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역사상 지금처럼 큰 변화를 겪고 있는 시대는 없다. 문자와 인쇄물을 일상에서 쓰기까지 수천 년의 시간이 필요했고, 산업 혁명을 거친 전기의 보급도 몇 세대에 걸쳐 천천히 이뤄졌다. 하지만 전 인류의 절반이 스마트폰을 일상적으로 쓰기까지는 불과 20년이 걸리지 않았다. 지금의 스마트폰은 한 세대가 바뀌기도 전에 직업과 교육, 상업적 활동과 인간관계를 잇는 방식까지 통틀어 바꾸고 있다. 대중화를 이룬 스마트폰의 변화는 이제 디자인, 사용성, 기능성 등 차별화의 영역에 들어섰다. 어떤 영역이든 대중화된 이후에는 ‘얼마나 자연스럽고 불편함이 없으며, 독특한 장점은 무엇인가?’로 귀결된다.
제네시스의 첫 고성능 전기차 GV60 마그마를 만나 제네시스가 지향하는 개발 철학을 경험했다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바뀌는 과정도 마찬가지다. 특히 ‘고성능차’에 대한 기준은 전기차 보급 이전과 이후로 나눌 수 있을 정도다. 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 5초 이내로 가속하거나 최고속도 200km/h 이상 등 과거 내연기관차 중에서도 일부 고성능차만 가능했던 수치들은 현재 대부분의 전기차에서 쉽게 경험할 수 있는 숫자가 됐다.
하지만 거의 모든 자동차 제조사가 ‘고성능 전기차’를 내놓는 시대가 되자, 한층 꼼꼼한 기준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누가 더 자연스럽고 편안하면서도 전기 모터와 배터리의 장점을 최대한 살린 고성능 전기차를 만들 수 있느냐가 핵심이 되었다. 여기에 브랜드가 추구하는 개발 철학이 잘 녹아 있는 것은 물론, 미래에 대한 비전도 분명하게 제시해야 한다. 제네시스의 첫 고성능 전기차인 GV60 마그마는 어떨까?
오늘은 GV60 마그마의 미디어 시승회에 참석하기 위해 제네시스 수지에 방문했다. 시승은 제네시스 수지 전시장을 출발해 수원북부순환로, 과천봉담도시고속화도로, 비봉매송도시고속도로 등을 거쳐 경기도 화성 소재의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KATRI)까지, 편도 50km가량의 거리를 오가는 길에서 진행했다. 국도와 자동차 전용도로, 고속도로 등을 달리며 장거리 고속주행에 적합한 ‘그랜드 투어러(Grand Tourer)’로서의 GV60 마그마를 깊이 있게 알아볼 수 있는 코스다.
많은 사람들이 고성능차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트랙에서의 주행 성능을 꼽는다. 트랙에서의 스포츠 주행에서 차의 성능을 끝까지 끌어낼 수 있는 것은 맞다. 하지만 대부분의 서킷은 거주지에서 꽤 멀리 있기에, 오가는 길의 승차감과 정숙성은 즐거운 트랙 주행 전후의 피로를 줄여주는 데 필수적이다. 또 매일 트랙에 가는 사람이 거의 없고 고성능차를 모는 대부분의 환경이 일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쾌적한 이동 경험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차에 올라타자마자 처음 느낀 감각은 마그마 전용 버킷 시트의 기능과 편안함이었다. 꽤 오랜 시간 타고 있어도 불편한 구석이 없었다. 원래 시트는 좌우로 급격하게 몸이 쏠리는 트랙 주행에서 차의 상태를 직접 전달하는 최고의 커뮤니케이션 수단이고, 일반 도로에서는 좋은 승차감을 만들어 편안한 여정을 돕는 장치다.
GV60 마그마는 몸을 단단히 잡아주는 기능적인 설계를 바탕으로 더욱 정밀한 제어와 편안함을 위한 10웨이 버킷 시트를 탑재했다. 전동 조절로 쉽게, 또 미세하게 조절이 가능한 것은 물론, 다리를 확실하게 고정하기 위한 시트 슬라브의 효과는 직접 경험해야 알 수 있다. 스포츠 주행과 일상을 함께 고민한 제네시스만의 섬세함을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GV60 마그마를 타고 움직이기 시작하면 우선 조용한 전기차의 장점이 잘 살아 있음을 느끼게 된다. 여기서 포인트는 이 차에 폭 275mm에 편평비 35%의 초고성능 타이어가 기본으로 달려 있다는 점이다. 접지면이 넓을수록 접지력이 좋아지지만, 타이어가 노면에 닿으며 나는 소리는 커지기 마련이다. 특히 엔진과 변속기 등의 소리가 없는 전기차는 다양한 로드 노이즈가 더 강조되기 쉬운데, GV60 마그마는 고성능 전기차 중에서도 특히 더 조용하다.
이는 차체 곳곳에 흡·차음재를 추가로 적용한 것은 물론, 모터 제어를 통해 전기차 모터 특유의 고조파 소음을 부드럽게 다듬고 기어에서 발생하는 소리도 줄인 덕분이다. 무엇보다 기본 적용된 액티브 로드 노이즈 컨트롤(ANC-R)의 효과가 인상적이다. 네 바퀴 서스펜션에 달린 가속도 센서의 정보를 이용해 노면으로부터 발생하는 저주파 소음을 먼저 감지하고, 미리 반대 위상의 소리를 스피커로 출력해 소음을 저감하는 기술이다. 실내에 달린 마이크로 소음 감소 정도를 확인하고 제어 로직을 계속 수정해 시종일관 편안한 공간을 조성한다.
편안한 이동 경험을 만드는 주역 중 하나는 새롭게 설계된 하체다. GV60 마그마는 스티어링 시스템과 앞 서스펜션의 구조를 크게 바꿔 R&H 특성도 새롭게 다듬었다. 휠베이스가 긴 전기차는 회전반경이 커지게 되는데, 이를 보완하기 위해 운전대를 많이 돌릴수록 바퀴가 더 꺾이게끔 가변 기어비를 쓰는 경우가 많다. 이럴 경우 주차 및 유턴 시의 운전 편의성은 좋으나, 고성능차에 필요한 일관성 있는 스티어링 휠 반응을 얻기는 쉽지 않다. GV60 마그마는 일반 GV60보다 더 큰 고정 기어비를 써 빠른 조향 성능을 만들었다.
여기에 타이어가 땅에 닿는 포인트와, 바퀴가 서스펜션에 고정되는 킹핀 접촉 포인트의 차이인 캐스터 트레일을 기본 모델보다 16mm 앞으로 늘렸다. 추가로 바퀴를 좌우로 미는 암의 유효 길이를 늘여 고속 주행 시 안정성과 도로에서 올라오는 충격에 따른 스티어링 안정성을 모두 잡았다.
서스펜션 하드 포인트를 바꿔 롤 센터를 낮춘 것도 커다란 변화다. 차의 급격한 움직임에도 타이어의 접지력을 일정하게 유지해 전반적인 안정성이 크게 좋아지는 방법이다. 일반적인 스포츠카의 경우 ‘불편해도 적당히’ 타는 것이 허용되지만, 럭셔리 브랜드인 제네시스라면 디테일한 주행 경험조차 세심하게 다듬어야 하기에 다양한 방법을 쓴 것이다.
이러한 설계의 효과는 차를 몰고 도로에 올라서면서 곧바로 느낄 수 있다. 처음에는 대부분의 일상 환경에서 편안함과 부드러움을 누릴 수 있는 컴포트 모드로 시내 도로를 달렸다. 타이어의 편평비가 35%라는 것을 잊게 되는 승차감이 매우 인상적이다. 특히 아직 기온이 높지 않고 출발한 직후라 타이어가 단단할 텐데, 겨울을 지나며 깨지고 갈라진 시내 도로에서 잔진동과 충격을 흡수하는 성능은 고급차를 타고 있다는 경험을 제대로 선사한다. 주행 모드 다이얼을 돌려 최적의 전비를 만드는 레인지 모드로 바꾸자, 늘어난 주행 가능 거리만큼 가속 페달의 반응이 부드러워진다.
도심이나 간선도로에서 주행 흐름에 맞춰 달리는 일반적인 주행 상황에서는 컴포트나 레인지 모드만으로도 충분히 여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 현재까지 나온 제네시스 브랜드 모델 중 가장 강력한 파워 일렉트릭(PE) 시스템이 언제든 넉넉한 출력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앞 175kW/370Nm, 뒤 303kW/420Nm 출력의 전기 모터는 부스트 모드에서 합산 출력 최대 478kW(약 650PS)과 790Nm(약 80.6kgf·m)의 강력한 토크를 발휘한다. 최근 고성능 전기차들의 스펙을 생각하면 언뜻 평범하게 보일 수 있지만, GV60 마그마의 진정한 고성능 설계는 이 숫자들 너머에 숨어 있다.
GV60 마그마의 고성능 모터는 냉각 성능을 강화하고 2만 920rpm이라는 초고속 회전이 가능하도록 로터 코어와 볼 베어링을 다듬었다. 또 모터와 감속기, 인버터 하우징을 일체형으로 만들어 패키징을 간단하게 한 것은 물론이고 모터 영구자석의 자력을 향상해 연속적인 서킷 주행과 장거리 고속 주행에도 무리가 없도록 보강했다. 후륜 모터에 감속기와 함께 통합된 2스테이지 AC-DC 인버터는 연비 주행을 하거나 고성능이 필요한 상황 등 주행 조건에 따라 모터로 보내는 전력량을 조절해 최적의 성능을 발휘한다.
또한 84kWh 용량의 NCM 배터리는 스포츠 주행 또는 급속 충전 전 적극적인 온도 관리를 위해 배터리 히터의 용량도 키웠다. 특히 모터와 인버터를 활용해 DC 급속 충전기에서 400V로 들어오는 전압을 800V로 올려 초고속 충전을 하는데, 승압 전용 컨버터를 삭제해 무게를 줄일 수 있었던 것은 덤이다. 덕분에 요즘 고성능 전기차 중 드물게 트랙 주행에서도 지치지 않는 성능과 장거리 고속 주행 연비를 함께 잡았다.
넉넉한 힘을 갖춘 모터 덕분에 컴포트 모드에서도 힘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지만, 역시 GV60 마그마의 진짜 모습은 마그마 컬러의 드라이브 모드 버튼을 눌러 GT 모드와 스프린트 모드로 들어갈 때 나온다. 특히 일상에서 자주 달리게 되는 자동차 전용도로나 고속도로에서 GT 모드가 주는 혜택은 꽤 크다.
GV60 마그마는 드라이브 모드마다 전자제어 서스펜션이 변하는 범위가 넓다. 제네시스 수지에서 출발해 약간의 정체 구간을 지난 뒤 GT 모드로 변경하자, 운전의 즐거움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수준으로 서스펜션 특성이 바뀐다. 노면의 정보가 운전대를 통해 훨씬 더 많이 전달되고, 묵직해진 스티어링 휠을 돌리는 것으로도 운전의 재미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양산차 중에서는 주행 모드를 스포츠 성향으로 바꿀수록 지나치게 딱딱해지는 서스펜션으로 고성능을 강조하는 차들이 많다. 트랙을 달리는 레이스카처럼 단단한 하체를 표방한 것이다. 하지만 GV60 마그마의 서스펜션은 불쾌한 충격을 적당히 걸러 편안한 승차감을 만든다. 어디까지나 일반도로를 달리고 있다는 것을 잊지 않은, 이상적인 세팅이다.
여기에 가변식 전자제어 댐퍼가 너무 단단해지지 않고 부드러움을 유지하는 것이 신의 한 수다. 용인과 수원을 지나는 간선도로의 완만하게 굽이진 코너에 맞춰 적당한 수준으로 기울어지는데, 그렇다고 출렁거리는 건 절대 아니다. 기본 모델보다 두툼해진 앞뒤 스테빌라이저 바 덕에 차의 기본적인 움직임은 안정적이다. 고가차도의 이음매를 지날 때처럼 차체가 울리는 상황에서는 ANC-R이 공진음을 막고, 상하로 큰 모션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댐퍼가 끝까지 늘어나거나 눌릴 때도 매끈하게 충격을 흡수한다.
결과적으로 장거리 고속 크루징에 특화된 ‘GT’라는 이름에 걸맞게, 넉넉한 출력과 우수한 주행 안정성을 바탕 삼아 자동차 전용도로를 빠르고 여유롭게 달리는 기분 좋은 경험을 하게 된다. 물론 HDA 2(고속도로 주행 보조 2)와 같은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을 켜서 차의 도움을 받아 느긋하고 조용한 이동을 즐기는 것도 좋다.
GV60 마그마의 GT 모드가 장거리 여정에 좋은 또 다른 이유는 꽤 높은 속도까지 후륜 모터로만 주행할 수 있도록 전력 배분을 조절하기 때문이다. 전기차의 AWD는 앞뒤에 달린 모터를 각각 제어하는데, 차의 속도가 빨라지면 고속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일정 수준의 전류를 앞 모터에도 보내 속도를 맞춰 놓는다. 갑자기 높은 출력이 전달되었을 때 충격을 줄이고 안정적으로 가속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실제 구동을 위해서가 아니라 안정성을 위한 기능이라 전비는 손해를 보게 되는데, GV60 마그마는 모터 제어 기술로 이를 보완했다.
덕분에 통행량이 적은 국도나 도시고속화도로의 길게 뻗은 직진 구간을 시원스레 달릴 때는 물론이고 추월할 때도 마치 대형 후륜구동차를 모는 것처럼 묵직한 가속감을 느낄 수 있다. 가속 페달을 밟는 정도에 따라 차가 바닥으로 가라앉는 듯 안정감을 준다. 가속 페달 응답성이나 실제 높아지는 속도는 스포츠 모드보다 살짝 부드럽다. 장거리를 오래 달리는 GT의 특성상 거칠고 신경질적인 반응보다 여유 있으면서 필요할 때 빠르게 속도를 높이는 세팅에 집중한 결과다. 게다가 고속 정속 주행 때는 후륜 모터만 가동해 효율을 높여주니, 전비가 좋아지는 것은 물론이다. GT 모드가 장거리 주행에 최선인 이유다.
비봉매송도시고속도로에 오른 뒤 마그마 모드의 버튼을 다시 눌러 스프린트 모드에 진입했다. 스프린트 모드에서는 모터와 스티어링, 서스펜션과 후륜 모터의 좌우 동력 배분을 담당하는 e-LSD가 모두 최대 성능을 발휘하는 스포츠 플러스 모드가 된다. 전자식 차체자세 제어 장치(ESC)가 개입하는 범위 안에서 GV60 마그마의 한계를 끝까지 경험하고 싶을 때 최적화된 세팅이다.
가속 페달을 95% 이상 깊숙하게 밟으면 15초간 작동하는 부스트 모드가 자동으로 켜져 폭발적인 가속을 돕는다. 다른 차를 추월할 때 매번 부스트 모드 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되니, 운전이 한결 편리해진 것은 덤이다.
여기에 즐거움을 더하는 것은 매우 유연하고 적절하게 세팅된 서스펜션이다. 레인지나 컴포트 같은 일반 주행 상황에서 부드럽고 풍성하게 떠 가듯 노면에 반응하던 댐퍼는 스프린트 모드에서 꽤 단단해진다. 그렇다고 650마력의 출력을 이기려는 듯, 레이스카의 그것처럼 딱딱하게 바뀌는 것은 아니다. 고르지 않은 노면에서 올라오는 충격을 흡수하고 타이어가 노면에 딱 붙어 있다는 자신감을 준다. 고속도로의 굽은 구간에서는 적당히 억제된 좌우 롤, 속도와 원심력에 맞춰 쌓이는 횡 가속도를 느끼며 리듬을 타게 된다.
물론 이 상태가 모든 사람에게 최선일 수도, 더 나은 세팅이 없을까 고민할 수도 있다. 이럴 때는 마이 모드로 들어가 원하는 세팅을 찾으면 된다. 개인적으로는 스티어링만 스포츠나 컴포트로 바꿔 조금 가볍게 다룰 수 있는 쪽이 더 편했다. 옆으로 걸리는 횡 가속도에서도 좀 더 자유롭게 운전대를 조작할 수 있어서다.
스프린트 모드와 여러 세팅으로 변경한 마이 모드를 오가며 어느 쪽이 더 알맞은 세팅인지 경험해 보는 것도 운전의 재미 중 하나다. 그렇다. 럭셔리 브랜드의 고성능은 복잡할 이유가 없다. 브랜드가 완성한 최적의 세팅을 오롯이 즐기고 몰입하는 과정에서 차별화된 경험이 이뤄진다.
사실 일반도로에서 스프린트 모드의 한계를 경험하기란 매우 어렵다. 폭발적인 가속력 때문에 GV60 마그마의 힘을 오롯이 꺼내기도 전에 속도를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좌우로 굽은 코너가 이어지는 와인딩 도로에서도 스프린트 모드의 짜릿함을 경험할 수는 있겠지만, 넘치는 출력을 온전히 경험하려면 광활한 공터나 안전이 보장된 트랙이 안성맞춤이다. 통행이 제한된 자동차안전연구원까지 GV60 마그마를 몰고 온 이유다. 오늘 이곳에서는 일정 거리를 빠르게 달리는 드래그 레이스를 통해 GV60 마그마의 폭발적인 가속 성능을 경험할 예정이다.
최근에 전기 고성능차가 늘었다고 해도 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 걸리는 시간 3.4초는 자주 경험할 수 있는 숫자가 아니다. GV60 마그마는 여기서 나아가, 200km/h 가속까지 10.9초가 걸린다는 점을 강조한다. 고속 영역에서도 지치지 않고 밀어붙일 수 있다는 뜻이다. 스프린트 모드에서 자동으로 활성화되는 런치 컨트롤과 부스트 모드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15초 동안 발휘하는 부스트 모드는 200km/h를 넘긴 초고속 영역에서도 여유가 있다. GV60 마그마의 최고속도 264km/h가 허울뿐인 숫자가 아닌 것은 이 자리에 온 누구라도 충분히 알 수 있다.
또 가속 페달을 95% 이상 밟을 때 부스트 모드가 자동으로 작동하는 것도 드래그 레이스에서는 큰 도움이 된다. 트랙의 긴 직선에 들어서 버튼을 찾아 누르지 않아도 되니까 가속에 더 집중할 수 있다. 버튼 하나로 활성화되는 드리프트 모드 등도 같은 맥락이다. 복잡한 단계를 거치지 않고 간단한 선택으로 집중할 수 있는 것. 제네시스가 제안한 럭셔리 퍼포먼스를 즐기는 방식이다.
자동차안전연구원에 도착해 잠깐의 휴식을 가진 뒤, 드래그 레이스를 시작했다. 시작 지점으로부터 300m 떨어진 곳까지 스프린트 모드에서 런치 컨트롤과 부스트 모드를 모두 활용해 가속하고, 강력한 제동 성능까지 경험하는 구성이다. GV60 마그마의 발진 가속력은 응축된 용암이 분출하듯 폭발적이다.
강력한 제동 성능도 인상적이다. 맹렬한 가속을 마친 후 브레이크를 강하게 밟을 때, 댐퍼가 강하게 눌리며 차체 앞부분이 내려앉는 상황에서도 GV60 마그마의 안정감은 충분하다. 대형 브레이크와 자연스러운 회생제동 메커니즘은 200km/h가 넘는 초고속에서 공차중량 2,250kg의 차를 멈출 때도 흐트러짐이 없다. 내연기관차보다 무거운 전기차의 단점을 완성도 높은 서스펜션과 브레이크 시스템으로 보완한 마술 같은 일이다.
맹렬한 가속감을 더욱 풍부하게 만드는 요소가 가상 기어 변속 시스템(VGS)이다. 이는 모터의 토크 변화로 8단 DCT의 직결감 있는 변속을 다루는 재미를 준다. 일반도로에서 패들 쉬프트를 튕겨 수동 조작의 묘미와 6기통 고회전 자연흡기 엔진의 가상 사운드를 내는 E-액티브 사운드 디자인 플러스를 함께 즐기는 것도 여정의 흥을 돋우는 방법이다. 하지만 변속의 묘미와 박진감 있는 사운드의 매력은 드래그 레이스에서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으며 변속할 때 극대화된다.
가상 기어 변속 시스템의 효용은 드래그 레이싱뿐 아니라 트랙 주행에서도 마찬가지다. 내연기관차로 트랙을 달린 경험이 많을수록 엔진 사운드가 없는 전기차로 빠르게 달리는 일이 더 어렵다. 익숙한 트랙일수록 코너마다 차의 속도계가 아니라 적정 기어 단수와 엔진 회전수를 기억하고 귀로 들리는 사운드에 몸이 저절로 반응해 감속과 변속, 조향과 가속을 이어가기 때문이다. 엔진과 변속 사운드가 없는 일반 전기차에서는 이를 확인하기가 어려워 조작이 어색해지게 되는데, GV60 마그마에서는 변속 사운드와 감각, 엔진 사운드로 몸의 감각을 살려 트랙 주행에 오롯이 집중하고 엔진 소리에 맞춰 빨라지는 심장 박동을 즐길 수 있다.
모든 종류의 스포츠를 제대로 즐기는 방법은 하나다. 이론에 대해 공부하고 적절한 장비를 갖춘 후 좋은 선생님을 만나 반복적인 연습을 거치며 체력과 기술을 연마하는 것이다. 그리고 시합에서는 룰에 따라 공정한 경기를 치러 정당한 결과를 받은 후, 부족한 점을 채우기 위해 또 노력해 계단을 오르듯 하나씩 발전하는 과정 자체를 즐기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자동차로 즐기는 것이 모터스포츠다. 꼭 자동차경주에 나가지 않더라도 레이스 트랙에서 스포츠 주행을 하는 것도 정해진 룰에 따라 실력을 키우고 더 나은 단계로 나아가는 과정이다. 트랙에서 차에 대한 고민 없이 달릴 수 있는 GV60 마그마 같은 차가 있다는 것은 자동차를 좋아하는 입장에서 더할 나위 없는 행복이다.
게다가 트랙을 오가는 길을 포함해, 시내와 국도, 고속도로 등 주행 거리 대부분을 차지할 일상에서도 만족스럽다. 부드럽고 편한 컴포트 모드와 고속도로 장거리 여행이 즐거운 GT 모드, 최신 ADAS의 편리함과 소음제거 기술로 한층 쾌적해진 실내까지. 럭셔리 브랜드에 필요한 요소도 빠짐없이 갖춰 풍족한 여정을 선사한다.
고성능 전기차가 쏟아지는 지금, GV60 마그마는 분명한 차별화로 한 획을 긋는다. 최신 고성능 전기차에 기대하는 것 이상의 기능과 장비를 갖추었으나 복잡한 세팅의 과정을 없앴다. 게다가 그간 내연기관차에서 느낄 수 있었던 달리는 즐거움, 그 이상을 준다. 천천히 흐르는 마그마가 그 아래에 엄청난 에너지를 갖고 있는 것처럼, 화려하지만 과시하지 않고 차분하지만 열정적인 에너지를 품은 차. 그게 바로 제네시스 GV60 마그마다.
글. 이동희(자동차 칼럼니스트, 컨설턴트)
〈자동차생활〉에서 자동차 전문 기자로 사회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티뷰론 일기], [69년식 랜드로버 복원기] 등 큰 화제를 불러모았던 기사를 쓰며 이름을 알렸다. 이후 크라이슬러 코리아와 재규어 랜드로버 코리아 등에서 영업 교육, 상품 기획 및 영업 기획 등을 맡았으며 딜러로 자리를 옮겨 영업 지점장도 맡았다. 지금은 현업의 경험과 이론을 모두 갖춘 칼럼니스트 및 컨설턴트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