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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어가 기술로 이어지는 플랫폼, 엠필즈 페스타

현대모비스의 엠필즈 페스타(M.Fields Festa)는 연구원들이 지난 1년간 제안한 기술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검증하는 사내 모빌리티 기술 축제입니다. 실험 단계의 질문들이 무대에 오르고, 개인의 아이디어는 동료들의 검증을 거쳐 실제 연구개발(R&D) 과제로 확장됩니다. 엠필즈 페스타는 현대모비스가 기술 혁신을 만들어가는 방식을 집약적으로 보여줍니다.

모빌리티 기술은 언제나 현장에서 시작됩니다. 설계도 위에서 완성한 기술보다, 실제로 사용되는 환경과 조건에서 새로운 질문이 생기기 마련이죠. 같은 부품을 반복해 다루고, 같은 시스템을 여러 번 검토하는 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한 가능성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연구 현장에서는 이러한 질문들이 개인의 고민으로 머무르지 않습니다. 일상적인 업무 속에서 포착한 작은 아이디어는 동료들과 논의하고 검증하며 조금씩 구체화됩니다. 그렇게 다듬어진 생각들은 한 해의 끝자락에 공유와 검증의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연구원들의 선택으로 완성되는 기술 무대

엠필즈 페스타 행사 모습

매년 연말,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현대모비스 기술연구소에서는 이러한 아이디어들이 모이는 조금 다른 형태의 기술 축제가 열립니다. 이곳에 소개되는 것은 완성한 제품이나 양산 기술이 아니라, 아직은 가설에 가깝고 실험 단계에 있는 생각들이죠. 엠필즈 페스타는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합니다. 엠필즈 페스타는 현대모비스 임직원들이 지난 1년간 스스로 제안하고 발전시킨 기술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검증하는 기술 축제이자 아이디어 플랫폼으로, 아이디어가 실제 R&D 과제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현장에서 가늠하는 자리입니다.

엠필즈 페스타


지난해 말 현대모비스는 용인 기술연구소에서 2025 엠필즈 페스타를 열었습니다. 6회째를 맞는 이 행사는 아이디어 공모부터, 심사, 수상까지 모든 과정이 임직원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뤄집니다. 연구원들이 스스로 문제를 정의하고, 동료 연구원 앞에서 기술적 가능성을 설명하며, 현장의 선택을 받죠. 엠필즈 페스타는 현대모비스의 R&D 문화가 작동하는 방식을 가장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 아닐까 합니다.

1,170개의 아이디어가 무대에 오르기까지

2025 엠필즈 페스타에는 역대 최다인 1,170건의 아이디어가 접수됐습니다. 전동화, 전장, 섀시·안전, 커넥티비티 등 현대모비스 핵심 사업 영역 전반을 아우르는 제안들이었습니다. 이전 해 아이디어 제안 건수보다 약 25% 증가한 수치로, 지난 6년간 누적 아이디어 건수는 5,600여 건에 이릅니다.

엠필즈 페스타

2025 엠필즈 페스타에는 역대 최다인 1,170건의 아이디어가 접수됐습니다. 현대모비스 핵심 사업 영역 전반을 아우르는 제안들이었습니다.

2025 엠필즈 페스타 최우수 아이디어로 선정된 것은 에어서스펜션을 활용한 전기차 배터리 화재 초기 소화 시스템입니다. 아이디어를 제안한 김동규 책임연구원은 기술의 출발점을 ‘완전히 새로운 발명’이 아닌, ‘익숙한 부품을 다시 바라보는 시선’에서 찾았습니다.

에어서스펜션을 활용한 전기차 배터리 화재 초기 소화 시스템

에어서스펜션을 활용한 전기차 배터리 화재 초기 소화 시스템


에어서스펜션에 포함된 리저버 탱크는 고압의 공기를 저장해 차량의 차고를 빠르게 조절하는 장치입니다. 컴프레서만으로도 차고 조절은 가능하지만, 리저버 탱크를 활용하면 반응 속도가 빨라지고 작동할 때 소음도 줄어듭니다. 특히 차체가 무겁고 차고 스트로크가 큰 SUV나 고급차에서는 주행 감각과 NVH(Noise, Vibration, Harshness) 측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김동규 책임연구원은 이 리저버 탱크가 항상 고압 상태로 준비돼 있지만, 실제 활용 영역이 제한적이라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이 고압 공기를 차고 조절 외의 다른 기능으로 활용할 수는 없을까”라는 질문에서 아이디어는 시작됐죠. 

사람이 아니라 차량이 먼저 대응한다

김동규 책임연구원

그 무렵, 공교롭게도 인천시 청라동과 용인시 구갈동에서 연이어 전기차 화재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리튬이온 배터리 특성상 한 번 발화하면 진압이 어렵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 사고였죠. 이를 계기로 김동규 책임연구원의 생각은 자연스럽게 전기차 배터리 화재 이슈로 이어졌습니다. 그는 “사람이 직접 개입하지 않아도 차량 스스로 화재에 초기 대응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해법은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었습니다. 에어서스펜션 모듈과 배터리 팩이 모두 차량 하부에 있어 물리적으로 가깝다는 것을 활용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여기에 에어서스펜션 시스템에 포함된 리저버 탱크가 늘 고압 상태로 공기를 저장하고 있으며 별도의 추가 장치 없이도 즉각적인 분사가 가능하다는 사실이 아이디어의 실마리가 됐습니다. 

배터리 셀 자동 소화 배터리 시스템 작동 원리

배터리 셀 자동 소화 배터리 시스템 작동 원리 1 BMS 배터리 셀 이상 징후 감지 2 리저버 탱크 3 소화 밸브 4 소화약제 탱그 5 소화약제 분사 6 배터리 냉각 & 진화

김동규 책임연구원이 구상한 구조는 BMS(Battery Management System, 배터리 관리 시스템)와 연동됩니다. BMS가 배터리 셀 이상 징후를 감지하면, 리저버 탱크와 연결된 소화 밸브를 개방합니다. 그럼 리저버 탱크에서 이동한 고압 공기가 소화 약제 케이스 내부에서 필요한 분사 압력(18bar)을 만들어내죠. 압력을 받은 소화 약제는 배관을 따라 이동한 뒤 분무형 노즐을 통해 이상 징후를 보인 배터리로 분사됩니다.

분사된 약제는 화염을 직접 억제하거나, 배터리 표면과 주변을 빠르게 냉각해 열폭주 확산을 늦추거나 막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이 시스템은 ‘완전 진화’가 아니라 ‘초기 억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리튬이온 배터리의 열폭주는 내부 온도 상승과 전기적 반응이 연쇄적으로 이어지며 급격히 확산하는 특성이 있는데, 이런 연쇄 반응이 본격화되기 전에 냉각이나 소화로 개입하면 열 확산을 억제하고 화재로의 진행을 막을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김동규 책임연구원


김동규 책임연구원은 이 초기 대응 구간을 수치로 계산했습니다. 배터리 이상 징후를 감지하는 데 0.05~0.1초, 제어 판단과 밸브 전개에 0.1~0.2초가 소요되고, 소화 약제가 배터리 하부에 도달하는 데까지는 0.1~0.15초가 걸립니다. 모든 과정을 합산하면 0.25~0.45초로, 열폭주가 본격화되는 시점으로 알려진 0.5초 이전에 소화 개입이 가능하다는 계산입니다. 이 짧은 시간 차이로 화재 확산을 지연시키는 것은 물론, 탑승자가 차량을 벗어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고 2차 피해를 줄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배터리 패키징까지 바꿀 수 있는 아이디어

배터리 팩 구조 모습

이 아이디어의 또 다른 강점은 배터리 설계 관점에서 드러납니다. 기존 배터리 내부 소화 방식은 고압 탱크와 소화 약제를 배터리 팩 안에 포함해야 합니다. 이 경우 배터리 모듈 구조가 복잡해지고, 냉각·차체 강성·충돌 안전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패키징 설계의 부담이 커지죠. 실제로 배터리 내부에 별도의 소화 시스템을 넣을 경우, 패키지 크기가 20% 이상 증가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김동규 책임연구원이 제안한 방식은 배터리 팩 구조를 근본적으로 다르게 설계합니다. 고압 공기를 배터리 팩 외부, 즉 에어서스펜션 시스템의 리저버 탱크에서 공급하기 때문에 배터리 내부에 별도의 고압 탱크가 필요없게 됩니다. 그 결과 배터리 구조는 기존 설계를 크게 변경하지 않으면서도 소화 기능을 확보할 수 있고, 부피와 중량, 비용 부담 역시 줄어듭니다. 현재 이 아이디어는 배터리 설계 관련 팀과 함께 원리 검증 단계에 있습니다. 

기술을 연결하는 현대모비스의 방식

김동규 책임연구원

김동규 책임연구원은 자신의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었던 배경으로 현대모비스의 조직 구조와 기술 포트폴리오를 꼽았습니다. 현대모비스는 섀시 부품을 비롯해 배터리 시스템, 전장, 조향,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 등 차량에 적용되는 핵심 기술을 폭넓게 보유하고 있습니다. 개별 부품이나 단일 시스템에 국한되지 않고, 차량을 구성하는 여러 요소를 동시에 다루는 구조입니다. 


이러한 환경은 연구원이 하나의 기술을 다른 시스템의 관점에서 다시 바라볼 수 있게 만듭니다. 에어서스펜션 역시 차고 조절이라는 고유 기능에 머무르지 않고, 배터리 화재 대응이라는 전혀 다른 영역으로 사고를 확장할 수 있었던 이유입니다. 김동규 책임연구원은 “현대모비스였기 때문에 서로 다른 시스템을 연결하는 발상을 실제 기술로 검증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게다가 차량을 구성하는 다양한 시스템을 내부에서 직접 다루기 때문에 관련 부서 간 협업과 피드백이 신속하게 이뤄지고, 아이디어가 기술 검증 단계까지 이어지는 과정도 한층 효율적입니다.

엠필즈 페스타는 특정 시점의 행사라기보다 연구 현장 전반에 스며든 하나의 시스템으로 작동합니다.

엠필즈 페스타 응원 메시지

이 외에도 카메라와 선회 각속도(Yaw Rate, 요 레이트) 신호를 활용해 차량의 회전 상태를 미리 감지하고, 이에 따라 헤드램프의 조사각을 자동으로 조절하는 지능형 헤드램프 예측제어 시스템이 소개되었습니다. 차량이 커브에 진입하기 전부터 시스템이 주행 상황을 예측하고 조명을 조정해 야간 주행 시 시야를 보다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도록 돕는 기술입니다. 또한 LED 조명 기술에 사물 인터넷과 인공지능을 결합한 스마트 에코라이트 역시 주목을 받았습니다. 스마트 에코라이트는 주변 환경과 사용 패턴을 분석해 조명의 밝기와 사용 방식을 효율적으로 제어, 에너지를 절감하는 동시에 편의성도 높여줍니다. 이처럼 다양한 아이디어가 엠필즈 페스타를 수놓았습니다. 


엠필즈 페스타의 운영 방식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엠필즈 페스타는 연말에만 진행하는 일회성 경연이 아닙니다. 현대모비스는 월별·분기별 아이디어 포상 제도로 상시적인 제안 문화를 운영하고, 연말 페스타를 통해 그 성과를 집약합니다. 명확한 보상과 공개적인 검증 구조는 연구원들이 아이디어를 계속 시도하도록 동기 부여를 하죠. 그 결과 엠필즈 페스타는 특정 시점의 행사라기보다 연구 현장 전반에 스며든 하나의 시스템으로 작동합니다.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역대 최대 규모인 2조 원 이상의 R&D 투자를 통해 전동화, 전장, 반도체, 로보틱스 등 미래 모빌리티 핵심 기술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엠필즈 페스타는 이러한 투자가 연구 현장에서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지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연구원이 제안한 아이디어가 공개 검증을 거쳐 개발 과제로 전환되고, 부서 간 협업을 통해 기술적 현실성을 확보하는 과정이 이곳에서 반복됩니다.  


엠필즈 페스타는 연구 현장에서 출발한 문제의식이 조직의 기술 자산으로 축적되는 경로이자, 현대모비스가 기술 경쟁력을 키워가는 방식 그 자체입니다. 개인의 질문을 조직의 실험으로 확장하는 이 구조는 단기 성과를 넘어 장기적인 기술 축적을 가능하게 합니다. 이러한 기반 위에서 현대모비스는 미래 모빌리티 시장이 지향하는 안전과 신뢰라는 가치를 기술로 증명해나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