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산유국이 몰려 있는 중동은 세계 에너지 시장의 주요 공급 지역입니다. ‘오일 머니’라는 말이 괜히 생긴 게 아니죠. 하지만 동시에 가장 심각한 물 부족에 시달리는 지역이기도 합니다. 세계기상기구(World Meteorological Organization, WMO)에 따르면 카타르, UAE,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요 중동 국가의 연평균 강수량은 불과 100mm가 안 된다고 합니다. 이라크는 올해 여름 역대 최악의 가뭄을 겪기도 했습니다. 흔히 “물보다 기름이 많은 곳”이라 부르는 이유죠.
이러한 상황에서 중동 국가들은 물과 에너지 문제를 해결할 혁신적인 인프라를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석유 등 풍부한 자원은 중동의 이점이지만, 더욱 밝은 미래를 꿈꾸려면 수자원을 확보해야 합니다. 원유 생산 과정에서 물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죠. 올해 해외진출 60주년을 맞은 현대건설은 축적한 독보적인 기술력과 노하우를 통해 중동이 요구하는 다양한 인프라를 세우고 있습니다. 사막 위에서 생명을 유지하고 에너지 산업을 더욱 고도화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이라크 남부 바스라 지역은 세계 최대 석유 매장지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더 많은 원유를 얻기 위해서는 물이 필요하다는 딜레마가 있죠. 원유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서는 땅 밑 유전에 물을 주입해 유압을 높여야 하는데, 물이 귀한 지역 특성상 우물이나 강물 같은 담수 자원을 사용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따라서 현대건설은 올해 9월 바닷물을 유정에 주입할 수 있는 용수로 바꿀 초대형 해수처리 플랜트 공사를 수주하며 해결책을 제시했습니다.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에서 남동쪽으로 약 500km 떨어진 코르 알 주바이르(Khor Al-Zubair) 항구 인근에 건설될 해수처리 플랜트가 완공되면 하루 500만 배럴의 유정 주입 용수가 이곳에서 생산될 예정입니다.
해수처리 플랜트는 단순히 바닷물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취수, 전처리, 본처리, 후처리, 저장, 송수관, 전력 생산 설비 등 공장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제공합니다. 여기서 생산된 용수는 이라크 바스라의 북서쪽에 있는 웨스트 쿠르나(West Qurna), 서쪽의 루마일라(Rumaila) 등 이라크 대표 유전의 원유 증산을 위해 쓰일 예정입니다.
카타르는 급격한 도시화와 인구 증가에 따른 물 부족 현상을 심하게 겪고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고자 버려지는 물인 ‘재이용수(Treated Sewage Effluent, TSE)’ 활용을 국가적 우선순위로 지정했을 정도죠. 하지만 재이용수 활용 시스템은 고도의 기술과 저장 인프라 모두를 요구합니다. 소중한 물을 재활용해도 저장 인프라 부족으로 버려지기 마련이었죠.
현대건설이 카타르 수도 도하 남서쪽 50km 지점에 있는 알 카라나(Al Kharanaa) 일대에 최근 완공한 초대형 TSE 저류조는 재이용수 활용의 해결책이 되었습니다. 2,250만 ㎥ 규모의 저류조는 하루 13만 톤 이상의 재이용수를 저장할 수 있으며 이는 카타르 전체 인구인 300만 명의 약 7%에 해당하는 인구가 하루 동안 사용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이곳에 저장됐다가 남는 물은 겨울에 따로 모아뒀다가 여름철에 재사용됩니다. 저류조 주변에 있는 거대한 농업 시설에 용수를 공급하고, 여러 산업 시설에도 다양하게 쓰이죠. 현대건설은 물을 장기간 보관해도 오염되지 않도록 극한의 기후 조건과 높은 염분 환경을 견딜 수 있는 특수 소재를 적용하고, 실시간 수질 감시 시스템을 통해 장기 저장 상황에서도 수질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끔 구축했습니다.
물을 저장하려면 물 생산 능력도 중요하겠죠. 현대건설은 대규모 물 보관 시설에 앞서 2011년, 당시 카타르 최대 규모의 발전·담수 복합화력발전소를 세운 바 있습니다. 카타르 북동부의 라스라판(Ras Laffan) 지역에 완공된 C 복합화력발전소는 인류의 생존에 필요한 식수와 전력을 동시에 확보하기 위한 국가적인 프로젝트였습니다. 천연가스를 연료로 전력을 생산하고, 발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스팀을 활용해 바닷물을 담수로 전환하는 증류식 담수화 방식으로 하루 약 24만 톤의 담수를 생산하는 시설이죠.
이곳 시설은 전력 생산 블록과 담수 생산 블록으로 나뉩니다. 전력 생산 블록에서는 8기의 가스터빈과 4대의 스팀터빈 등을 이용해 안정적으로 전력을 생산하고, 담수 생산 블록에서는 발전 과정에서 발생한 고온의 스팀을 활용해 바닷물을 담수로 전환합니다. 담수 처리된 물은 산도 조절, 미네랄 공정, 소독 등 후처리 공정을 거쳐 카타르 전역으로 공급됩니다.
UAE는 원유와 천연가스 매장량이 세계 3·4위에 달할 만큼 풍부하지만, 강수량이 적어 식수와 생활용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합니다.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걸프만의 바닷물을 담수로 전환하는 것이었죠. 이러한 상황에 맞춰 현대건설이 2017년 완공한 미르파(Mirfa) 담수 복합화력발전소는 1,600MW급 화력발전소와 하루 약 23만 8,000톤의 담수를 생산하는 대형 담수화 시설을 함께 갖춘 곳입니다. 수도 아부다비 주민들이 사용하는 전력과 식수의 10%에 달하는 양을 공급하는 핵심 인프라죠.
미르파 담수 복합화력발전소는 두 가지 담수화 방식을 결합한 것이 특징입니다. 먼저, 증류식은 바닷물을 가열해 발생하는 증기를 식혀 담수를 얻는 방식으로 수십 년간 중동 지역에서 널리 쓰였습니다. 그리고 현대건설이 새로 도입한 역삼투압식(Reverse Osmosis, RO) 방법은 바닷물에 높은 압력을 가한 뒤 수처리 여과막을 통과시켜 염분을 제거하는 방법으로 증류식 대비 에너지 소모가 아주 적은 것이 특징이죠.
이곳은 발전소와 담수화 시설을 동시에 건설한 현대건설의 중동 최초 복합 모델로서, 두 방식 모두를 이용해 아부다비의 식수뿐만 아니라 녹지 조성을 위한 용수도 공급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화력발전과 담수화 시설 공사를 동시에 수행했다는 점에서 현대건설의 중동 프로젝트 분야에 남다른 의미를 가진 시설이기도 합니다.
이라크는 세계 5위권의 석유 매장량을 자랑하지만, 가솔린 수입국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정유 인프라가 노후되고 파손된 곳이 많은 까닭에 가솔린을 수입에 의존하는 것이죠. 이에 이라크는 정부 차원에서 설비 증설 및 현대화 작업에 힘쓰고 있습니다. 현대건설이 맡은 바스라 정유공장 고도화설비 프로젝트가 대표적이죠.
현대건설은 지난 2021년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로부터 남동쪽으로 약 450km 떨어진 남부 도시 바스라의 정유공장 고도화설비 공사를 수주했습니다. 그리고 4년 만인 올해 10월 첫 제품 생산을 기념하는 행사를 실시하고, 내년 2월 준공을 목표로 막바지 공정에 들어갔죠. 고도화시설은 원유를 정제할 때 나오는 중질유 및 잔사유(원유 정제 과정에서 나오는 석유 찌꺼기) 등을 이용해 가솔린이나 디젤을 생산합니다. 첨단 기술을 이용해 저가 원료를 더 가치 있는 기름으로 바꾸는 것이죠. 바스라 정유공장 고도화설비는 하루 2.4만 배럴에 이르는 가솔린을 생산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크고 복잡한 첨단 설비를 정교하게 시공해야 합니다. 벙커-C유 및 아스팔트 등의 중질유를 고부가가치 제품인 가솔린, 디젤, LPG 등으로 전환하는 핵심 장치인 유동접촉분해설비(FCC Unit)의 경우 수백 톤에 달하는 반응기, 촉매 재생기, 정류탑을 설치하고, 고온·고압 배관을 연결하는 정밀 작업이 필요하죠. 현대건설은 온도와 압력을 흔들림 없이 유지하기 위해 수십 개의 계측기를 설치하고 24시간 모니터링을 진행하며 해당 설비를 완공했습니다. 시뮬레이션과 실험을 반복한 끝에 올해 10월 말 성공적인 첫 제품 생산에 성공했죠.
제품의 품질과 환경 기준을 맞추기 위한 기술도 필요합니다. 정유공장의 핵심 설비인 수소 생산설비와 탈황설비는 시운전 과정에서 단 하나의 문제도 생기지 않도록 심혈을 기울인 대표 설비입니다. 정유공장에서 수소는 원료에 포함된 불순물을 깨끗이 정제하는 역할을 하며, 수소가 없으면 정유 공정에 큰 차질이 생기죠. 따라서 현대건설은 품질과 환경 기준을 충족하고 안정적인 가동이 가능하도록 설계 단계부터 심혈을 기울였으며, 수십 차례의 위험 분석과 모의 운전을 통해 변동 상황에 대비했습니다.
고도화설비 전체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통합 운전 기능 역시 중요합니다. 정제 중 생길 수 있는 온도, 압력, 유량의 작은 변화도 전체 공정에 영향을 줄 수 있거든요. 현대건설은 디지털 제어 시스템과 통합 모니터링 플랫폼을 도입하고, 다양한 돌발 상황을 가정한 시나리오 테스트를 반복하며 설비가 안정적으로 작동하도록 세심하게 점검했습니다.
바스라 정유공장 고도화설비 현장은 곧 준공을 앞두고 있습니다. 본격 가동을 시작하면 이라크의 에너지 자립과 원유 생산 수익성을 크게 개선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받고 있죠. 이라크는 바스라 정유공장 고도화설비를 통해 자국 내 연료 자립을 실현하는 동시에 일자리 창출과 산업 성장 등 경제 전반에 긍정적인 변화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현대건설의 중동 프로젝트는 단순한 건설 사업을 넘어 척박한 사막 위에서 중동의 미래를 바꾸고 있습니다. 현대건설은 지난 60년간 글로벌 건설 시장에서 쌓아온 독보적인 기술력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우리 문명의 기반을 이루는 핵심 인프라 구축에 중추적인 역할을 맡고 있죠. 버려지던 하수가 농업과 산업을 위한 새로운 생명수가 되고, 바닷물이 도시를 밝히는 에너지와 시민들의 식수로 바뀌고 있습니다. 중동에서 현대건설은 단순한 건설사가 아닙니다. 혹서의 사막 위에서도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미래를 건설하는 파트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