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창립을 기념하는 방식은 다양합니다. 지난 시간을 돌아보는 기념식을 개최하거나, 역사관 전시로 성장 과정을 되짚어보기도 합니다. 창립 50주년을 맞은 현대위아는 조금 다른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지나온 시간을 기념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향후 50년을 이끌어갈 기술을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지난 7월 20일부터 25일까지 현대위아 의왕연구소에서 열린 ‘테크위크’는 현대위아의 미래 방향성을 선명하게 보여주는 행사였습니다. 열관리, 모빌리티 부품, 로보틱스, 방위산업 등 핵심 기술을 한자리에 모은 것은 물론, 구성원 모두가 기술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도슨트 투어와 인사이트 세션, 가족 초청 오픈 랩 등 다양한 콘텐츠를 운영했습니다. 창립 50주년이라는 이정표에서 축적해 온 기술력을 돌아보는 동시에, 앞으로 펼쳐갈 미래를 함께 그린 것입니다.
테크위크는 일반적인 기술 전시와는 차별화된 특징이 있었습니다. 전시물을 단순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술을 이해하는 과정 자체를 하나의 콘텐츠로 만들었습니다. 특히 도슨트는 각 기술이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발됐는지, 실제 산업 현장에서 어떻게 활용되는지를 명확히 설명했습니다. 덕분에 관람객들은 열관리 시스템과 로보틱스, 모빌리티 부품, 방산 기술을 순서대로 살펴보며 현대위아의 주요 사업을 하나의 흐름으로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여기에 전시와 연계한 스탬프 투어와 퀴즈 프로그램도 마련해 기술을 자연스럽게 체험하도록 했습니다.
행사 첫날에는 인사이트 세션도 열렸습니다. 과학 커뮤니케이터 궤도와 함께 호기심이 세상을 바꾼 이야기를 나누며 산업의 변화와 기술 트렌드를 살피고, 현대위아의 기술이 앞으로 어떻게 발전해 나갈지 이야기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연구개발 성과를 소개하는 데 머물지 않고, 현대위아의 기술을 글로벌 산업의 흐름 속에서 바라보는 자리이기도 했습니다.
현대위아가 이러한 프로그램을 마련한 이유는 분명합니다. 기술은 눈으로만 보는 것보다 직접 듣고, 체험하고, 공감할 때 훨씬 더 잘 이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테크위크는 기술이 연구소 내부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 모두가 공유하는 자산이라는 인식을 심어준 행사였습니다.
관람객들이 전시 공간에서 가장 먼저 만난 기술은 열관리(Thermal Management) 시스템이었습니다. 전동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열관리는 단순한 냉난방 기능에 머물지 않습니다. 탑승자에게는 쾌적한 실내 환경을 제공하고, 차량 측면에서는 배터리와 전동화 시스템의 성능을 안정적으로 유지해 전비 향상에 기여하는 역할까지 담당합니다. 현대위아는 이를 두 개의 영역으로 나눠 소개했습니다. 하나는 사람을 위한 공조 기술(HVAC), 다른 하나는 차량을 위한 통합 열관리 시스템(ITMS)입니다.
먼저 HVAC 존은 미래 모빌리티 공간을 구현한 콘셉트카로 다양한 공조 기술을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콘셉트카에서는 실내 곳곳에 배치된 센서로 탑승자의 체온과 위치를 인식해 필요한 공간만 냉난방하는 ‘AI 분산 공조’ 기술을 선보였습니다. 기존처럼 실내 전체의 온도를 조절하는 것이 아니라 탑승객 중심으로 공조를 제어하는 방식입니다.
분산배치형 공조 시스템은 바람을 직접 얼굴로 보내지 않으면서도 실내 온도를 유지해 쾌적한 환경을 제공합니다. 여기에 바닥 복사 난방과 상부 냉방·하부 난방 기능을 결합해 계절과 상황에 따라 효율적으로 실내 환경을 조성하는 기술도 소개했습니다. 이러한 기술은 PBV처럼 실내 공간 활용이 중요해지는 미래 모빌리티에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
차량을 위한 열관리 기술도 함께 공개됐습니다. 전기차는 배터리와 구동 모터, 실내 냉난방까지 차량 곳곳의 온도를 상황에 맞게 관리해야 합니다. 현대위아는 이러한 역할을 하나로 통합해 제어하는 통합 열관리 시스템(Integrated Thermal Module System, ITMS)과 이를 구성하는 핵심 부품인 데카 밸브(Deca Valve)를 소개했습니다.
데카 밸브는 냉각수가 흐르는 길을 필요한 곳으로 나눠주는 ‘교통 관제센터’와 같은 역할을 합니다. 배터리를 식혀야 할 때와 실내를 냉난방해야 할 때, 또는 구동 모터의 온도를 조절해야 할 때마다 냉각수의 흐름을 적절한 곳으로 보내는 것입니다. 데카 밸브가 10개의 포트를 제어해 상황에 따라 배터리 냉각, 모터 냉각, 실내 냉난방 등 7가지 작동 모드를 유연하게 전환합니다. 또한 기존보다 부품 수를 약 30% 줄이면서 패키징 효율은 약 15% 높였습니다. 부품을 더 적은 수로 효율적으로 구성한 만큼 공간 활용성이 높아지고, 전기차의 에너지 효율과 주행거리 향상에도 도움이 됩니다.
모빌리티 부품 전시에서는 현대위아가 오랫동안 축적해온 구동과 조향 기술을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눈에 띄는 제품은 듀얼 CVJ(Constant Velocity Joint),
IDA(Integrated Drive Axle), ARS(Active Roll Stabilization)였습니다. 모두 자동차가 안정적이고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돕는 핵심 부품입니다.
듀얼 CVJ는 세계 최초로 조향각 52도를 구현한 등속조인트입니다. 바퀴를 더 크게 꺾을 수 있어 회전 반경이 줄고, 좁은 공간에서도 차량이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습니다. 최근 활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는 도심형 모빌리티처럼 좁은 공간에서 기동성이 중요한 차량에 적합합니다. 행사장에서는 듀얼 CVJ가 적용된 RC카를 직접 조종하며 조향 성능을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IDA는 구동축과 휠 베어링을 하나로 통합한 차세대 드라이브 액슬입니다. 축과 베어링을 일체화해 강성은 약 55% 높이고, 무게는 10% 이상 줄였습니다. 부품 수를 줄인 만큼 패키징 효율도 향상됐으며, 차량의 정숙성과 주행 안정성을 높이는 데 기여합니다.
ARS는 차체가 코너에서 좌우로 기울어지는 롤(Roll) 현상을 능동적으로 제어하는 시스템입니다. 로봇 액추에이터 기술을 응용해 차체 움직임을 더욱 빠르고 정교하게 제어하며, 급격한 방향 전환이나 고속 주행에서도 차량의 안정성을 높이는 역할을 합니다.
이 기술들은 자동차의 움직임을 더욱 정교하고 효율적으로 만드는 공통된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전동화와 SDV 시대로 전환되면서 자동차의 형태는 꾸준히 바뀌고 있지만, 안정적으로 달리고 정확하게 움직이도록 만드는 기술의 중요성은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자동차의 움직임을 정교하게 만드는 현대위아의 기술은 이제 차량을 넘어 생산 현장 전체로 확장됩니다. 모빌리티 솔루션 존에서는 공장 안에서 사람과 함께 일하는 AMR(Autonomous Mobile Robot)과 협동로봇을 소개했습니다. AMR은 생산 현장에서 부품과 자재를 스스로 운반하는 자율주행 물류로봇이며, 협동로봇은 작업자와 같은 공간에서 반복적이거나 정밀한 작업을 수행하며 사람을 보조하는 로봇입니다. AMR이 공정 사이의 물류 효율을 높인다면, 협동로봇은 조립과 이송 등 작업 현장에서 생산 효율을 끌어올립니다. 현대위아는 두 로봇을 연계해 생산 공정과 물류 이송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연결하는 스마트 제조·물류 솔루션 확장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자동화 기술로 공장 전체의 흐름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제조 현장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핵심입니다.
현대위아는 로봇을 자동화 설비를 넘어 사람과 함께 일하는 생산 파트너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공장의 움직임을 효율적으로 만들고 반복 작업을 줄이는 로보틱스 기술은 스마트 제조 환경을 구현하는 주요 요소입니다. 자동차를 움직이는 기술에서 시작된 현대위아의 노하우는 이제 사람과 자동차, 그리고 공장 전체의 움직임까지 연결하는 힘이 되고 있습니다.
현대위아는 테크위크에서 지상 무기체계에 적용되는 다양한 방산 기술을 전시하며, 정밀 제어와 구동 기술이 자동차를 넘어 방위산업 분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줬습니다. 특히 방위산업 솔루션으로 소개된 RCWS(Remote Controlled Weapon Station, 원격사격통제체계)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RCWS는 AI 기반 정밀 사격과 표적 추적 기술을 바탕으로 다양한 유·무인 플랫폼의 복합 위협 대응능력을 높이는 시스템입니다. 관람객들은 원격으로 표적을 조준하고 사격하는 과정을 체험하며, 사람이 위험 지역에 직접 진입하지 않고도 정밀하게 표적을 식별하고 대응하는 기술을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자동차와 방산은 적용 분야가 다르지만 기반이 되는 기술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차량을 안정적으로 움직이게 하는 구동 기술과 정밀한 제어 기술, 전자 시스템을 통합하는 기술은 방산 분야에서도 중요한 경쟁력이 됩니다. 현대위아는 이러한 공통 기술을 바탕으로 자동차와 로보틱스, 방위산업까지 사업 영역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테크위크의 마지막은 임직원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으로 이어졌습니다. 현대위아는 기술을 개발하는 연구원들뿐 아니라 그 가족들도 함께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했습니다. 평소 쉽게 접하기 어려운 연구개발 현장과 미래 기술을 가족의 눈높이에서 경험하며 현대위아가 만들어가는 기술의 가치를 함께 나누기 위해서입니다.
오픈 랩은 이번 테크위크에서 가장 인상적인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평소 일반인이 쉽게 들어올 수 없었던 연구소를 개방해 연구원이 실제로 일하는 공간과 연구 환경을 직접 소개했습니다. 가족들은 사무 공간을 둘러보는 것은 물론, 연구소 곳곳을 탐험하는 미션 프로그램과 과학 체험 클래스, 메시지월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했습니다. 연구소를 둘러보는 데 그치지 않고 기술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구성한 것입니다.
행사장 다른 곳에서도 기술을 쉽고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이 이어졌습니다. 열관리 콘셉트카를 직접 탑승해 공조 기술을 체험하고, 로보틱스 시연을 살펴보는 한편, 듀얼 CVJ가 적용된 RC카 주행과 RCWS 체험을 하며 현대위아의 핵심 기술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가족들이 연구 공간을 둘러보고 연구원들의 설명을 들으며 기술을 이해하는 과정은 단순한 견학 이상의 의미를 지닙니다. 연구원들이 어떤 기술을 개발하고 어떤 혁신을 만들어 가는지 가족들이 직접 확인하는 시간은 연구개발의 가치를 함께 이해하고 자부심을 나누는 계기가 되기 때문입니다.
현대위아 창립 50주년을 기념한 테크위크는 사람과 자동차, 로보틱스, 그리고 방위산업까지 이어지는 기술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동시에, 그 기술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함께 담아낸 자리였습니다. 현대위아는 축적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미래 모빌리티와 스마트제조, 방위산업 분야에서 새로운 혁신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전했습니다. 지난 50년이 기술의 기반을 다져온 시간이었다면, 앞으로의 50년은 그 기술이 더 넓은 분야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가는 여정이 될 것입니다.
사진. 이태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