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세계 최대의 자동차 시장이자 글로벌 기술 경쟁의 격전지다.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 경쟁하려면 14억 인구의 다양한 요구에 부합할 수 있는 좋은 자동차를 만드는 것은 물론, IT 인프라와 대규모 데이터를 활용한 신기술 개발 등 전방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현대자동차그룹 중국연구소가 차세대 모빌리티 및 디지털 기술의 연구·개발에 집중하는 이유다.
중국 자동차 시장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그래서 중국연구소의 연혁을 보면 현대차그룹이 중국 고객과 함께 성장한 흔적을 볼 수 있다. 중국연구소는 현지화부터 시작해 중국 전용 모델의 자체 개발로 인기 모델을 완성했으며, 지금은 자율주행, AI, 스마트 캐빈* 등 다양한 스마트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스마트 캐빈 : 탑승자의 상태 및 상황을 파악하고 그에 맞는 서비스를 직관적이고 편리하게 제공하는 기술. 사용자의 움직임 분석, 생체신호 분석 등 다양한 기술이 필요하다
이는 차세대 모빌리티 기술을 위한 시도이기도 하다. 중국 시장에서는 IT와 모빌리티가 전례 없는 속도로 결합 중이다. 중국기술연구소 관계자의 설명이다. “중국은 최고 수준의 IT 인프라를 갖추고 있으며 고객이 첨단 기술을 받아들이는 범위도 상당히 넓고 빠릅니다. 새로운 기술을 실험하고 검증하기에 이상적인 조건이라 할 수 있습니다.”
현대차그룹은 2012년 중국상용기술연구소를 개소하고, 2013년 중국기술연구소를 열었다. 이는 점점 다양해지는 중국 고객의 취향을 반영해 차별화된 제품을 개발하고, 고객의 요구에 온전히 답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다. “중국 소비자들은 자신들의 라이프스타일과 도로 환경, 문화적 감성에 꼭 맞는 차를 원했습니다. 현지에서 직접 연구·개발하며 진정으로 중국을 위한 자동차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중국기술연구소의 설명이다.
시작은 글로벌 모델을 중국 소비자의 취향, 도로 환경, 법규에 맞게 조율하는 현지화였다. 2세대 투싼, 2세대 K5 등 주요 차종을 중국에 도입하면서 현지 부품 공급망을 구축하고, 중국 소비자의 요구에 맞게 사양을 조율했다. 해당 과정에서 중국기술연구소는 현지 공급업체와 협력해 부품의 현지화 비율을 높였다.
또한, 해당 시기에 중국기술연구소는 연구 시설을 빠르게 늘렸다. 2014년 설계동과 차량시험동 건립을 시작으로 2015년 디자인동과 환경기술동, 2016년에는 151만 ㎡ 규모에 17개의 시험 노면을 갖춘 주행시험장과 복합 충돌 시험이 가능한 충돌시험동을 완공했다. 독자적인 차량 개발의 기반을 다진 것이다.
2017년을 기점으로 중국기술연구소는 독립 개발 거점으로 도약했다. 예컨대 2017년에 완공한 시작동은 설계에서 시작차 제작, 시험까지 전 개발 과정을 수행할 수 있는 공간이다. 2018년에는 교육훈련동이, 2019년에는 성능시험2동이 완공됐다.
현지에서 차량 개발을 주도할 때의 가장 큰 이점은 시장 최적화다. 중국기술연구소는 “현지에서 고객을 마주하며 개발하기 때문에, 글로벌 개발 방식으로는 포착하기 어려운 작은 요구까지 반영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고객의 요구를 철저히 반영한 성과는 빠르게 드러났다. 중국 전용 모델인 위에둥, ix35 등이 좋은 반응을 얻었고, 쿠스토는 중국과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인기 모델이 되었다.
쿠스토 개발 과정에서 중국기술연구소는 충실한 기본기에 더해 경쟁 차종과는 다른 가치를 구현하는 데 집중했다. 쿠스토에 동급 최고 수준의 실내 공간과 SUV를 연상시키는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을 적용한 이유다. 또한, 2열 원터치 릴랙션 시트, 스마트 파워 슬라이딩 도어, 후석 승객 알림 등 가족 단위 고객의 요구까지 꼼꼼히 반영한 구성으로 경쟁력을 높였다.
한편, 자체 개발과 함께 쌓은 차체 개발 기술도 빼놓을 수 없다. 중국기술연구소가 주도하여 개발한 전기 SUV 일렉시오의 경우 고장력 강판 적용 비율을 확대해 충돌 에너지 전달 경로를 최적화했다. 덕분에 호주 A-NCAP에서 5스타를 획득하며 안전성을 입증할 수 있었다.
2020년대를 기점으로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는 IT와 모빌리티의 결합이 가속화되기 시작했다. 중국 정부가 AI 기술을 국가 전략으로 지정하고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가운데, 자동차 제조사들 또한 소프트웨어 중심의 차량 개발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SDV 기술 경쟁의 최전선으로 거듭난 것이다.
중국기술연구소는 “중국 시장은 규모만이 아닌 기술 수용 속도와 소비자 요구 수준 모두에서 전 세계 자동차 산업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한다. 중국 고객은 전기차, 자율주행, 커넥티드 기술에 민감하다. 중국인터넷네트워크정보센터(CNNIC)가 2월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12월 중국의 인터넷 사용자 수는 11억 2,500만 명에 달하며, 오프라인과 연결된 디지털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IT 서비스를 편히 누리는 만큼 차량 내 디지털 경험에 대한 기대치가 높은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러한 변화에 빠르게 대응해 2021년 6월, 중국 상하이에 AVP 차이나(Advanced Vehicle Platform, 2025년 중국선행기술연구소에서 명칭 변경)를 설립했다. AVP 차이나는 SDV의 핵심 영역을 연구하고, 중국 소비자와 시장의 요구에 맞는 기능과 UX를 개발하는 역할을 맡았다. 현재 연구 영역은 음성 인식, 제스처 인식, LLM(대규모 언어 모델) 및 AI 응용 기술을 포함한 스마트 캐빈 분야, 자율주행 및 로보택시 운영 분야, 그리고 전기전자 아키텍처와 통합 제어기 개발 분야다.
또한, 2026년 7월에는 상하이에 UX 스튜디오를 개관할 예정이다. 고객이 직접 UX 연구 과정에 참여하고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공간으로, 미래 모빌리티의 사용자 경험을 함께 만들어가는 거점이 될 것이다.
중국 소비자는 차량 내 디지털 경험을 중요시한다. 스마트폰 하나로 금융·쇼핑·교통 등 여러 가지 일을 해결하는 이들은 차량 또한 스마트 기기처럼 다루길 원한다. 중국연구소의 스마트 인터페이스 연구는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중국기술연구소와 AVP 차이나는 중국의 빅테크 기업과 협업하여 중국 고객을 위한 전용 AI 에이전트를 개발했다. 운전자와 대화를 나누며 필요한 정보 및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차량의 카메라를 통해 운전자가 보고 있는 상황을 인지한다. 운전자가 “앞길에 어떤 표지판이 있나?”라고 질문할 경우 차량의 카메라와 영상 및 이미지 해석 모델을 통해 표지판을 해석하고 “속도 제한선”이라는 답을 내놓을 수 있다.
또한, 주행 경로에 맞춰 충전소, 주차장 등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대화를 통해 운전자의 의도를 이해하고 차량의 기능을 조절한다. 가령 운전자가 “너무 덥다”라고 말하면 에어컨을 켜고 실내 온도를 조정하는 식이다. 더불어 차량 내 엔터테인먼트 기능 또한 AI를 이용한다. 운전자가 “새해 분위기를 내줘”라고 말하면 무드 조명을 조정하고 관련 노래를 찾아 재생하며, 가사를 해석해 이와 어울리는 배경 화면도 생성한다.
제스처 인식 기술은 손을 들어 가볍게 움직이는 것만으로 오디오, 내비게이션, 공조 시스템을 제어한다. 기술의 핵심은 정확도와 안정성이다. 다양한 손 크기와 피부색, 야간이나 역광 환경에서도 안정적인 인식이 이루어져야 실제 주행에서 신뢰할 수 있다. 적외선 센서를 추가해 야간에도 해당 기능을 사용할 수 있도록 했고, 소프트웨어 알고리즘을 통해 다양한 신체 조건에서도 인식 정확도를 높였다.
멀티모달 인터랙션 기술은 실내 카메라를 활용한 이미지 인식, 제스처 인식과 음성 인식 등을 결합해 사용자의 의도를 파악하는 기술이다. 예컨대 손으로 특정 부위를 가리키며 음성으로 명령을 내리면, 두 신호를 통합 해석하고 사용자가 원하는 기능을 실행한다. 멀티모달 인터랙션 기술을 사용하면 자연스러운 대화, 손짓, 시선 등으로 자동차의 기능 대다수를 제어할 수 있다. 이는 어린이나 고령 탑승객 등 IT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교통약자에게도 편안하고 손쉬운 이동 경험을 제공한다.
사용자 경험의 혁신은 시트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중국기술연구소가 개발 중인 AI 컴포트 시트는 탑승객이 착석하는 순간, 시트 하부의 체압 센서가 탑승객의 체형을 감지해 시트 표면 형상을 자동으로 조절한다. AI를 이용해 탑승객의 체압 분포 데이터를 분석 후 시트 내부의 공기 주머니를 조정하는 것이다. 착석 시간이 길어질수록 변화하는 자세와 근육 압박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반영해 미세 조정이 가능하다. 중국기술연구소가 AI 컴포트 시트를 “실시간으로 생각하는 시트”라고 평하는 이유다.
중국상용기술연구소는 상용 전기차(xEV) 분야의 핵심 모듈 또한 연구·개발하고 있다. 먼저, 통합 전원 공급 모듈은 xEV 차량의 주요 전원 공급 장치를 하나의 모듈로 통합 관리해 출력 안정성을 높이고 에너지 소모를 최적화한다. 또한, 상용트럭은 적재 용도에 따라 다양한 특장 모듈을 장착한다. 이에 대응하는 전원 장치를 통합하면 여유 공간 확보에 유리하며 핵심 부품을 변경할 때 차량 전체에 미치는 변경 범위도 최소화할 수 있다.
이어, 통합 열 관리 모듈 시스템은 공조 시스템(에어컨·히터), 고전압 배터리의 열관리, 모터 방열 등 세 가지 기능을 하나의 모듈에 담고, 배터리와 전동화 부품에서 발생하는 폐열을 실내 난방에 재활용하는 기술이다. 해당 기술 적용 시 약 20kg의 무게를 줄일 수 있고, 주행거리도 3% 이상 늘릴 수 있어 공간 확보와 에너지 효율을 모두 달성할 수 있다.
중국연구소는 현지 개발의 강점을 살리는 동시에 남양연구소와 긴밀한 협력을 진행하고 있다. '와이드 오픈 도어'가 좋은 예다. 가족을 위한 승하차 편의성을 원하는 중국 고객의 니즈를 확인한 중국기술연구소는 남양연구소의 바디선행개발팀과 세미 슬라이딩 방식의 새로운 도어 방식을 설계했다. 또한, 고장모드 분석(FMEA)을 통해 품질, 생산, AS 부분의 잠재적 문제를 사전 파악하고 개선했다.
중국기술연구소로서는 처음 도전하는 프레임리스 도어 개발에서도 협력이 빛을 발했다. 남양연구소의 설계 담당자를 초청해 개발 노하우를 전수받는 것은 물론, 설계, 생산, 조립 등 적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신속히 협의하며 개발했다.
중국기술연구소는 지금의 성과에 머무르지 않는다. 전동화 라인업의 신속한 확대, 스마트 차량 기술 개발, AI 융합 기술 심화 등 다양한 방면에서 계속 역량을 키울 방침이다. “운전자를 이해하고, 탑승자를 배려하며, 에너지를 현명하게 사용하는 기술의 연구를 계속해 나가겠습니다.” 중국기술연구소의 설명이다.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자동차 시장인 동시에, 지금 가장 빠르게 달라지고 있는 시장이다. 전통적인 자동차 강호들이 스마트 기술의 새로운 도전자들과 정면으로 마주하는 곳이기도 하다. 현대차그룹 중국기술연구소는 치열한 경쟁의 한복판에서 지역의 특성을 깊이 이해하고, 이를 기술로 전환하며 미래 모빌리티의 방향을 그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