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이라면 어떤 이름들이 생각나시나요? 브라질의 아마존 밀림, 제주 사려니숲처럼 대개는 땅 위의 숲을 머릿속에 그리곤 합니다. 그렇다면 ‘바다숲’은 어떨까요? 육지의 숲과 달리 바다숲은 낯설게 다가옵니다. 바다숲의 생태적 가치가 육지의 산림보다 결코 뒤처져서가 아닙니다. 단지 바닷속에 감춰져 눈에 보이지 않고, 부를 이름이 없었기에 우리의 기억과 보호의 영역에서 비껴 있었을 뿐입니다.
현대차는 지난 4월 22일 지구의 날을 맞아, 수면 아래 가려져 그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던 바다숲을 조명하는 ‘이름 없는 숲(Forests Without Names)’ 캠페인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다소 생소한 주제임에도 영상은 공개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5,000만 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며 뜨거운 관심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영상은 바다숲을 의인화한 1인칭 스토리텔링으로 시작됩니다. “나는 이름이 없어서 지도에도, 법률에도, 당신의 마음에도 없습니다”라는 고백은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소외됐던 바다숲이 건네는 간절한 메시지입니다. 현대차는 이 메시지를 시작으로, 존재하지만 외면되어 온 바다숲의 가치를 조명합니다. 우리는 오랫동안 육상의 숲에 주목해 왔지만, 바다숲 기반 해양 생태계 역시 지구의 균형을 지탱해온 중요한 축입니다. 특히 최근에는 해조류 등이 탄소를 흡수·저장하는 신규 ‘블루 카본(Blue Carbon)’ 후보군으로 주목받으며 바다숲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바다숲은 다소 생소한 개념이지만, 실은 우리에게 매우 친숙한 해조류 군락을 말합니다. 해류에 일렁이는 해조류의 모습이 마치 바람에 나부끼는 나뭇잎을 연상시킵니다. 현대차가 바다숲에 주목한 이유는 분명합니다. 현대차 탄소중립추진팀 이승훈 책임매니저는 바다숲 조성이 탄소 흡수원 확대와 해양 생태계 보전,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현실적이고 지속 가능한 해법이라고 강조합니다.
“해조류에 주목한 이유는 탁월한 탄소 흡수 효율성에 있습니다. 놀랍게도 해조류는 육상 산림 대비 단위 면적당 탄소 저장 효율이 매우 높습니다. 한국수산자원공단의 ‘바다숲 사업 성과’ 현황에 따르면 1km²의 바다숲은 연간 337톤의 CO₂를 흡수할 수 있습니다. 울산 해역에 조성 중인 약 3.96km² 규모의 바다숲은 연간 약 1,300톤의 탄소 감축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됩니다.”
해조류 블루 카본이 주목받는 이유는 단지 탄소 흡수 효율성 때문만은 아닙니다. 해조류는 우리 지구의 가장 중요한 생태계 자산이기도 합니다. 건강한 해조류 군락은 해양 생태계의 중요한 1차 생산자로 해양 생물에게 서식처와 먹이를 제공해 생물 다양성과 생체량 증대에 기여합니다.
더불어 육지에서 유입되는 비료나 산업폐수로 인해 과도해진 질소와 인 등의 영양염류를 흡수해 해수의 부영양화*도 완화합니다. 이러한 기능은 수산자원 회복에 기여하고 지속 가능한 어업 환경 조성의 기반이 됩니다. ‘바다 사막화’라고도 불리며 암반 지역이 석회 조류로 하얗게 변하는 ‘갯녹음’ 현상을 예방할 수 있는 것 또한 해조류가 가진 힘입니다.
*부영양화(富營養化, eutrophication): 연안에 영양염류(질소, 인 등)가 과도하게 쌓여 식물플랑크톤 등의 조류가 급격히 번식하면서 바닷물이 탁해지고, 물속 산소가 고갈되어 해양 생태계가 파괴되는 현상
현대차는 해조류가 품은 푸른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울산에서 첫걸음을 뗐습니다. 바다숲 조성 사업은 2023년 5월 해양수산부, 한국수산자원공단과 체결한 ‘해조류 블루 카본 개발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에서 출발했는데요. 이어 2024년 울산에서 ‘바다숲 조성사업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까지 연달아 맺었습니다. 현대차는 유관 기관과 긴밀한 협력을 바탕으로 울산 해역에 민간기업 최초로 바다숲을 성공적으로 일구어냈습니다.
현대차가 주도한 ‘바다숲 이름 짓기’ 이니셔티브는 단순한 캠페인을 넘어 대외적 성과로 이어졌습니다. 세계 최초로 바다숲에 고유한 명칭을 부여한 데 이어, 주요 지도 플랫폼에 바다숲이 정식 등재된 것입니다. 현대차가 울산 동구 해역에 조성한 바다숲과 울릉군의 천연 해조류 군락지는 각각 ‘울림 바다숲(Ullim Sea Forest)’과 ‘통구미 천연 바다숲(Tonggumi Sea Forest)’이라는 공식 이름으로 카카오맵에 등록되었습니다. 그동안 수면 아래 가려져 보이지 않던 바다숲이 마침내 공공 영역에서 명확한 ‘장소’로 인정받게 된 것입니다.
이러한 혁신적인 시도는 기업 캠페인을 넘어 국가적 의제로 확장되었습니다. 해양수산부는 올해 열린 ‘제14회 바다식목일 기념식’에서 새로운 프로젝트인 ‘바다숲, 이름을 더하다’를 발표했습니다. 바다숲에 고유한 이름을 붙여주는 행위가 결국 실질적인 생태계 보호로 이어진다는 현대차의 이니셔티브가 공공 정책으로 연결된 것입니다. 앞으로도 현대차는 해양수산부와 긴밀하게 협력해 건강한 해양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앞장설 계획입니다.
바다숲은 해양 생태계에서 생산성이 높은 생태계 중 하나지만 기후변화에 따른 수온 상승으로 해조류 군락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습니다. 현대차는 바다 생물이 살기 어려워지는 환경을 개선하고, 바다숲의 개체 수를 늘리기 위해 크게 4단계로 바다숲을 조성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 단계는 ‘조식동물 제거’입니다. 성게, 소라, 군소 등 해조류를 주식으로 하는 조식동물은 해양 생태계의 구성원이지만, 초기 바다숲 조성 시에는 해조류의 성장을 방해하는 요소가 되기도 합니다. 제거 작업 때는 무엇보다 생태계 균형을 고려해 개체 수를 조절하며 해조류가 안정적으로 뿌리내릴 환경을 만듭니다.
두 번째 단계는 ‘갯닦기’입니다. 농부가 밭을 갈 듯, 해조류가 자랄 터전을 마련하는 과정입니다. 수온 상승으로 인해 암반을 뒤덮은 석회조류를 고압 분사기로 제거해 해조류가 바위에 단단히 붙어 자랄 수 있는 깨끗한 암반 환경을 조성합니다.
세 번째 단계는 준비된 암반에 해조류를 직접 심는 ‘해조류 직접 이식’입니다. 단순히 종자를 뿌리는 방식을 넘어 자연 암반을 천공한 뒤 이식체를 부착하는 정밀한 기술이 사용됩니다. 전문가들이 해조류의 특성과 암반 조건을 고려해 최적의 위치에 해조류를 심어 생존율을 극대화합니다.
네 번째 단계는 ‘모조 주머니(포자주머니) 시설’입니다. 해조류의 자연 번식 과정을 모방해 해조류의 씨앗, 포자가 담긴 주머니를 수중에 설치합니다. 이는 인간의 개입을 최소화하면서 스스로 성장하는 지속 가능한 바다숲을 만들기 위한 과정입니다.
현대차의 바다숲 사업은 생물학적·공학적 기술이 결합된 고도의 생태 복원 과정으로, 단순히 숲을 조성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연이 스스로 치유력을 회복해 자생하도록 기술의 지향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현대차의 시선은 이제 전 세계의 바다숲으로 향합니다. 지리상으로 바다를 대서양, 태평양 등으로 구분하지만 전 세계는 하나의 바다를 공유하고 있죠. 현대차는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바다숲 보호를 이어 나가기 위해 ‘글로벌 바다숲 지도와 이름 짓기’ 캠페인을 떠올렸습니다. 보이지 않는 바다에 이름을 부여하고 지도에 표시함으로써, 사람들의 인식 속에 바다숲이 자리 잡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입니다.
‘이름 없는 숲’ 웹페이지에 실린 글로벌 바다숲 지도는 우리가 흔히 보아온 일반적인 지도와는 사뭇 다릅니다. 대륙 대신 바다를 지도의 한가운데에 배치했기 때문입니다. 현대차 브랜드커뮤니케이션팀 김희준 책임매니저는 “글로벌 바다숲 지도는 단순한 위치 정보를 넘어,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기준 자체를 바꿔보자는 하나의 제안”이라고 설명합니다.
“기존 세계지도는 대륙과 국경, 그러니까 ‘육지의 질서’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보니 바다는 자연스럽게 배경처럼 인식되어 왔습니다. 그래서 이번 캠페인에서는 육지 중심의 시선에서 벗어나 ‘바다와 바다숲을 하나의 장소이자 중요한 공간으로 바라보자’는 메시지를 담았습니다.”
글로벌 바다숲 지도 프로젝트는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 깊이 각인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작명부터 정성을 기울였습니다. 이름 후보군을 선정하고, 웹페이지 내에서는 글로벌 이름 투표가 진행되었죠. 마침내, 호주 시드니 연안의 한 바다숲이 ‘양가 포레스트(Yanggaa Forest)’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었습니다.
양가(Yanggaa)는 호주 원주민 언어인 다라왈(Dharawal)어로 ‘바닷가재(crayfish)’를 뜻합니다. 해당 해역에서 생태계 균형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종의 이름을 따왔습니다. 양가(Yanggaa)와 함께 단지(Dhanj), 쿠지 켈프(Coogee Kelp)가 투표 후보로 제안됐습니다. 단지(Dhanj) 역시 다라왈어로 ‘물고기’를 뜻하고, 쿠지 켈프(Coogee Kelp)는 해당 바다숲이 위치한 지역명입니다.
김희준 책임매니저는 캠페인 기획 당시 보편적 공감대와 지역적 특성을 동시에 전달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고려했다고 말합니다. “언어나 문화가 달라도 ‘이름이 없는 존재는 쉽게 잊히고, 잊힌 존재는 보호받기 어렵다’는 감정과 구조는 보편적으로 이해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복잡한 환경 담론을 앞세우기보다, ‘이름을 붙인다=존재를 인정한다’는 아주 단순한 메시지로 접근했습니다.”
글로벌 바다숲 지도에는 위성 기반 관측으로 확인한 해조류 분포 위치는 물론 수온, 수심, 물속 산소량, 햇빛이 물속에 닿는 깊이, 염도, 영양 요소 등 바다숲 형성에 영향을 주는 다양한 해양 환경 데이터가 함께 반영되어 있습니다. 또한 보호 구역 지정 여부와 복원 활동 진행 현황 같은 관리 정보도 함께 담아, 바다숲의 상태를 보다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이렇게 축적한 지도 데이터는 해조숲 복원 관련 글로벌 협의체 ‘켈프 포레스트 얼라이언스(Kelp Forest Alliance)’에 공식 이관돼 연구, 모니터링, 보전 활동에 활용될 예정입니다.
현대차가 바다와 관계를 맺는 방식은 바다숲 조성 사업을 넘어 훨씬 다각적으로 전개되고 있습니다. 현대차는 2021년부터 해양 보호 비영리단체 ‘헬시 씨즈(Healthy Seas)’와 파트너십을 맺고 한국과 유럽, 미국 등 전 세계 10개국에서 약 320톤의 해양 폐기물을 수거했습니다. 수면 위를 떠다니는 폐어망 등의 폐기물을 제거하면 햇빛 투과량이 늘어나고, 이는 바다숲의 광합성과 해양 생태계 회복에 도움을 줍니다.
수거된 폐어망 일부는 슬로베니아 아쿠아필(Aquafil) 공장에서 고품질 재생 나일론 원사로 재탄생합니다. 이 소재는 아이오닉 5, 6, 9을 비롯해 캐스퍼 일렉트릭, 싼타페 등 유럽 내 판매 차종의 바닥 매트 제작에 일정 부분 투입됩니다. 또한, 현대차는 전 세계 4,800여 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플로깅 레이스를 비롯한 해양 보전 교육을 운영하며 미래 세대의 인식 변화에도 힘쓰고 있죠.
현대차에게 해양 생태계 보전은 추상적인 슬로건이 아닙니다. 지속 가능한 모빌리티 제조라는 본연의 역할을 넘어, 생태계 복원과 자원 재활용, 교육에 이르기까지 실질적인 행동으로 미래 세대를 위한 지속 가능한 내일을 설계하는 일입니다.
여전히 바다 어딘가 이름 없이 존재하는 수많은 바다숲이 있습니다. 바다숲에 이름을 짓고 지도 위에 그 존재를 새기는 과정은, 결국 우리가 바다를 소중한 공동체로 인식하도록 돕는 이정표가 됩니다. 현대차는 앞으로도 이름 없는 숲들이 지속 가능한 미래를 여는 원동력이 될 수 있도록 더 많은 이들과 함께 푸른 바다의 가치를 지켜나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