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업계에서 ‘부분변경’, ‘페이스리프트’는 기존의 틀 안에서 상품성을 강화하는 개선을 뜻한다. 하지만 더 뉴 그랜저는 ‘신차급 진화’로 불러도 좋을 만큼 과감한 변화를 선택했다. 램프 점등폭을 1mm 단위로 깎아내고, 주차 보조 센서의 위치를 0.1mm 단위로 조율하기 위해 수많은 회의와 협업을 거쳤다. 이처럼 눈에 잘 띄지 않는 미세한 손길이 모여, 그랜저가 정의하는 프리미엄한 가치를 담은 디자인이 완성됐다.
그 변화는 결과물만으로는 온전히 설명하기 어렵다. 하나의 디자인 스케치가 양산차로 이어지기까지, 얼마나 많은 손길을 거쳤을지 짐작하는 것도 쉽지 않다. 더 뉴 그랜저의 외장 디자인을 담당한 현대외장디자인2팀 황덕현 책임연구원, 그리고 내장 디자인을 책임진 현대내장디자인2팀 김준영 연구원을 만나 그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더 뉴 그랜저의 비율은 미묘하면서도 분명히 달라졌다. 앞으로 길게 뻗은 전면부와 한층 낮게 가라앉은 자세가 눈에 들어온다. 익숙하면서도 다른 분위기, 곧게 이어지는 라인과 디테일한 요소들의 균형은 더 뉴 그랜저의 외장 디자인을 담당한 황덕현 책임연구원이 고심한 과제였다.
Q. 그랜저는 현대차의 프리미엄을 대표하는 플래그십 세단이다. 새롭게 출시된 더 뉴 그랜저가 정의하는 프리미엄의 ‘+알파’는 무엇이었나?
황덕현 책임연구원 | 그랜저가 오랜 시간 구축해 온 헤리티지를 바탕으로, 고객들의 기대를 넘어서는 가치를 담고 싶었다. 페이스리프트 모델인 만큼 외장 디자인에 큰 변화를 주긴 어렵지만, 오히려 그 한계 안에서 더 모던하고 프리미엄한 이미지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 고객의 라이프스타일과 잠재적인 니즈를 깊이 들여다보는 고객 중심의 디자인, 이것이 바로 우리가 생각한 ‘+알파’였다.
Q. 페이스리프트 모델인데도 전장이 5,035mm에서 5,050mm로 늘었다. 프런트 오버행을 키워 ‘샤크 노즈’ 형상을 강조한 의도와, 이를 통해 만들고 싶었던 자세·비례의 변화가 궁금하다.
황덕현 책임연구원 | 기존 그랜저의 사이드 프로파일은 안정적이고 균형이 잘 잡혀 있었다. 거기에 앞뒤 범퍼 섹션의 변화를 더해 다이내믹한 자세를 만들고자 했다. 특히 멀리서 봤을 때 비례의 차이가 강렬한 인상을 남길 수 있도록, 전면의 샤크 노즈 형상을 또렷하게 살리는 데 공을 들였다.
Q. 프런트 펜더에 사이드 리피터를 새로 적용해 전면에서 후면으로 이어지는 라인의 연결감을 강조했다. 기능 부품인 사이드 리피터를 디자인 요소로 활용한 발상은 어디에서 비롯됐나?
황덕현 책임연구원 | 사실 프로젝트 초기에 프런트 펜더는 디자인 변경 범위가 아니었다. 하지만 그랜저의 프리미엄 이미지를 강조하자는 디자인·설계·상품·영업 등 모든 부문의 목소리가 하나로 모였고, 변경 범위에 포함하기로 결정하면서 사이드 리피터를 추가했다. 개인적으로 디자인을 진행할 때 라인의 연결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사이드 리피터 덕분에 전면에서 후면까지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지는 디자인 연결감을 강화하면서 완성도를 한층 높일 수 있었다.
Q. 더 얇고 길어진 ‘심리스 호라이즌 램프’가 인상적이다. 램프 형상을 슬림하게 다듬는 과정에서의 디자인적 고민과 기술적 제약은 어떻게 풀어냈나?
황덕현 책임연구원 | 심리스 호라이즌 램프는 기존 그랜저와 비슷해 보일 수 있는 디자인이라, 사실 기존 램프를 그대로 썼다면 투자비를 아낄 수 있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기존의 완성도를 뛰어넘는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다시 한번 과감히 도전했다. 외관상 10mm, 점등 영역에서는 1mm가량을 줄여서 더 슬림하고 하이테크한 인상의 램프 디자인을 완성했다. 까다로운 법규 조건 속에서 디자인과 설계 부문이 긴밀히 협업해 이뤄낸 성과였다.
Q. 넓어진 프런트 범퍼 영역과 새로운 메시 패턴의 라디에이터 그릴로 고급감을 강화했다. 새로운 그릴 패턴을 구상한 모티프는 무엇이며, 전면부의 고급감을 이루는 요소들은 무엇인가?
황덕현 책임연구원 | 기존 그랜저의 라디에이터 그릴이 너무 커 보인다는 고객들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했다. 보디 컬러 영역을 최대한 넓혀서 프리미엄 이미지를 한층 강조하는 동시에, 샤크 노즈 형상이 잘 보이게끔 라인과 패턴이 함께 어우러지는 새로운 콘셉트의 그릴 디자인을 제안했다. 여기에 주차 보조 센서를 깔끔하게 배치하면서, 냉각 조건까지 충족하는 최소 크기의 메시 패턴으로 디테일한 부분에서 고급감을 살렸다.
Q. 후면부는 더 얇은 리어 콤비 램프와 상단 크롬 가니시에 숨긴 턴시그널, 그리고 윙 타입 가니시로 하이테크하면서도 스포티한 인상을 완성했다. 후면 턴시그널 시인성에 대한 고객의 목소리와 디자인 완성도 사이의 균형은 어떻게 맞췄나?
황덕현 책임연구원 | 프로젝트 시작에 앞서 고객 의견을 분석했고, 후면 디자인의 개선 1순위가 바로 턴시그널 램프의 위치 조정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에 턴시그널 램프의 위치를 높이면서, 상단의 가니시 안에 히든 턴시그널 램프 기술을 구현해 하이테크한 인상과 디자인 완성도를 동시에 잡았다. 여기에 윙 타입 가니시와 넓어진 블랙 영역을 더해, 한결 스포티한 후면을 만들었다.
Q. 스케치에서 양산차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끝까지 지키고 싶었던 디자인 요소가 있다면 무엇이며, 양산성 및 법규 등의 현실적인 문제로 조정이 필요했던 부분은 어떻게 해결했나?
황덕현 책임연구원 | 아무래도 사이드 리피터와 히든 턴시그널 램프처럼 양산 법규에 민감한 램프류 디자인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이 많았다. 설계 부문과 함께 1mm 단위로 조정을 거듭하면서 해결책을 찾았고, 리어 범퍼의 경우 주차 보조 센서가 범퍼 표면에 매끈하게 자리 잡을 수 있도록 0.1mm 단위로 위치를 조정하는 등 수없이 소통하고 협업하며 최선의 결과물을 구현했다.
Q. 마지막으로, 더 뉴 그랜저의 외장 디자인을 직접 마주한 독자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디자인 포인트와 메시지를 부탁드린다.
황덕현 책임연구원 | 언뜻 기존과 비슷하면서 또 다르게 보이는 것이 더 뉴 그랜저의 외장 디자인이다. 기회가 된다면 멀찍이 서서 기존 그랜저와 사이드 프로파일, 프로포션(비례) 등의 차이를 먼저 느껴보고, 가까이 다가가 절제 속에서 고급스러움을 강조한 숨은 디테일을 하나씩 찾아보기를 권한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면 더 뉴 그랜저의 인상은 다시금 달라진다. 둥글린 면과 부드러운 질감이 편안한 분위기를 전한다. 시트에 몸을 기대고 주변의 트림을 살피면 마치 집 안의 가구를 옮겨 놓은 듯 아늑한 기분이다. 편안함을 중심에 둔 내장 디자인을 어떻게 완성했는지, 김준영 연구원이 자세히 들려줬다.
Q. 더 뉴 그랜저의 내장 디자인 콘셉트는 ‘Furnished calm space’ 및 ‘프리미엄 라운지’로, 가구의 안락함을 중심에 두고 있다. 이 콘셉트를 정의하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김준영 연구원 | 편안함(Comfort)은 고객이 실내에서 느끼는 가장 중요하고 기본적인 가치라고 생각한다. 여기에 모든 내장 디자인 방향성을 집중해, 프리미엄 라운지의 가구처럼 ‘Furnished calm space’, 즉 보기에도 편안하고 만지기에도 부드러운 디자인과 소재의 질감을 극대화했다.
아울러 ‘Hands on the wheel, Eyes on the road’라는 개념에서 출발해 모든 주행 정보를 시선이 가장 오래 머무는 상단에 집중하고, 그 외의 방해 요소는 덜어냈다. 이로써 운전자가 오롯이 주행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했다.
Q. 실내 전반을 아우르는 라운디쉬한 조형 언어를 시그니처로 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김준영 연구원 | 둥근 실루엣은 눈을 편안하게 만든다. 가독성 좋은 굴림체를 예로 들면, 글자의 모서리를 둥글려 자극적인 요소를 덜어낸 덕분에 독자가 한결 편하게 보고 읽을 수 있다. 자동차의 실내도 마찬가지다. 더 뉴 그랜저의 실내에 들어선 순간 시각적, 촉각적인 편안함이 어우러진 공간에서 온전히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자 했다.
Q. 사이드의 크래시 패드와 도어 매칭 영역에 고급 소재와 디자인 요소를 집중했다고 들었는데, 더 뉴 그랜저가 갖는 프리미엄을 어떻게 풀어냈나?
김준영 연구원 | 현대차의 플래그십 세단인 만큼, 더 뉴 그랜저의 시트에 앉아 도어를 닫는 그 순간까지 프리미엄한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도어를 닫았을 때 크래시 패드 상·하단의 형상이 도어와 맞닿는 부분을 깔끔하게 가려주도록 하는 등 파팅 라인도 디자인 요소로 활용했다. 전체 공간이 심리스하게 이어지는 조형은 같은 공간을 더 넓어 보이게 만들고, 이 같은 요소들이 하나 둘 모여 프리미엄을 강조한다.
Q. 도어의 카우치 패턴과 암레스트를 하나의 섹션으로 연결하는 랩 어라운드 조형은 내장 디자인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가?
김준영 연구원 | 탑승자가 팔을 얹을 때 둥근 면에 닿도록 의도했다. 이렇게 하면 팔을 올려 두기에 편하고, 부드러운 촉감도 느낄 수 있다. 카우치 패턴은 어느 각도에서 봐도 모든 비즈가 같은 깊이로 들어가 있는 것처럼 보이도록 디자인했다. 부드러운 가죽의 표면을 최대한 살린 마감이 랩 어라운드의 조형미를 강조한다고 생각한다.
Q. 17인치 디스플레이로 기능을 통합하는 동시에 핵심 하드키를 남겼다. 이렇게 디자인한 기준은 무엇이었나?
김준영 연구원 | 주행 중 가장 직관적으로 써야 하는 공조, 시트 열선 및 통풍, 미디어 조작 등의 스위치를 선별해 17인치 디스플레이 바로 아래에 배치했다. 즉각적인 피드백이 강점인 하드키는 운전 중에도 손으로 쉽게 조작할 수 있다. 디스플레이 하단의 하드키 외에도 주차 관련 버튼이나 사이드미러 조절 등 사용 빈도가 높은 기능도 하드키로 남겨뒀다. 손끝으로 조작하는 토글 스위치는 둥근 손가락 끝에 맞춰 다듬었고, 직접 보지 않아도 정확히 조작할 수 있도록 스위치마다 결을 다르게 디자인했다.
Q. 전동식 에어벤트를 적용해 송풍구가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도록 했다. 이처럼 기능을 감추는 디자인으로 얻고자 한 것은 무엇인가?
김준영 연구원 | 크래시 패드 사이에 숨은 송풍구에서 바람이 나오는 방식으로 프리미엄한 가구의 이미지를 강조했다. 동시에 앞좌석 공조 전체를 디스플레이로 통합 제어해 운전자가 동승석 공조까지 손쉽게 다룰 수 있도록 했다. 터치 디스플레이로 공조를 조작하는 과정은 프리미엄과 하이테크한 경험을 제공하는 요소가 될 것이다.
Q. 양문형 콘솔 암레스트를 새롭게 적용했다. 손끝에서 느껴지는 완성도를 위해 고민한 지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김준영 연구원 | 페이스리프트 모델이지만 신차급 변화를 강조하고 싶어 센터콘솔에서 더 고급스러운 사용 경험을 제공하는 요소를 찾았다. 기존의 커버 타입은 여닫을 때 고객의 동선이 크다. 반면, 양문형 타입은 시각적으로 심리스하고,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열리는 구조로 작동 반경을 최소화했다. 버튼부는 실버 가니시로 장식해 손끝으로만 쉽게 조작할 수 있도록 했다.
Q. 앰비언트 무드램프의 경우 직접 조명 대신 은은한 간접 조명을 통해 주행 중 시선 방해를 줄이고, 프리미엄 라운지 같은 고요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그 사이의 균형은 어떻게 설계했나?
김준영 연구원 | 직접 조명은 야간 주행 시 방해되는 요소다. 그리고 정말 프리미엄한 공간에 들어서면 벽을 타고 흐르는 간접 조명을 통해 눈이 편안해지는 경험을 할 수 있는데, 이 부분에 초점을 맞춰 조명 디자인을 새롭게 했다. 주행 중 시인성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두고, 방해가 될 만한 부분을 소거한 뒤 간접 조명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해 디자인을 진행했다.
Q. 페이스리프트 모델임에도 신차급 변화를 위해 과감한 선택을 시도한 점이 돋보이는데, 가장 과감했던 결정은 무엇이었나? 고객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도 부탁드린다.
김준영 연구원 | 가장 과감했던 결정은 전동식 에어벤트를 기본 사양으로 제안한 것이었다. 현대차 최초로 적용하는 기술이라 고객들의 반응을 예상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차급 변화에 집중해, 기존의 고객들이 경험하지 못한 신기술과 편안한 공간을 조성하고자 전동식 에어벤트의 장점을 극대화한 조형과 조작 경험을 제안했다.
이 밖에도 스마트 비전 루프 등 새롭게 시도한 다양한 기술이 있다. 고객들이 이러한 신기술을 보고 느끼고 사용하면서 한층 진화한 그랜저만의 프리미엄을 깊이 있게 경험해 보시기를 바란다.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나면, 어느새 더 뉴 그랜저를 보는 시선이 조금 달라졌음을 느낄 수 있다. 날렵하고 역동적으로 바뀐 전면부의 인상과 한층 얇아진 램프, 크래시 패드 안에 숨은 사이드 벤트의 송풍구와 둥글려 마감한 도어 트림의 촉감까지, 이 같은 디테일을 하나씩 들여다보면 고객들의 기대를 넘어서겠다는 진심을 찾아볼 수 있다. 과거의 성취에 머물지 않고 더 나아가겠다는 마음으로 뭉친 개발진의 손길이, 더 뉴 그랜저를 선택한 고객들에게 오래 남는 울림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