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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G AX 키비주얼 HMG AX 키비주얼

현대차그룹이 AI를 경쟁력으로 만드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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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이 AI 전환(AX)을 본격화하며 연구개발·생산·서비스 전반에서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2018년 디지털 전환(DX) 선언 이후 협업 플랫폼 도입과 글로벌 데이터 파이프라인 구축, 사내 특화 AI 플랫폼 'H Chat Pro' 개발을 통해 전 직원의 약 80%가 AI를 활용하는 환경을 조성했다. 충돌안전 AI 어시스턴트는 시험 자료 검색 시간을 90% 단축했고, 생산라인의 AI 자동화 인식 서비스는 전 세계 약 70개 현장에서 연간 52.4억 원의 비용 절감 효과를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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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기업보다 더 IT 같은 기업’을 선언했던 현대차그룹이 그동안 추진해 온 전사적 디지털 전환 과정과 AX(AI Transformation) 성과를 공개했다. 신차 개발 업무부터 제조, 서비스, 고객 채널 관리에 이르기까지 완성차 전 밸류체인에서 AI를 활용해 업무에 혁신을 가져온 주요 사례들을 소개한다.

현대차그룹 ICT담당 진은숙 사장

AI 열풍이 확산되면서 기업들의 관심도 ‘AI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에는 업무와 조직 전반에 AI를 적용해 경쟁력으로 연결하는 AX(AI Transformation)가 주요 화두로 떠오르는 분위기다. 이 가운데 현대자동차그룹은 DX(Digital Transformation)를 통해 축적한 혁신 경험을 바탕으로 AX를 본격화하며 새로운 업무 방식을 만들어가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8월 12일 양재사옥에서 그동안 AX를 추진해 온 여정을 소개하고, 실제 업무에 AI를 어떻게 적용하고 성과를 내고 있는지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ICT담당 진은숙 사장은 이날 환영사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AI는 분명 중요한 기술이지만 결국 기업이 활용해야 하는 도구입니다. 중요한 건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새로운 기술을 얼마나 빠르게 이해하고 업무와 사업에 적용해 조직 경쟁력으로 내재화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현대차그룹 디지털 전환과 AI 전환 혁신을 설명하는 인포그래픽

현대차그룹은 지난 2018년 ‘IT 기업보다 더 IT 같은 기업’으로의 전환을 선언한 이후 글로벌 협업 혁신과 데이터 중심 경영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목표로 전사적인 DX 전략을 추진했다. 이는 임직원들의 일하는 방식에 혁신을 가져오고, 사내 조직끼리 데이터를 자유롭게 공유하고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등 AI를 업무에 도입할 수 있는 기반이 됐다. 현대차그룹의 DX·AX 여정 중 가장 의미 있었던 3가지 변곡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일하는 방식의 전환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라(Jira)·두레이(Dooray)·컨플루언스(Confluence) 등의 협업 플랫폼과 Microsoft 365를 2022년부터 도입해 임직원들의 일하는 방식을 바꿔 나갔다. 특히 국가 핵심기술 보안 규정으로 외부 협업 도구를 쓸 수 없었던 자율주행·수소 등의 연구개발 조직까지 정부 부처의 신속한 가이드라인 제정을 통해 동일한 플랫폼을 도입했다. 이를 통해 가장 크게 변화한 것은 조직 간 협업이 한층 원활해졌다는 점이다. 전사적으로 정보와 지식을 공유하고 협업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면서 필요한 정보를 더 빠르게 찾고 활용할 수 있게 됐으며, 부문 간 경계를 넘어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업무 문화도 자연스럽게 확산됐다.


둘째, 글로벌 데이터 파이프라인(Global Data Pipeline) 구축이다. 현대차그룹은 연구개발·생산·품질·판매 등 완성차 전 밸류체인에 흩어져 있던 데이터를 표준화하고 유기적으로 연결했다. 이를 통해 개발 정보는 생산과 품질 관리에 활용되고, 판매 현장의 데이터는 다시 개발 과정에 반영되는 선순환 체계가 구축됐다. 데이터가 끊김 없이 연결되는 환경을 만든 것은 AI를 업무 전반에 적용하고 확장할 수 있는 핵심 기반이 됐다.

생성형 AI를 활용하는 모습


셋째, AX의 실행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자체 개발한 사내 특화 AI 플랫폼 ‘H Chat Pro’를 구축해 보안이 확보된 환경에서 챗GPT, 제미나이, 클로드 등 외부 생성형 AI를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 7월 기준으로는 전 직원의 약 80%가 H Chat Pro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정의선 회장을 비롯한 현대차그룹의 경영층도 직접 바이브 코딩 교육을 받고 협업 플랫폼으로 업무 보고를 받는 등 디지털·AI 기반 업무 방식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 AI 활용이 특정 조직에 국한되지 않고 조직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었던 배경이다.

현대차그룹 AX 성과 공유회 행사 모습


협업 체계 구축과 데이터 연결, AI 활용 환경이 갖춰지면서 AX는 실제 업무 현장에서도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개발자가 아닌 일반 임직원들도 업무에 필요한 AI 에이전트를 직접 만들어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변화는 실제 현장에서 어떤 성과로 이어지고 있을까? 현대차그룹의 R&D·제조·서비스·고객 경험 부문에서 나타난 대표적인 AI 혁신 사례를 살펴봤다.


1. 충돌안전 AI 어시스턴트

충돌안전 AI 어시스턴트 인포그래픽

현대차그룹 남양기술연구소에서는 매년 약 600건의 충돌시험이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시험 결과와 이미지, 분석 자료 등 방대한 데이터가 생성되지만, 담당자마다 자료를 정리하는 방식이 달랐고 저장 위치도 제각각이었다. 과거 시험 자료를 찾으려면 여러 내부 시스템을 검색하거나 담당자에게 직접 문의해야 했고,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됐다. 또한 담당자가 퇴직하거나 자리를 옮기면 체계적으로 축적되지 않은 경험과 노하우도 함께 사라지기 일쑤였다. 이로 인해 신규 인력이 업무를 익히고 전문성을 확보하는 데도 적지 않은 어려움이 있었다.

충돌 시험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안전성능선행개발팀 이신선 책임연구원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AI를 활용했다. 출발점은 “우리가 가진 데이터를 활용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질문이었다. 생성형 AI의 발전을 접하며 가능성을 확인한 그는 사내에서 지원하는 코딩 에이전트를 활용해 직접 솔루션 개발에 착수했다. 처음부터 거창한 시스템을 만들기보다 흩어진 시험 결과와 이미지, 분석 자료를 한곳에서 통합 검색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데 집중했다. 이후에는 현업에서 자주 겪는 불편사항을 지속적으로 반영하며 시스템의 활용성과 완성도를 높여갔다.

충돌안전 AI 어시스턴트의 모습

시스템을 구축한 뒤에는 AI 에이전트의 성능을 높이기 위한 고도화 작업도 이어졌다. 기존 PPT 시험 보고서의 모든 슬라이드를 이미지로 바꿔 AI가 텍스트·표·그래프 등을 한꺼번에 읽어내는 멀티모달 분석을 적용한 것이 대표적이다. 아울러 일반 검색 방식의 정보 누락을 피하기 위해 키워드별로 700개의 종합 분석 보고서를 위키 형태로 미리 만드는 사전 생성 방식을 적용했다. 마지막으로 자동차 충돌안전 분야에 대한 본인의 전문 지식을 30페이지 분량의 프롬프트로 체계화해 AI에 반영했다. AI가 숙련된 충돌안전 엔지니어 수준의 맥락을 이해하고 답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이렇게 완성된 충돌안전 AI 어시스턴트의 핵심 기능은 두 가지다. 자연어로 질문하면 내부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답변을 생성하고 관련 원본 보고서 링크까지 제공하는 기능, 그리고 보고서를 분석해 핵심 질문과 답변을 자동으로 정리해주는 기능이다. 신규 보고서 초안도 AI가 작성해 담당자는 검토·보완에 집중할 수 있고, 빛이 번지거나 반사돼 판독이 어려운 시험 이미지는 AI 이미지 생성 기술로 보정해 유용한 데이터로 축적할 수 있도록 했다. 

충돌시험에서 AI를 제어하는 모습

충돌안전 AI 어시스턴트는 실제 업무에 도입된 이후 빠르게 활용되고 있다. 별도의 앱을 설치할 필요 없이 웹 브라우저에서 바로 쓸 수 있어 충돌안전 분야 담당자라면 누구든 쉽게 사용할 수 있었고, 4개월간 2,000여 건의 질문이 쏟아졌다. 연구원들은 관련 사례 탐색과 분석 자료 검토에 소요되던 시간을 약 90% 단축할 수 있었고, 이를 통해 분석 결과 검토, 설계 개선, 시험 전략 수립 등 보다 전문성이 높은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이신선 책임은 개인의 경험에 머물던 지식이 조직의 자산으로 바뀌고 있다면서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예전에는 숙련자의 과거 경험에 의존해 판단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이제는 데이터를 근거로 빠르게 검증할 수 있다는 게 현업에서 체감하는 가장 실질적인 변화입니다.” 


지금도 그는 답변의 정확성과 근거를 지속적으로 검증하며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있다. “충돌시험은 많은 비용과 시간이 필요한 만큼, 시험의 효율을 높이고 안전 성능을 더 정교하게 예측하는 방법을 계속 고민할 계획입니다.”

2. AI 자동화 인식 서비스

생산 라인에서 차량을 검사하는 모습

현대차그룹 공장의 생산라인에서는 차량 식별번호(VIN)를 기준으로 사양과 생산 정보를 관리한다. 생산 과정에서는 시스템에 등록된 정보와 실제 차량의 식별번호가 일치하는지 확인하는 절차가 필수적이다. 기존에는 작업자가 시스템상의 사양 정보만으로 일치 여부를 판단하거나, 육안으로 대조하는 방식이었다. 때문에 공정이 복잡해질수록 실물 차량과 사양 정보가 어긋나는 경우가 간헐적으로 발생해 오조립의 가능성이 존재했다. 

이에 현대차그룹은 일부 국내 공장에 차량 식별번호를 자동으로 인식하는 서비스를 개발해 소규모로 적용하기 시작했다. 공정별 특화 데이터로 AI 모델을 학습시키고, 개별 서버에서 데이터를 관리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곧 한계에 직면했다. 기술을 적용한 현장은 점차 늘어나는 추세였으나, 각 공장과 라인별로 개별 모델과 서버를 운영하고 있어 통합 관리가 어려웠고 유지보수의 부담이 커진 것이다. 

AI 자동화 인식 서비스 인포그래픽

비전AI분석팀 권오현 매니저는 이러한 한계를 해결하기 위해 국내외 공장에서 쓰던 차량 식별번호 자동 인식 서비스의 구조 자체를 바꾸는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해법은 두 갈래였다. 먼저 전 공장의 데이터를 통합 학습하고, 어떤 인프라에서도 동작하는 단일 모델을 구성해 관리 포인트를 하나로 모았다. 추론 인프라를 AWS(아마존 웹 서비스) 클라우드로 이관해 대규모 동시 요청도 지연 없이 처리할 수 있는 API도 새롭게 구축했다. 

그 결과 하나의 AI 모델로 여러 공장을 안정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체계가 구축됐다. 차량과 등록 정보가 일치하지 않을 경우 즉시 확인할 수 있어 오조립 가능성을 대폭 줄였고, 공정별 처리 현황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게 됐다.

AI 자동화 인식 시스템

현재 AI 자동화 인식 서비스는 국내 현대차그룹 전 공장은 물론 미국 HMGMA와 유럽·인도·아태 권역 등 전 세계 공장 내 약 70개 현장의 운영 포인트에서 활용되고 있다. 차량 정보 확인 과정이 자동화되면서 불필요한 작업 중단 시간이 줄었고, 그룹 전체 기준 연간 약 52.4억 원의 비용 절감 효과를 거두고 있다.

글로벌 생산 현장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AI 자동화 인식 서비스는 앞으로 활용 범위를 더욱 넓혀갈 예정이다. 권오현 매니저는 현재 구축한 인프라를 기반으로 다양한 제조 현장에 AI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차량 식별번호 인식은 대부분의 생산 공정에서 활용할 수 있는 만큼 적용 범위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이미 구축한 AI 자동화 인식 서비스 인프라를 활용해 다양한 품질 검사 영역의 이미지 인식 모델까지 통합 서비스로 제공할 계획입니다.” 

3. 대차 정렬 최적화 기술

자동차 생산 라인

자동차 생산 라인에서는 부품을 조립 라인에 공급하는 ‘대차(Transfer Cart)’가 핵심 역할을 한다. 특히 자동차 제조처럼 동일한 공정의 제품을 로트(Lot) 단위로 묶어 생산하는 방식에서는 대차가 한 방향으로만 이동하고 정해진 지점에서만 방향을 바꿀 수 있다. 따라서 생산을 원활하게 진행하려면 여러 대기열에 대차를 미리 효율적으로 배치해두는 것이 중요하다. 각 대기열이 동일한 종류의 대차로 구성된 상태를 현장에서는 ‘안정화된 상태’라고 부른다. 이런 상태가 유지돼야 필요한 부품을 적시에 공급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설비 오류나 시스템 로직의 한계 등 낮은 확률로 예측 불가능한 대차 이동이 발생하면 이 안정된 대기열이 무너진다는 데 있다. 특히 한 번 흐트러진 대기열을 원래 상태로 되돌리는 과정은 까다롭다. 생산 라인을 멈춘 뒤 대차의 이동 경로를 다시 계산해 정렬해야 하는데, 대차 수가 늘어날수록 경우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이다. 또, 작업자의 숙련도와 라인 복잡도에 따라 복구에 최소 10분에서 최대 50분까지 걸리기도 한다. 이는 그대로 생산 시간의 손실로 이어진다. 

대차 정렬 최적화 기술을 설명하는 인포그래픽

최적화분석팀 박철웅 책임매니저는 이를 최단 이동 순서를 찾는 ‘경로 찾기(Pathfinding)’ 문제로 접근했다. 기존 탐색 알고리즘에 AI 기반 강화학습을 결합해 수많은 경우의 수를 일일이 계산하는 대신, AI가 스스로 최적의 이동 경로를 찾도록 한 것이다. 

대차 정렬 최적화 기술의 성능과 안정성은 복잡한 실제 생산 현장에서 검증을 마치기도 했다. 특히 차체 좌우 패널을 결합하는 사이드-컴플리트 공정에서는 기술 개발 당시 테스트했던 12대의 대차 환경보다 2배 이상 늘어난 28대의 대차 운영 조건을 극복하고 안정적인 동작 성능을 검증했다. 참고로 28대의 대차 운영 환경에서는 대차의 배치 순서에 문제가 생길 경우 고려할 경우의 수가 수백만 개 수준까지 늘어난다. 여기에 대차의 단방향 이동, 투입·배출 지점에서의 분기 가능성 같은 실제 생산 라인의 물리적 제약 조건도 그대로 반영했다. 


대차 정렬 상태를 비교한 사진

박철웅 책임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프로그램 내부 구조를 개선해 연산 속도를 높이고, 탐색 알고리즘을 세밀하게 재조정했다. 그 결과, 제한 시간 안에 99% 확률로 최적 경로를 찾아낼 수 있었고, 대차 수가 늘어 문제 복잡도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지는 상황에서도, 평균 3초, 최대 7초 안에 대차 정렬에 필요한 계산을 마칠 수 있었다. 이 방식은 기아 화성2공장의 실제 조립 라인을 모사한 환경에서 검증을 거쳤다. 

대차 정렬 최적화 기술을 실제 공장의 생산 라인에 적용한 결과 불필요하게 작업이 중단되는 시간은 약 86% 줄었고, 단일 공정 기준으로 연간 0.4억 원 규모의 비용 절감 효과가 나타났다. 무엇보다 작업자의 경험에 의존하던 정렬 과정이 자동화되면서 복잡한 상황에서도 일관된 의사결정이 가능해졌다. 작업자의 부담을 줄이고 생산 라인의 안정성도 높인 것이다.

“수많은 시뮬레이션과 검증을 거쳐 개발한 기술이 실제 생산 현장에서 효과를 내는 모습을 확인했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박철웅 책임매니저의 말이다. 이 기술은 특정 라인에 국한되지 않고 유사한 구조를 가진 다양한 생산 공정에도 적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활용 가능성이 크다. 최적화분석팀은 앞으로 적용 공장과 공정을 확대하는 한편, 생산 현장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최적화 과제를 AI로 해결하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모색할 계획이다.

4. 제조 특화 AI 에이전트 생태계 ‘E-FOREST: POLARIS’

E-FOREST: POLARIS를 설명하는 인포그래픽

이제 일상에서 업무 효율화를 위해 개인용 AI 에이전트를 구축해 실제 업무에 도입하는 풍경은 낯선 일이 아니다. 이런 흐름은 자동차 제조 현장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품질·생산·설비·물류 등 영역마다 사용하는 시스템과 데이터가 달라 AI 에이전트를 개발하고 운영하는 데 적지 않은 어려움이 있었다. 여기에 현장의 노하우를 AI 에이전트로 구현하려면 개인이 별도의 개발 지식과 역량까지 갖춰야 한다는 진입장벽도 존재했다. 

제조AI기술개발팀 임용택 책임매니저는 AI 에이전트를 실제 제조 현장에 적용하기 위해 *AI 에이전트 오케스트레이션, *Text2SQL, *온톨로지 기반 지식그래프 등 7개 핵심 기술을 연구해 왔다. 이를 바탕으로 제조 특화 AI 에이전트 생태계인 ‘E-FOREST: POLARIS’를 구축했다.


*AI 에이전트 오케스트레이션: AI 에이전트 간의 원활한 협업에 도움이 되는 구조화된 프로세스

*Text2SQL: 사람이 쓰는 일상 언어(자연어) 질문을 데이터베이스에서 쓰는 컴퓨터 언어(SQL)로 바꿔주는 기술

*온톨로지 기반 지식그래프: 특정 분야의 개념과 관계를 논리적으로 정의한 설계도(온톨로지) 위에 실제 데이터를 연결해 저장한 지식 체계

E-FOREST: POLARIS

임용택 책임은 PoC(Proof of Concept, 개념 검증) 단계의 에이전트와 실제 양산 가능한 에이전트 서비스는 완전히 다르다고 설명했다. “요즘 AI 툴로 시범 에이전트를 빠르게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수백 명이 매일 쓰는 양산 환경에 알맞은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일입니다.” 


사내 보안 기준과 시스템 안정성, 수천 개의 레거시 데이터베이스와의 연결성, 그리고 대규모 실제 데이터를 처리하면서도 유지해야 하는 정확도와 성능까지. E-FOREST: POLARIS는 이러한 과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E-FOREST: POLARIS

E-FOREST: POLARIS는 품질·생산·설비·물류 등 제조 전 영역에서 각 조직이 자기 업무에 맞는 에이전트를 직접 만들어 검증하고, 실제 서비스로 운영하기까지의 전 과정을 지원하는 ‘제조 AI 에이전트 생태계’다. 이미지와 영상을 포함한 멀티모달 분석까지 지원하고, 제조 전 영역이 하나의 에이전트 시스템 안에서 협업할 수 있다는 점이 기존의 시도와 다른 부분이다. 이를 통해 현장 엔지니어의 노하우가 AI 에이전트 형태로 축적되고 공유되면서, 특정 개인에게 의존하던 업무 역량을 조직 전체가 활용할 수 있게 된다. 

현대차그룹 울산 신공장

E-FOREST: POLARIS는 지난해 10월 Alpha 0.5 단계에서 기술 적용 가능성을 검증한 데 이어, 올해 6월부터 Beta 0.7 단계에 돌입했다. 현재는 보안 체계 구축과 협업 환경 정비, AI 자산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올 하반기 울산 EV 신공장에 Official 1.0 버전을 처음 적용한 뒤 단계적으로 범위를 확대해, 2027년 하반기 현대차그룹 전 공장에 도입하는 것이 목표다. 

임용택 책임매니저는 “AI 에이전트 기술로 실제 현장을 바꾸는 경험이 이 일의 가장 큰 매력”이라며 “연구 결과가 실제 제조 현장에서 동작하는 모습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보람”이라고 말했다.

5. AI 정비 지원 서비스

현대차그룹 차량이 정비를 받고 있는 모습

차량이 정비소에 들어오면, 정비사는 고장 증상을 확인하고 매뉴얼을 참고해 원인을 파악한 뒤 수리 여부를 판단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각종 이상 코드를 확인하고 관련 매뉴얼과 기술 자료, 과거 사례까지 일일이 찾아야 해 시간이 오래 걸렸고, 정비사의 경험과 숙련도에 따라 진단의 일관성에도 차이가 있었다. 특히 신차 출시나 신규 기능 적용 시 관련 정보를 학습하고 정비 현장에 반영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해 신속한 고객 대응에도 어려움이 있었다.

글로벌승용서비스팀 박승혁 책임매니저는 생성형 AI 열풍이 본격화되기 전부터 LLM(대형 언어 모델)의 가능성에 주목해 AI 정비 지원 서비스 개발을 준비했다. 자동차 정비 서비스 분야에서는 전례를 찾기 어려운 시도였던 만큼, 데이터 학습 체계부터 정비 현장에 적합한 UI, AI 답변 품질 개선 방식까지 모든 과정을 새롭게 설계해야 했다.

AI 정비 지원 서비스를 설명하는 인포그래픽

이렇게 완성된 AI 기반 정비 지원 서비스는 차량의 오류 코드나 증상을 입력하면 관련 매뉴얼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원인과 대응 방안을 즉시 제시한다. ‘기름 냄새가 나’, ‘엔진에서 갈리는 소리가 나’ 같은 증상 설명은 물론, ‘고전압 배터리 교체 절차 알려줘’와 같은 정비 관련 질문도 자연어로 입력할 수 있다. AI가 맥락을 이해해 정확한 진단 정보와 정비 가이드를 제공한다.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데이터베이스와 연동해 전 세계 차량 정보와 과거 정비 기록, 실시간 오류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지역과 관계없이 보다 일관된 품질의 정비 서비스를 지원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또한 차량 데이터와 기술 정보 매뉴얼, 각종 정비 시스템을 유기적으로 연계할 수 있으며, 진단기의 차량 제어 기능과 연동할 수도 있다. 

AI 기반 정비 지원 서비스 어플리케이션

정비 현장에 AI 기반 정비 지원 서비스를 도입한 결과 정비 대응 시간은 42% 이상 단축됐고, 초기 진단 정확도가 오르면서 고객 만족도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미국 딜러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시작해, 올해 6월부터는 유럽·아태·중남미·아프리카·중동 등 글로벌 지역으로 확대했고, 연말까지 6,000여 개 딜러와 4만 명 이상의 정비사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박승혁 책임매니저는 AI 기반 정비 지원 서비스가 지속적으로 고도화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딜러와 정비사들이 사용하며 축적한 AI 정비 진단 데이터를 다시 학습에 활용해 성능을 개선하고 정비 품질을 높이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있습니다. 앞으로 서비스 범위를 확장해 전 세계 어디서나 동일한 수준의 정비 경험을 제공하는 게 목표입니다.” 

6. 고객 앱 리뷰 대응 자동화 솔루션

그룹사별 어플리케이션 화면

고객이 앱에 남기는 리뷰는 단순한 평가를 넘어 서비스 개선의 중요한 단서가 된다. 현대차·기아·제네시스 앱에는 전 세계 고객으로부터 매달 수천 건의 리뷰가 접수되지만, 이를 효과적으로 분석하고 대응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기존에는 사람이 일일이 리뷰를 분류하고, 태그를 붙인 뒤 답변까지 작성해야 했다. 특히 17개 언어와 63개 카테고리, 119개 태그로 구성된 복잡한 분류 체계를 운영해야 했고, 언어와 국가별 기준도 달라 업무 난이도가 상당히 높았다. 또한 담당자의 지식과 경험에 따라 답변 품질에도 편차가 생겼다. 

고객채널서비스품질팀 김슬찬 매니저는 현장의 업무 부담을 줄이고 고객 대응 품질을 개선하고자 고객 앱 리뷰 업무를 자동화하는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AI가 사람 혹은 그 이상으로 정확하게 분류할 수 있는가’라는 가설에서 출발해 PoC를 진행한 결과, 목표였던 80%를 웃도는 85%의 분류 정확도를 확인할 수 있었다. 

AI 에이전트로 리뷰를 분류하는 모습

기술적으로는 멀티 에이전트 구조를 도입해 리뷰를 분류하고 태그를 생성한 뒤 답변을 작성하는 업무 흐름을 자동화했다. 담당자의 검토를 거쳐 확정된 답변은 다시 AI 학습에 활용돼 리뷰 분류와 답변 품질이 지속적으로 개선되는 구조를 구축했다. 여기에 3단계 가드레일을 도입해 AI가 판단하기 어려운 사례는 사람이 최종 검토하는 ‘휴먼 인 더 루프(Human-in-the-Loop)’ 체계를 구축함으로써 신뢰성을 높였다. 


그 결과 리뷰 1건을 처리하는 시간이 평균 35분에서 5분으로 줄었다. 단순한 긍정·부정 분류를 넘어 분류부터 답변까지 전 단계를 자동화했기에 가능한 성과였다. 단순 반복 업무가 줄면서 담당자는 기획이나 분석처럼 부가가치가 높은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됐고, 비용 측면에서도 연간 약 2억 6,000만 원의 절감 효과가 기대된다. 


고객 앱 리뷰 자동화 대응 솔루션을 설명하는 인포그래픽

이 서비스는 최대 17개 언어까지 대응할 수 있어, 유럽을 시작으로 북미·아태·남미 등 글로벌 시장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별도의 시스템을 새로 구축할 필요 없이 기존 인프라와 연계할 수 있어 적용 범위가 넓어질수록 비용 효율도 높아진다. 

김슬찬 매니저는 고객 리뷰 대응 자동화 솔루션의 확장 계획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고객이 남긴 한 줄의 불만, 혹은 아무 말 없이 남긴 클릭 한 번이 데이터로 쌓이고, 그게 실제 서비스 변화로 이어지는 순간이 이 일의 가장 큰 매력입니다. 앞으로는 앱 리뷰 대응뿐 아니라 상담원 응대 품질 평가, 전사 VoC 자동 분류, 앱 내 FAQ 챗봇까지 고객 채널 전반을 AI 인프라로 최적화해 나갈 계획입니다.” 

AI를 가장 제대로 활용하는 기업으로

현대차그룹의 AX 핵심 성과를 발표하는 모습

충돌안전 데이터 검색부터 생산라인 최적화, 글로벌 정비 지원과 고객 리뷰 대응까지. 현대차그룹의 AX는 특정 부서의 실험이 아니라 실제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서 출발한다. 6개의 사례가 보여주듯, AI는 업무를 대신하는 기술이 아니라 데이터와 사람의 역량을 연결해 더 빠르고 정확한 의사결정을 돕는 도구로 자리 잡고 있다.

이에 대해 진은숙 사장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현대차그룹의 목표는 AI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기업이 아니라 전 세계에서 AI를 가장 제대로 활용하는 기업이 되는 것입니다. 새로운 기술을 가장 빠르게 배우고 현장에 적용해 고객 가치와 사업 성과로 연결하는 역량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가겠습니다.” 

업무에 AI를 활용하는 모습

협업 체계 구축, 데이터 표준화, AI 활용 환경 정착을 통해 AX의 토대를 마련한 현대차그룹은 이제 피지컬 AI로 혁신의 범위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앞으로는 자율주행과 SDV, 로보틱스 등 현실 세계와 AI가 결합하는 영역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한편, 그룹 안에서 축적한 AX 경험과 노하우를 활용해 중소기업의 AX 전환을 지원하는 등 산업 생태계 전반으로 확산해 나갈 방침이다.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작은 변화들이 모여 현대차그룹의 AX를 만들고, 그 경험은 다시 미래 모빌리티 혁신의 밑거름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