접 넣어 별도의 전달 장치 없이 바퀴를 구동한다”고 설명합니다.

이 차이는 생각보다 큽니다. 기존 구조에서는 모터에서 만들어진 힘이 여러 기계 부품을 거치면서 일정 수준의 에너지 손실이 발생합니다. 마찰과 진동 등 기계적 저항 때문입니다. 하지만 인휠 모터는 동력이 발생하는 위치와 실제 움직임이 구현되는 위치가 거의 동일합니다. 덕분에 구동 효율을 높일 수 있고 응답성도 향상됩니다.

현대모비스 인휠 모터의 특징 중 하나는 외전형 구조입니다. 일반적인 모터는 내부 회전자가 회전하지만, 현대모비스 인휠 모터는 외부 회전자가 회전하는 구조를 적용했습니다. 그래서 감속기가 없어도 높은 토크를 구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인휠 모터가 주목받는 이유는 효율 향상 때문만은 아닙니다. 진짜 변화는 이제부터 시작됩니다.

움직임이 달라지는 순간

자동차를 움직이는 것은 지면과 맞닿은 네 개의 바퀴입니다. 하지만 기존 자동차에서 네 개의 바퀴는 완전히 독립적으로 움직이지 못합니다. 서로 연결된 구동계통 안에서 움직여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인휠 모터는 이 전제를 바꿉니다. 김종회 책임 연구원은 인휠 모터의 가장 큰 특징으로 ‘각 바퀴를 독립적으로 제어할 수 있다는 점’을 꼽았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실제 주행에서 큰 차이를 만듭니다. 대표적인 예가 코너링입니다. 자동차가 코너를 돌 때 바깥쪽 바퀴와 안쪽 바퀴는 서로 다른 회전수를 가집니다. 이때 기존 차량은 브레이크와 디퍼렌셜을 활용해 차량 자세를 제어합니다. 하지만 인휠 모터는 바퀴별로 서로 다른 토크를 전달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급격한 코너에서는 바깥쪽 바퀴에 더 큰 구동력을 전달하고 안쪽 바퀴에는 회생제동을 적용합니다. 결과적으로 차량은 속도를 크게 줄이지 않으면서도 안정적으로 회전할 수 있습니다.


눈길이나 빗길처럼 노면이 미끄러운 환경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존 구조에서는 특정 바퀴가 미끄러질 경우 전체 구동계가 영향을 받습니다. 하지만 인휠 모터는 각 바퀴의 미끄러짐 상태를 개별적으로 감지하고 제어합니다. 접지력이 충분한 바퀴에는 더 많은 힘을 전달하고, 미끄러지는 바퀴는 즉시 통제하는 방식입니다. 이는 단순한 성능 향상이 아니라 자동차가 노면을 이해하고 대응하는 방식 자체가 달라지는 것을 의미합니다.

왜 인휠 모터보다 제어 기술이 중요해질까?

흥미로운 사실은 인휠 모터 기술이 발전할수록, 모터 자체보다 제어 기술의 중요성이 더욱 커진다는 점입니다. 많은 사람이 인휠 모터를 하드웨어 혁신으로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소프트웨어 혁신에 가깝습니다. 네 개의 바퀴가 독립적으로 움직인다는 것은 동시에 네 개의 바퀴를 실시간으로 계산하고 제어해야 한다는 의미이니까요. 기존 자동차에서는 디퍼렌셜과 같은 기계 장치가 수행하던 역할을 앞으로는 소프트웨어가 담당해야 합니다.

김종회 책임 연구원은 “기존의 디퍼렌셜을 통한 기계적 토크 분배 기능이 사라지기 때문에 차량 안정성을 제어 기술로 확보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는 생각보다 훨씬 복잡한 문제입니다. 가속과 감속, 노면 상태, 조향 각도, 차량 자세, 바퀴 회전 속도 등 수많은 정보를 실시간으로 분석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네 개의 바퀴가 각각 다른 상태를 가질 수 있어서 고려해야 하는 변수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납니다.

특히 인휠 모터는 응답 속도가 매우 빠릅니다. 따라서 제어 시스템 역시 같은 수준의 속도로 판단하고 대응해야 합니다. 그래서 현대모비스는 인휠 시스템의 핵심을 단순한 모터 기술이 아니라 ‘모터’와 ‘제어 기술’의 결합으로 보고, 이들 기술을 모두 자체 개발했습니다.

자동차를 넘어 새로운 모빌리티로

인휠 모터가 가장 큰 가능성을 보여주는 분야는 미래 모빌리티입니다. 기존 구동계가 사라지면 차량 내부 공간을 훨씬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 배터리 배치를 최적화할 수 있고 실내 공간도 넓어집니다. 김종회 책임 연구원은 이를 두고 “차량을 이동 수단이 아니라 공간 플랫폼으로 확장할 수 있게 하는 기술”이라고 말합니다.

특히 PBV에서는 이러한 장점이 더욱 크게 나타납니다. 물류 차량과 셔틀, 이동형 오피스, 이동형 상점 등 다양한 목적에 맞춰 차량을 설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구동계가 차지하던 공간이 줄어들면서 차량 내부를 목적에 맞게 보다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고, 이는 미래 모빌리티 활용 범위를 더욱 넓혀줍니다.

인휠 모터의 가능성은 승용차에만 머무르지 않습니다. 현재 현대모비스는 다목적 무인차량과 PBV, 승용차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인휠 모터의 적용 가능성을 검증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현대자동차그룹의 다목적 무인차량(HR-셰르파) 기반 무인소방로봇입니다. 이 로봇은 화재나 폭발 위험이 높은 현장에 사람 대신 투입돼 소방 활동을 수행하도록 개발됐습니다. 위험 지역에서도 안정적으로 이동하고 방향을 정밀하게 제어해야 하는 만큼 높은 기동성과 제어 성능이 요구되는데, 인휠 모터는 이러한 조건을 충족하는 핵심 기술 가운데 하나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이는 인휠 모터가 단순히 승용차의 주행 성능을 향상시키는 기술이 아니라,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특수 목적 모빌리티와 로봇 분야로도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움직임의 자유도를 넓히다

인휠 모터는 새로운 움직임도 가능하게 합니다. 대표적인 예가 ‘제로턴(Zero Turn)’입니다. 제로턴은 차량이 제자리에서 회전하는 기술입니다. 기존 자동차 구조에서는 구현하기 어려웠던 움직임입니다. 하지만 네 개의 바퀴를 각각 독립적으로 제어할 수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이 기술은 좁은 골목에서의 회전이나 복잡한 도심 환경에서의 주차를 더욱 쉽게 만듭니다. 또한 물류 차량이나 건설 장비, 군용 무인차량, 재난 대응 로봇과 같은 특수 목적 모빌리티의 기동성을 높이는 데에도 활용될 수 있습니다. 자동차의 기능 확장을 넘어 움직임의 한계를 넓힌다는 점에서, 인휠 모터는 미래 모빌리티의 핵심기술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현대모비스는 2010년부터 인휠 기술 개발에 도전해 왔습니다. 현재는 승용차와 PBV, 다목적 무인차량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가능성을 검증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미래 모빌리티가 요구하는 새로운 움직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도 남아있습니다. 특히 내구성과 신뢰성, 양산성 확보는 앞으로 넘어야 할 중요한 과제입니다.

인휠 모터가 주목받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단순히 구동계의 효율을 높이는 데 그치지 않고, 자동차가 움직이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가능성을 품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미래 모빌리티 혁신은 거대한 변화가 아니라 바퀴 안에서 시작된 작은 변화에서 출발할지도 모릅니다. 현대모비스가 그리고 있는 인휠 모터의 미래가 앞으로 어떤 새로운 이동 경험으로 이어질지 기대해 봅니다.



사진. 박상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