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현대자동차의 고성능 브랜드 N이 모터스포츠 분야에서 기분 좋은 시작을 알리고 있습니다. 가장 반가운 건 우승 소식입니다. 포르투갈, 이탈리아, 독일에서 열린 세계 최정상급 대회에서 연달아 1위에 올랐지요. 그 가운데 국내 주니어 드라이버의 글로벌 무대 도전과 신형 엔진 검증이라는 과정도 포함돼 있어 더욱 뜻깊었습니다.
비슷한 시기, 국내에선 현대 N을 사랑하는 모터스포츠 팬들의 활발한 움직임이 눈에 띄었습니다. 원메이크 레이스인 현대 N 페스티벌 개막전이 역대급 흥행을 기록한 데 이어, 뉘르부르크링을 하루 꼬박 달리는 현대 N을 멀리서나마 응원하기 위해 수많은 인원이 한 자리에 모이기도 했습니다. 그동안 쉽게 볼 수 없었던 풍경이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모터스포츠의 성과가 레이스 결과로만 나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의미합니다. 경쟁에서의 승리도 중요하지만, 그 이후에도 고성능 브랜드의 성장에 필요한 소중한 가치가 따라오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현대 N이 모터스포츠를 통해 진정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현대 N의 2026년 전반부 성과를 되짚어보면서 서킷 위 활동이 이 고성능 브랜드를 어떻게 바꿔가고 있는지 살폈습니다.
N 로고를 단 레이스카의 올해 모터스포츠 첫 우승은 유럽의 두 국가에서 동시에 들려왔습니다. 먼저 현대 월드랠리팀은 5월 7~10일 포르투갈에서 열린 2026 WRC(World Rally Championship, 이하 WRC) 6라운드에서 올 시즌 첫 번째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WRC는 국제자동차연맹(FIA)이 주관하는 세계 최고 권위의 랠리 경주로, 전 세계 각국의 도로를 누비며 순위를 다툽니다. 그중 포르투갈 랠리는 1973년 WRC의 시작을 함께한 대회입니다. 까다로운 코스와 거친 노면이 특징인 비포장(Gravel) 랠리며, 마지막 날 코스에 포함된 거대한 점프대는 수많은 관중들이 찾는 명소이기도 합니다.
우승의 주인공인 티에리 누빌(Thierry Neuville)은 코앞에서 승리를 놓쳤던 지난 4라운드의 아쉬움을 단번에 털어냈습니다. 경기 막판에 찾아온 기회를 살려 1위를 탈환하면서 현대 월드랠리팀에게 올해 첫 우승 트로피를 선물했죠. 동시에 티에리 누빌은 WRC 개인 통산 23번째 우승을 달성했습니다.
겹경사는 이탈리아에서 일어났습니다. 미사노 월드 서킷에서 개최된 2026 TCR 월드 투어(TCR World Tour) 첫 경기 1라운드에서 BRC 현대 N 스쿼드라 코르세(BRC Hyundai N Squadra Corse) 팀의 엘란트라 N TCR이 1위로 결승선을 통과한 것입니다. TCR 월드 투어는 전 세계의 양산차 기반 레이스카가 모여 경쟁하는 모터스포츠 시리즈입니다. 규정상 자동차 제조사들은 직접 팀을 꾸릴 수 없기 때문에, 프로 레이싱 팀에 경주차를 공급하고 기술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참여합니다.
우승을 차지한 드라이버 노버트 미첼리즈(Norbert Michelisz)는 1라운드에서 30포인트를 획득, 예선에서 얻은 10포인트를 더해 총 40포인트를 챙겼습니다. 팀 동료 미켈 아즈코나(Mikel Azcona) 역시 첫 번째와 두 번째 라운드에서 모두 2위를 기록하며 예선 포인트까지 총 65포인트를 획득했죠. 소속 선수들의 고른 활약 속에 BRC 현대 N 스쿼드라 코르세 팀은 1라운드에서만 111포인트를 쌓아 종합 순위 선두로 산뜻하게 시즌을 시작했습니다.
그로부터 약 1주일 뒤, 엘란트라 N TCR은 독일에서 험난한 도전에 나섰습니다. 바로 뉘르부르크링 24시 내구레이스(ADAC RAVENOL 24h Nürburgring, 이하 뉘르부르크링 24시)입니다. 이 대회는 길이 25.378km, 최대 고저차 약 300m, 코너 170개로 구성된 뉘르부르크링 서킷을 24시간 동안 달리는 경기인데요. 수많은 사고와 날씨 등에 의한 변수 때문에 평균 완주율이 60~70%에 불과합니다.
현대차는 이 혹독한 레이스에 2016년부터 출전해 지난해까지 10년 연속 완주에 성공했습니다. 2021년부터는 TCR 클래스의 정상을 5년째 지켜왔죠. 올해도 엘란트라 N TCR은 보란 듯이 클래스 1위로 경기를 마무리하며 현대차의 뉘르부르크링 24시 연속 완주 기록을 11년으로, TCR 클래스 연속 우승 기록은 6년까지 연장했습니다. 경주차의 퍼포먼스와 신뢰성, 끈끈한 팀워크, 유럽 출신 베테랑 드라이버들이 모여 만들어낸 값진 결과였습니다.
국내에선 현대 N 페스티벌의 흥행이 돋보였습니다. 5월 9~10일 주말간 열린 2026 현대 N 페스티벌 개막전은 누적 관람객 수 2만1,792명, 참가 대수 83대라는 기록을 세웠습니다. 참가자와 관람객 규모 모두 상당했던 올해 첫 경기였죠. 레이스 입문자를 위한 N3 클래스 신설도 모터스포츠의 장벽을 낮추는 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자동차 제조사의 모터스포츠 참가는 신차 개발에 필요한 데이터 축적으로 이어집니다. 현대 N도 예외는 아닙니다. 이번 뉘르부르크링 24시에는 엘란트라 N TCR과 함께, 위장막을 뒤집어쓴 비밀스러운 레이스카 두 대가 투입됐습니다. 그 정체는 현대 N의 차세대 파워트레인을 얹은 엘란트라 N1 RP(Racing Prototype). 해당 차량에는 현재의 내연기관 N 모델이 사용하는 2.0 터보 엔진 대신, 향후의 N 라인업에 들어갈 신형 엔진이 얹어져 있었습니다.
배기량에 맞춰 SP4T 클래스에 출전한 302번과 303번 엘란트라 N1 RP는 3위와 4위로 경기를 마쳤습니다. 두 차 모두 레이스 도중 기계적인 문제를 겪었지만, 팀의 발 빠른 대응으로 각각 91랩과 90랩을 달려 파워트레인의 내구성을 성공적으로 검증했죠. 이렇게 뉘르부르크링에서의 24시간을 무사히 버텨낸 신형 엔진은, 미래의 N에 실제로 적용되어 고객들에게 새로운 즐거움을 선사할 예정입니다.
사실 현대차의 모터스포츠를 통한 파워트레인 검증은 10년 전부터 이뤄져온 일입니다. 지난 2016년 현대차는 2.0 터보 엔진을 얹은 2세대 i30 테스트카로 뉘르부르크링 24시에 처음 출전했습니다. 이듬해에도 최소한의 레이스 튜닝을 거친 양산 직전 모델로 경기에 나섰죠. 이 경험은 N 브랜드 첫 번째 양산차, i30 N의 탄생으로 이어졌습니다. 이후 벨로스터 N과 아반떼 N, 코나 N에도 같은 엔진이 탑재되며 본격적인 N의 시대가 열렸습니다. 현대 N을 ‘남양연구소에서 태어나 뉘르부르크링에서 연마된 브랜드’라고 설명할 수 있는 이유입니다.
이번 신형 엔진의 검증 과정이 유독 남달랐던 이유는 한국 및 미국에서 ‘현대 주니어 드라이버’ 및 ‘N Racing Scholar’ 프로그램으로 각각 선발된 주니어 드라이버들이 직접 운전대를 잡았기 때문입니다. 현대 N 페스티벌에서 역량을 마음껏 펼쳤던 김규민, 김영찬 선수와 더불어 주니어 드라이버인 신우진 선수와 CJ 세풀베다(CJ Sepulveda, 푸에르토리코) 선수는 이번 기회를 통해 전 세계의 레이서들과 경쟁하는 귀중한 경험을 쌓게 되었습니다.
국제 모터스포츠 무대에서 현대 N의 존재감이 점점 높아지면서 그들을 응원하는 팬덤의 규모 역시 커져가고 있습니다. 이에 현대 N은 팬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브랜드를 경험할 수 있도록 색다른 이벤트와 장소들을 마련했습니다.
독일에서 뉘르부르크링 24시의 막이 오른 주말, 경기도 용인의 한 카페에선 ‘뉘르부르크링 24시 라이브 파티’가 열렸습니다. 대형 스크린으로 라이브 경기를 함께 즐기는 해외 모터스포츠 관람 프로그램이었습니다. 토요일 오후 6시부터 12시, 일요일 오전 8시부터 오후 12시까지 진행된 라이브 파티에는 무려 409명의 팬들이 방문했습니다.
카페 실내외에 설치된 화면에선 뉘르부르크링 24시 현지 중계가 실시간으로 흘러나왔습니다. 내구레이스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도 경기를 이해할 수 있도록 전문적인 해설도 더해졌죠. 외부 마당은 의자와 테이블, 파라솔, 캠프파이어 존 등으로 꾸며 마치 뉘르부르크링 현장에 온 듯한 분위기를 조성했습니다. 또한, 행사장 한쪽에는 뉘르부르크링 24시에 참가했던 i30 N(2017)과 i30 패스트백 N(2020), 벨로스터 N TCR(2020)이 전시되어 방문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방문객들은 현장에 준비된 다채로운 이벤트에 참여하며 알찬 시간을 보냈습니다. N 모델 시승 및 동승부터 레이싱 시뮬레이터를 활용한 심레이싱 챌린지, 미니카와 RC카 체험, 세차 브랜드 샤인브로스와 협업 운영한 세차 아카데미 등, 남녀노소 모두가 누릴 수 있는 콘텐츠로 채워져 있었죠. “다양한 N 차량들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는 시선부터 “내구레이스 자체를 처음 접했는데 이번 행사로 입문하게 되어서 매우 뜻깊었다”는 고백, “해외처럼 차를 좋아하는 분들과 먹고 마시면서 내구레이스를 즐길 수 있어 만족스럽다”는 찬사까지. 방문객들의 뜨거운 피드백을 가득 채운 채, 뉘르부르크링 24시 라이브 파티는 성황리에 종료됐습니다.
이러한 뉘르부르크링의 열정과 즐거움이 전동화 시대에도 지속될 수 있도록 전기차 고객을 위한 인프라 강화에도 나섰습니다. 지난 3월 독일 뉘르부르크링 서킷에 만들어진 ‘뉘르부르크링 N 급속 충전소(N Hyper Charger Nürburgring)’가 대표적입니다. 세계적으로는 2023년 현대차가 인제스피디움에 마련한 시설 이후 두 번째 N 급속 충전소인데요. 뉘르부르크링 주행을 위한 일반 고객용 진입로인 ‘투어리스트 드라이브’ 입구 주차장에 위치해, 전기차 운전자들은 트랙 바로 앞에서 배터리를 채운 뒤 즉시 주행에 나서게 됩니다.
이곳에선 DC(직류) 급속 충전기 2대로 총 4대의 전기차를 한 번에 충전할 수 있습니다. 덕분에 전동화 N 운전자는 물론, 타 브랜드 전기차 오너들도 충전 부담을 덜고 뉘르부르크링을 달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현대차가 자동차 마니아들의 성지 한복판에서 ‘모두를 위한 고성능(Performance for All)’이라는 현대 N의 정신을 실현하는 방법이죠. 앞으로도 현대차는 전동화 시대에도 많은 소비자들이 운전의 즐거움을 잃지 않도록, 다양한 방식으로 고성능 전기차 경험을 넓혀갈 계획입니다.
그동안 현대 N이 개척해온 모터스포츠의 영역은 그 어떤 제약에도 물러서지 않습니다. 지난 5월 14일 공개된 ‘공포보다 빠르게: 위킨스의 녹색 지옥으로(Faster Than Fear: Wickens Into the Green Hell)’ 다큐멘터리 속 로버트 위킨스(Robert Wickens)의 내구레이스 도전기에서 이러한 사례를 만나볼 수 있는데요. 영상은 그가 하반신 마비 장애를 극복하고 뉘르부르크링 24시에 뛰어든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캐나다인 레이서 로버트 위킨스는 2001년 카트를 시작으로 레이스에 데뷔한 베테랑 드라이버로, 8년 전 인디카 레이스에서 대형 사고에 휘말리며 하반신 마비 판정을 받았습니다. 힘겨운 재활 이후 복귀 의사를 밝힌 위킨스는 2021년, 현대차의 커스터머 팀인 브라이언 헤르타 오토스포츠(Bryan Herta Autosport)에 합류했죠. 그곳에서 발 대신 손으로 가속과 제동을 제어하는 ‘핸드 컨트롤(Hand Control)’ 시스템을 적용한 특수 레이스카로 실전 감각을 되살렸습니다.
해당 다큐멘터리는 그로부터 4년 뒤, 핸드 컨트롤을 장착한 엘란트라 N TCR을 타고 뉘르부르크링 24시에 도전한 위킨스의 이야기를 조명합니다. 현대차는 그 과정을 전폭적으로 도왔습니다. 경기 출전을 지원하고, 보쉬와 협업해 핸드 컨트롤 시스템의 조작성과 신뢰도를 개선했습니다. 그 결실로 지난 2025년 6월, 녹색 지옥에서의 하루를 견딘 위킨스는 마침내 뉘르부르크링 24시 완주 명단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완주 이후 약 1년 만에 공개된 그날의 기록은 해외에서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습니다. “이런 스토리텔링 감동적”이라며 현대차를 응원하는 목소리부터 “비슷한 도전을 시도조차 못 해본 사람들은 이 열정을 비웃을 자격이 없다”는 일침, “위킨스가 레이스카로 돌아온 모습을 보니까 너무 좋다”는 벅찬 반가움, 그리고 “‘해봤어?’라는 현대차의 철학도 인상적”이라는 찬사까지. 세계 각지에서 전해진 따뜻한 응원이 댓글 창을 가득 메웠습니다. 현대 N과 위킨스의 아름다운 동행은 국경을 넘는 전 세계 팬들의 공감을 얻었습니다.
자동차 제조사가 모터스포츠에서 이룬 성과와 소비자의 일상은 동떨어져 보이기 십상입니다. 트랙이라는 환경과 그 위를 달리는 레이스카는 일반인에게 익숙한 요소가 아니니까요. 하지만 그 영향력은 우리 주변으로 분명하게 돌아옵니다. 레이스에서의 우승은 자동차 제작 및 연구 기술의 높은 신뢰도를 상징하고, 서킷에서 검증된 기술력으로 만든 양산차는 전 세계 도로를 누빕니다. 그 차량을 경험한 고객 사이에서 피어난 유대감은 브랜드를 둘러싼 고유한 문화와 공감을 완성합니다. 현대 N의 올해 상반기 행보는 그들이 한층 성숙한 고성능 브랜드로 자리 잡았음을 의미합니다.
현대 N은 단편적 형태의 ‘이동 수단을 만드는 브랜드’에서 벗어나 소비자들에게 진정으로 사랑받고, 한 명이라도 더 소유하고 싶은 고성능의 아이콘으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평범한 승용차 메이커에서 모터스포츠 챔피언으로 등극하며, 고성능 전기차 시장을 개척, 로버트 위킨스의 재도약을 위한 선택을 받은 현대 N. 이 여정에서 현대 N은 불가능을 뚫는 도전, 그리고 성과를 지속적으로 쌓아왔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현대 N은 더더욱 레이스를 멈추지 않습니다. 모터스포츠라는 뿌리를 지키며 나아갈 때 비로소 고성능 브랜드로서의 가치를 꾸준히 증명해 나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