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랠리를 마친 참가자들은 다시 유럽으로 돌아와 8라운드 그리스 아크로폴리스 랠리를 맞이했다. 시즌 후반의 시작을 알리는 아크로폴리스 랠리는 1951년 파르테논 신전 아래에서 첫 출발을 알렸다. 당시 대부분의 랠리가 그랬듯 수천 km를 달리는 장거리 내구 이벤트의 성격이 강했으며, 신화의 발상지에서 열린다는 상징성으로 ‘신들의 랠리’로 불린다.
아크로폴리스 랠리에 붙은 또 하나의 악명 높은 별명은 ‘랠리카의 무덤’이다. 40℃를 넘나드는 무더위에 달궈진 노면 아래에는 단단한 바위가 숨어 있고, 앞서 출발한 차량이 흙먼지를 걷어낸 오후가 되면 날카로운 암석이 그대로 드러나 타이어와 차체 하부를 위협한다. 여기에 실내 온도는 최고 50℃까지 치솟아 드라이버와 차량 모두를 극한으로 몰아붙인다. 그리스 랠리는 단순히 빠르게 달리는 경기가 아니라, 끝까지 살아남아야 하는 생존 게임에 가깝다.
올해 아크로폴리스 랠리는 지난해의 라미아(Lamia) 대신 코린토스(Corinth)만에 자리한 해변 도시 루트라키(Loutraki)를 새로운 서비스 파크로 선택했다. 루트라키는 2009년부터 2013년까지 WRC가 개최됐던 곳으로, 아크로폴리스 랠리가 사실상 고향으로 돌아온 셈이다. 라미아 엑스포 회장을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었지만, 아테네에서 차로 약 1시간 거리에 있어 관중 접근성이 뛰어나다는 장점도 고려됐다. 서비스 파크 이전과 함께 전체 스테이지의 약 75%가 새롭게 구성되면서 드라이버들에게는 더욱 낯선 도전이 펼쳐졌다.
지금까지 그리스에서 매우 강력한 모습을 보여준 현대 월드랠리팀(이하 현대팀)은 티에리 누빌(Thierry Neuville)과 아드리안 포모(Adrien Fourmaux), 그리고 다니 소르도(Dani Sordo)가 출격했다. 현대팀은 최근 4년간 그리스에서 3번의 우승을 차지했다. 이 가운데 2022년과 2024년은 시상대에 모두 올라가는 올 포디엄이었을 정도로 압도적인 전적을 보유하고 있다.
누빌은 포르투갈에서 시즌 첫 승리를 차지하며 그래블 랠리에서의 경쟁력을 증명했다. 게다가 2022년과 2024년의 그리스 랠리 우승의 주인공인 만큼 이번 경기 참가자 중 우승 가능성이 가장 높은 후보다.
누빌은 목요일 쉐이크다운에서 차량의 컨디션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영상: WRC (http://www.wrc.com)
특히 누빌은 쉐이크다운 테스트에서 “차량의 느낌이 좋습니다”라며 기대감을 밝혔다. 이어 “기온과 노면 변화, 날카로운 돌 등 변수는 많지만 상황에 맞게 대응하려고 합니다. 출발 위치도 좋았고, 경쟁력 있는 차량도 있습니다. 이전에도 항상 좋은 성적을 거뒀던 랠리인 만큼 어느 때보다도 우승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라며 경기를 앞둔 각오를 전했다.
포모는 케냐에서의 포디엄에 이은 꾸준한 득점을 통해 챔피언십 순위 6위를 유지하고 있다. 올 시즌 세 번째 출전하는 소르도는 타막 랠리에서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지만, 거친 그래블 노면에서도 강력한 모습을 보였다. 이탈리아 사르데냐 랠리에서만 2승을 거두었으며, 2024년 그리스에서도 2위를 거두었다.
현대팀 스포팅 디렉터 앤드류 휘틀리(Andrew Whitley)는 인터뷰를 통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아크로폴리스 랠리의 거친 노면은 i20 N 랠리1이 강점을 발휘할 수 있는 무대입니다. 세 명의 드라이버 모두 대회를 앞두고 그리스에서 테스트 주행을 진행했고, 테스트를 통해 얻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험난한 코스를 가장 빠르게 달릴 수 있는 최적의 밸런스를 맞추는 데 집중했습니다. 하반기는 포디엄을 목표로 시작하려 합니다. 지금까지 보여준 경쟁력을 이번 대회에서도 이어가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시즌 전반 7전 중 6승을 가져간 토요타는 챔피언십 포인트 1~5위를 독점하고 있다. 이번 그리스에서도 엘핀 에반스(Elfyn Evans)와 세바스티앙 오지에(Sébastien Ogier), 올리버 솔베르그(Oliver Solberg), 다카모토 가츠타 (Takamoto Katsuta), 사미 파야리(Sami Pajari)를 출전시켰다.
드라이버즈 챔피언십 선두인 에반스는 제7전 일본에서 시즌 2승째를 챙기며 2위 가츠타와의 점수 차이를 20점으로 벌렸다. 파트타임 드라이버인 오지에는 스페인부터 포르투갈, 일본에 이어 네 경기 연속 출전으로, 챔피언십 포인트 5위라서 비교적 좋은 출발 순서를 받았다.
M-스포트 포드에서는 팀 레귤러인 조쉬 맥캘런(Josh McErlean), 존 암스트롱(Jon Armstrong)에 더해 시즌 3번째 출전인 마틴스 세스크스(Mārtiņš Sesks), 그리고 홈그라운드의 노장 드라이버 세르데리디스(Jourdan Serderidis)까지 4대의 푸마 랠리1을 준비했다.
아테네 엘리니콘 스포츠 파크에서 아크로폴리스 랠리의 막이 올랐다. 영상: WRC (http://www.wrc.com)
6월 25일 목요일 오전, 루트라키 인근에 마련된 3.34km의 테스트 코스에서 쉐이크다운 주행으로 시동을 건 참가자들은 아테네로 이동해 남쪽 엘리니콘 스포츠 파크에 마련된 단거리 슈퍼스페셜 스테이지를 달렸다. 1.86km의 포장 노면에서 두 대의 차량이 나란히 출발하는 듀얼 레이아웃 방식으로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첫 스테이지의 주인공은 오지에였고 가츠타, 누빌, 파야리, 솔베르그가 뒤를 이었다.
6월 26일 금요일은 오프닝 SS2 보크사이트(Bauxites)를 시작으로 SS7 티바(Thiva)에 이르는 129.22km 거리를 달렸다. 대부분의 랠리가 3~4개 스테이지를 오전, 오후에 반복하는 방식을 쓰는 데 비해 24.18km의 스티리(Stiri)를 제외하고 나머지 스테이지는 한 번씩만 달렸다. 거의 반복 없이 스테이지가 계속 바뀌기 때문에 차량과 타이어 관리와 도로에 대한 빠른 적응이 중요했다. 뜨겁고 거친 노면이기 때문에 모든 참가자가 하드 타이어로 시작했다.
2022년 이후 오랜만에 돌아온 보크사이트는 유명한 스테이지 중 하나다. 알루미늄의 재료인 보크사이트 광석에서 유래된 것으로, 실제 광산 지대를 관통하기 때문에 특유의 붉은색 토질과 함께 날카로운 암석들로 가득한 길이 22.97km나 펼쳐졌다.
현대팀 듀오가 금요일 오프닝의 주인공이 되었다. 포모가 가장 빨랐고 1초 차이로 누빌이 뒤를 이었다. 종합 순위에서는 누빌이 선두, 포모, 오지에, 소르도가 뒤를 이었다. 누빌은 “전체적으로 느낌은 좋았습니다. 다만 접지력이 부족해 그립을 확보하는 데 꽤 애를 먹었습니다. 선두에서 출발한 선수들은 어땠을 지 모르겠습니다. 예상보다 노면의 접지력이 낮아 조금 놀랐습니다. 오늘은 긴 일정이 이어지는 만큼 큰 문제 없이 경기를 마무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라며 소감을 전했다. 솔베르그와 세스크스는 첫 스테이지부터 타이어 펑처(타이어 파손)를 겪었다.
파르나소스 산(Parnassos Mt)을 오르는 22.28km의 SS3는 해발 1,438m에 달하는 긴 오르막에 걸쳐 리듬 변화가 심하다. 초반에 좁고 헤어핀이 많은 구간으로 시작해 후반에는 아고리아니(Agoriani) 근처의 조금 더 넓고 매끄러운 도로로 이어졌다.
이번에도 가장 빠른 기록을 작성한 포모가 누빌을 제치고 종합 선두로 올라섰다. 암스트롱, 맥캘런, 세스크스의 M-스포트 포드 트리오가 현대팀의 뒤를 이었다. 소르도는 10.9km 지점에서 타이어를 교체하느라 거의 2분 가까이 시간을 잃었다. 이후 인터뷰를 통해 “타이어 펑처가 났습니다. 솔직히 초반에는 최대한 깔끔하게 주행하려고 했는데, 주행 중 타이어 옆면이 손상된 것 같습니다.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누빌이 2위 오지에와 11초 차이로 선두에 올라섰다. 영상: WRC (http://www.wrc.com)
이번 경기 유일하게 지난해와 동일한 구성을 갖춘 SS4 스티리는 풍력 발전소 단지 내부를 달리는 매끄러운 고속 구간과 헤어핀으로 시작하지만 이후 점점 거칠고 바위가 많아져 속도를 줄여야 한다. 좁고 구불거리는 내리막 헤어핀과 가파른 내리막길에서 마무리된다.
포모는 타이어 파손으로 30초의 손해를 입고 종합 4위로 밀려났다. 영상: WRC (http://www.wrc.com)
이번에는 오지에가 톱타임을 기록하고 누빌이 근소한 차이로 뒤를 이었다. 종합 순위에서는 누빌이 오지에와 11초 차이로 선두로 올라섰다. 암스트롱이 종합 3위였고, 포모는 타이어 펑처가 나면서 30초 가까이 잃고 종합 4위로 밀려났다.
SS5 엘리콘 산(Elikon Mt)은 완만한 지대에서 시작해 중반부터 급격한 오르막으로 이어진다. 이 과정에서 거친 자갈길과 채석장 도로가 더해진 험난한 도로가 펼쳐진다. 암스트롱이 첫 스테이지 톱타임을 기록한 가운데 오지에와 누빌이 뒤를 이었다. 파야리는 4.3km 지점에서 파손된 타이어를 교체했고, 많은 선수가 타이어 펑처를 피하고자 조심스럽게 달렸다.
오전 스테이지를 다시 달린 SS6 스티리에서는 누빌이 가장 빠른 기록을 세웠다. 반면 직전 SS5의 승자인 암스트롱은 엔진 출력 저하에 이어 파손된 타이어를 교체하기 위해 차를 세우면서 순위가 크게 밀렸다. 종합 선두 누빌과 2위 오지에의 격차는 10.1초로 선두를 다퉜고, 포모는 맥캘런을 제치고 종합 3위로 올라섰다. 소르도 역시 종합 12위에서 8위까지 네 계단을 뛰어올랐다. 소르도는 경기 후 “타이어 관리에 집중했습니다. 더 빠르게 달릴 수도 있었지만, 마지막까지 타이어를 지키는 것이 더 중요했습니다”고 말했다.
금요일 마지막 스테이지인 SS7 티바는 하나의 언덕을 중심으로 다양한 도로와 지형이 이어지는 코스로, 거친 구간과 부드러운 고속 구간이 반복되는 것이 특징이다. 이 스테이지에서는 포모가 가장 빠른 기록을 작성했고, 오지에와 누빌이 뒤를 이었다. 종합 순위에서는 누빌이 선두를 유지한 가운데 오지에가 뒤를 쫓았고, 포모는 오지에와 32.7초 차이로 3위를 지켰다. 이어 M-스포트 포드의 맥캘런과 세스크스가 4·5위에 자리했고, 가츠타, 에반스, 소르도가 그 뒤를 이었다. 한편 솔베르그는 SS7에서 변속기 고장으로 순위 경쟁에서 이탈했고, 암스트롱도 SS6에서 발생한 터보 고장으로 결국 리타이어했다.
6월 27일 토요일, 랠리 무대는 펠로폰네소스 반도 깊숙한 곳으로 옮겨졌다. 이날은 기존 스테이지와 신규 스테이지를 조합한 총 108.23km 구간에서 승부가 펼쳐졌다. 김노(Ghymno)와 메날로 산(Menalo Mt) 스테이지는 오전·오후 두 차례 반복해 달렸고, 새롭게 추가된 콜리네스(Kolines)와 케팔라리(Kefalari) 스테이지는 각각 한 번씩만 진행됐다.
토요일 첫 번째 스테이지인 19.6km의 SS8 김노는 2013년 이후 처음 WRC 일정에 복귀했다. 기존과 반대 방향으로 코스를 구성하면서 길이도 소폭 늘어났으며, 고속 오르막으로 시작해 후반에는 내리막과 연속 헤어핀이 이어지는 레이아웃으로 드라이버들을 맞이했다. 오지에가 가장 빠른 기록을 세우며 누빌과의 격차를 8.2초까지 줄였고, 포모와 맥켈런이 그 뒤를 이었다.
이어진 SS9 콜리네스는 올해 새롭게 추가된 스테이지다. 여행의 신 헤르메스의 탄생지로 알려진 아르카디아(Arcadia) 지역에서 WRC가 열린 것은 1985년 이후 처음이다. 모래와 자갈이 섞인 테크니컬한 저속 구간과 고속 구간이 번갈아 이어져 드라이버들의 집중력을 시험했다. 이번에는 포모가 대회 네 번째 스테이지 우승을 차지했고, 오지에와 누빌이 뒤를 이었다. 오지에는 누빌과의 격차를 4.9초까지 더 좁히며 선두 경쟁에 한층 압박을 가했다.
SS10 메날로 산은 이번 경기에 처음 추가된 스테이지 중 하나로, 넓은 숲길에서 시작해 긴 직선구간을 지나면 더 정교하게 달려야 하면서도 속도를 낼 수 있는 중고속 섹션으로 이어진다. 마지막에는 인공적으로 조성된 구불거리는 코너들이 보는 재미를 더했다. 돌과 암반은 적었지만 군데군데 진흙이 있어 드라이버를 조금씩 괴롭혔다.
포모가 주행 중 코스를 벗어날 뻔한 아찔한 순간을 겪었다. 영상: WRC (http://www.wrc.com)
누빌이 가장 빨리 달려 추격자 오지에와의 시차를 6.3초로 벌렸다. 포모는 코스를 벗어날 뻔한 아찔한 순간이 있었지만 사고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오히려 실수에도 불구하고 3번째로 빠른 기록을 세웠다. 포모는 “페이스 노트에 실수가 있었는데, 간신히 위기를 모면했습니다. 이후에 주행 속도는 조금 줄였지만, 여전히 즐기면서 탈 수 있었습니다”라고 이야기했다.
2013년 이후 오랜만에 복귀한 SS11 케팔라리가 다채로운 토요일의 마무리를 담당했다. 스타트 직후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 좁은 오르막 구간이 펼쳐지고, 후반부에는 탁 트인 시야와 함께 고속 질주가 가능한 고원 구간으로 이어진다. 오지에의 반격으로 선두 누빌과의 시차는 3.7초까지 좁혀졌다. 포모는 선두 경쟁에 끼어들지는 못했지만 4위 가츠타와는 1분 이상 떨어져 있어 심리적 부담이 덜했다.
포모가 SS12 3.1km 지점에서 타이어 펑처를 겪으며 순위를 잃었다. 영상: WRC (http://www.wrc.com)
오프닝 스테이지인 김노를 다시 달린 SS12에서는 누빌이 오지에와의 격차를 10.8초로 벌리며 선두를 유지했다. 그러나 포디엄이 유력했던 포모는 3.1km 지점에서 타이어 펑처로 약 2분을 잃으며 종합 6위로 추락했다. SS8 이후 지나치게 거친 노면에 대한 드라이버들의 항의로 초반 일부 구간을 삭제했음에도, 포모는 끝내 불운을 피하지 못했다.
스테이지 막판 충돌로 누빌 차량의 앞부분이 크게 파손됐다. 영상: WRC (http://www.wrc.com)
누빌은 파손된 차량을 이끌고 서비스 파크로 무사히 복귀했다. 영상: WRC (http://www.wrc.com)
토요일의 마지막 스테이지는 메날로 산을 다시 달린 SS13이었다. 오지에가 톱타임을 잡아 누빌과의 시차를 다시 4.1초로 좁혔지만 누빌이 종합 선두 자리를 지키며 토요일을 마무리했다.
누빌은 스테이지 막판 충돌로 차량 앞부분이 손상되며 파워 스티어링 오일 누출이 있었지만 무사히 서비스 파크로 복귀했다. 포모는 에반스가 타이어가 터진 기회를 잡아 4위까지 순위를 회복했다. 3위 가츠타와의 시차는 1분 43.6초. 타이어 펑처 한 번에 뒤집힐 수 있는 차이다. 누빌을 선두로 오지에, 가츠타, 맥캘런, 포모, 파야리, 에반스, 소르도가 뒤를 이었다.
6월 28일 일요일은 인접한 2개 스테이지 아기 테오도리(Aghii Theodori)와 루트라키를 오전과 오후에 반복해 달렸다. SS14~SS17 4개 스테이지 합산 거리 84km에서 최후의 승자를 가렸다. 스테이지는 4개뿐이지만 아기 테오도리의 주행 거리가 25.39km로 이번 경기 최장인 데다 난이도도 만만치 않았다.
마지막 날인 만큼 각 팀의 타이어 선택에도 변화가 있었다. 일부 선수가 스페어 타이어를 하나 덜 실어 경량화를 노렸다. 오지에는 하드 4개에 소프트 하나를 골랐고, 누빌과 포모는 하드 5개를 선택했다. 일요일의 오프닝을 잡은 것은 포모였다. 오지에는 포모보다 0.3초 느렸지만 누빌보다는 5.4초 빨랐다. 그 결과 오지에가 종합 선두로 올라섰다. 누빌과의 시차는 불과 1.3초였다.
SS14에서 선두를 빼앗긴 누빌이 오지에와 타이 기록으로 SS15를 마무리하며 순위 탈환에 박차를 가했다. 영상: WRC (http://www.wrc.com)
포모는 일요일에도 타이어 펑처를 겪으며 포디엄 경쟁에서 다시금 멀어졌다. 영상: WRC (http://www.wrc.com)
SS15 루트라키는 후반부를 새롭게 구성해 16.61km로 지난해보다 길어졌다. 초반 기술적인 구간에서 시작해 거친 자갈길로 이어지며, 이후 속도가 빨라진다. 지난해의 아기 테오도리 코스도 일부 포함하고 있다. 누빌과 오지에가 타이 기록으로 기록지 가장 위에 이름을 올렸다. 두 선수의 시차는 여전히 1.3초. 슈퍼선데이에서 가장 앞섰던 포모는 타이어가 터지면서 포디엄 가능성이 사라졌다. 이번 주말에만 3번째 펑처다.
참가자들은 점심 서비스를 받은 후 마지막 2개 스테이지를 준비했다. 누빌과 포모는 하드 타이어 6개, 소르도는 하드 5개를 선택했고, 토요타팀은 대부분 하드 4개에 소프트 2개를 선택하는 전략을 택했다.
누빌도 타이어 파손을 겪었지만 가츠타와의 여유로운 시간차 덕분에 2위를 지킬 수 있었다. 영상: WRC (http://www.wrc.com)
루트라키를 다시 달린 SS16. 누빌의 오른쪽 뒷바퀴가 터지면서 현대팀의 우승 경쟁에 비상이 걸렸다. 터진 타이어를 끌고 8km를 달린 누빌은 오지에와의 시차가 54.8초나 벌어졌다. 누빌은 “오지에와 끝까지 경쟁할 수 있길 바랐습니다”라며 아쉬움을 전했다. 다행히 3위 가츠타와는 2분 가까이 여유가 있었다. 포모는 파야리에게 1초 차 추월을 허용해 종합 6위로 내려앉았다.
오지에가 마지막 SS17까지 잡으면서 아크로폴리스 랠리 우승의 주인공이 되었다. 누빌은 58.3초 차이로 2위에 올랐다. 누빌은 경기 직후 “아쉬움과 만족감이 함께 남는 경기였습니다. 차의 퍼포먼스가 좋았고, 자신감 있게 주행할 수 있었거든요. 먼저 오지에에게 축하를 전하고 싶습니다. 정말 뛰어난 레이스를 펼쳤습니다. 펑처가 없었다면 결과가 어떻게 달라졌을지는 알 수 없지만, 그게 바로 랠리죠. 포르투갈에서는 그의 펑처 덕분에 우리가 이득을 봤고, 이번에는 우리의 펑처로 그가 이득을 봤습니다”라며 소감을 밝혔다.
그리스의 험난한 산길을 벗어난 참가자들은 7월 16일부터 19일까지 에스토니아 남부 타르투에서 시즌 9라운드에 나선다. 에스토니아 랠리는 WRC에서도 손꼽히는 초고속 그래블 이벤트로, 언덕과 숲길을 가로지르는 빠른 스테이지가 이어진다. 정밀한 차량 제어와 과감한 용기가 승부를 가를 또 하나의 도전이 드라이버들을 기다리고 있다.
글. 이수진 (자동차 평론가)
1991년 마니아를 위한 국산 자동차 잡지 <카비전> 탄생에 잔뜩 달아올라 열심히 편지를 보냈다가 덜컥 인연이 닿아 자동차 기자를 시작했다. <카비전>과 <자동차생활>에서 편집장과 편집 위원을 역임했고, 지금은 자동차 평론가로 활동 중이다. 전기차와 커넥티드카, 자율주행 기술 같은 최신 트렌드를 열심히 소개하면서도 속으로는 기름 냄새 풍기는 내연기관 엔진이 사라지지 않기를 기원하는 ‘자동차 덕후’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