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WRC에는 지난해와 비교해 일정에 큰 변화가 있었다. 챔피언십 선두에게 불리함을 강요하는 그래블 랠리 대신 타막 랠리를 시즌 전반에 집중 배치하기 위한 조치가 더해진 것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6월 열렸던 이탈리아 랠리가 10월로 밀리고 대신 13전이었던 일본 랠리가 7전으로 당겨졌다. 2022년부터 개최되는 일본 랠리는 프랑스의 투르 드 코르스(Tour de Corse) 같은 전통적인 WRC 타막 랠리와 비교해 훨씬 더 까다로운 코스에서 열린다. 아이치현과 기후현을 배경으로 비좁은 차선과 구불거리는 도로, 수많은 장애물과 낭떠러지, 빽빽한 숲이 참가자들을 맞이한다.
원래 일본 랠리는 북해도를 무대로 하는 그래블 랠리였지만 미쓰비시와 스바루, 스즈키 등 일본 브랜드의 철수와 재정적 문제, 게다가 때마침 터진 2008년 세계 금융위기의 영향으로 2010년이 마지막이 되었다. 2017년 토요타가 WRC에 복귀하고 일본 내부의 관심이 높아지자 WRC 캘린더에 일본 랠리 복귀 여론이 커졌고, 마침내 12년 만인 2022년에 부활에 성공했다.
새로 복귀한 일본 랠리는 일본 본토 중부에 위치한 아이치현과 기후현에 걸쳐 포장도로에서 열리는 타막 랠리로 이전과 비교해서 개최 위치와 경기 특성이 완전히 바뀌었다. 현대 월드랠리팀(이하 현대팀)은 경쟁사의 본진이 있는 일본 랠리에서 2022년 티에리 누빌과 오트 타낙 등으로 원투 피니시를 달성해 더욱 의미있는 곳이다.
일본의 시골 도로는 포장이 깔끔한 반면 유럽에 비해 차선이 좁고 끊임없이 구불거리는 도로는 직선을 찾아보기 어렵다. 또한 도로 옆에 배수구와 가파른 절벽 등 실수를 만회할 여지가 거의 없는 빡빡한 환경이다. 11월에 열렸을 때는 수북이 쌓인 낙엽이나 새벽녘 서리 때문에 미끄러웠지만 5월 말로 옮기면서 노면 그립이 크게 높아졌다. 반면 한낮 최고 기온이 30℃까지 치솟는 만큼 더위 대책이 필수이며, 현지 특유의 갑작스러운 국지성 호우도 빼놓을 수 없는 변수다.
현대팀에서는 아드리안 포모(Adrien Fourmaux)와 티에리 누빌(Thierry Neuville), 그리고 헤이든 패든(Hayden Paddon)을 기용했다. 누빌은 지난 포르투갈에서 시즌 첫 승리를 차지하며 크로아티아에서의 아쉬움을 말끔히 털어낸 상태로, 그에게 일본 랠리는 2022년 우승과 2024년 첫 드라이버즈 챔피언 타이틀을 확정 지었던 장소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누빌은 이번 일본 랠리에 대해 까다로운 경기가 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지난 경기에서 드디어 시즌 첫 승리를 거둘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앞으로 경기를 진행하는 데 큰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다만 타막에서는 여전히 성적 확보에 애를 먹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번 일본 랠리 역시 어려운 경기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캘린더를 통틀어 가장 구불거리고 평균속도가 느린 이번 경기는 작성해야 할 페이스 노트가 너무 방대해서 코스 답사마저도 엄청나게 힘들 것 같습니다. 코너가 비슷비슷하기 때문에 일일이 파악하면서 작업을 진행해야 합니다.”
포모도 이번 경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상황은 이전보다 예측하기 쉬워졌지만 도로는 여전히 매우 기술적이고 까다로우며, 좁은 구간이 많은 만큼, 모든 구간에서 상당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일본은 이번 시즌 마지막 타막 랠리가 될 텐데, 지난해 이곳에서 포디엄 경쟁을 펼쳤기 때문에 다시 한번 좋은 성적을 낼 수 있기를 바랍니다.”
패든은 개막전과 크로아티아에 이은 시즌 3번째 출전이었다. 유럽에서 건너오는 대부분의 선수와 달리 비교적 근거리인 뉴질랜드에서 출발해 여유가 있었다. 오랜만에 랠리1으로 복귀한 패든은 엄청난 악조건이었던 개막전 몬테카를로에서 고전했지만 크로아티아에서는 3위로 포디엄 피니시하며 녹슬지 않은 실력을 보여주었다. 그에게 일본 랠리 경험은 아직 그래블이었던 2010년뿐이라 사실상의 첫 출전이나 다름없다. 완주에 주력해 조심스럽게 달려야 했던 이전 두 경기와 달리 이번에는 다소 자유로운 질주가 허용되었다.
이번 일본 랠리에 패든은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했다. “이번에는 접근방식이 달라졌습니다. 속박에서 벗어나 속도를 높일 때입니다. 많은 분들이 그래블 랠리에 언제 출전하는지 물어보시더군요. 저도 기회가 생긴다면 좋겠지만 지금은 주어진 경기에 감사하며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일본은 깜짝 놀랄 만한 결과를 낼 수 있는 대회 중 하나입니다. 우리는 더 경쟁력 있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가지고 참가합니다.”
토요타에서는 엘핀 에반스(Elfyn Evans), 올리버 솔베르그(Oliver Solberg), 세바스티앙 오지에(Sébastien Ogier), 다카모토 가츠타(Takamoto Katsuta)를 엔트리하고 세컨드팀의 사미 파야리(Sami Pajari)까지 5대의 야리스 랠리1을 준비했다. 에반스는 일본에서 두 번의 우승 경험이 있으며 이번 시즌 챔피언십 포인트에서도 선두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일본 출신으로 현지 사정에 밝은 가츠타도 만만치 않다. 시즌 2승으로 기세가 오른 상태라 바라던 모국 랠리에서의 승리를 챙길 최적의 타이밍을 맞았고, 챔피언십에서도 12점 차 2위로 에반스를 추격 중이다. 파트타임 드라이버인 오지에는 홋카이도 시절 그래블 랠리와 지금의 타막 랠리 모두를 경험했으며, 양쪽 모두 우승 기록도 가지고 있다.
M-스포트 포드에서는 조쉬 맥캘런(Josh McErlean)과 존 암스트롱(Jon Armstrong)을 엔트리했다. 맥캘런은 이번이 일본 랠리 3번째 출전이고 암스트롱은 데뷔전이다. 하지만 드라이버 대신 사전에 코스를 정찰하는 루트 노트 크루로 돌았던 경험이 몇 번이나 있기 때문에 스테이지 자체는 익숙하다. WRC2에서는 지난해 일본 우승자인 알레한드로 카촌(Alejandro Cachón) 외에 란치아팀의 니콜라이 그리야진(Nikolay Gryazin)이 엔트리했고, 홈그라운드 선수 중에서는 토요타 육성 프로그램의 야마모토 유키(Yamamoto Yuki), 전일본 랠리 챔피언십 선두 아라이 히로키(Arai Hiroki) 등이 눈길을 끌었다.
밤새 내린 비 때문에 노면이 축축한 가운데 타이어 전략은 제각각 갈렸다. 오지에와 파야리, 가츠타가 소프트 4개에 스페어로 하드 1개를 챙긴 반면 포모는 소프트 5개에 하드 1개, 누빌은 소프트 4개에 하드 2개를 챙겼다. 패든과 암스트롱은 소프트와 하드 3개씩이라는 변칙적인 전략이었다.
SS1 아스케는 초반에 강변을 따라 시원하게 뻗은 고속 구간에서 시작해 5km 지점을 기점으로 점차 테크니컬하게 바뀐다. 후반부에는 노면이 거칠어 타이어 관리를 신경 써야 한다. 솔베르그가 오프닝을 잡은 가운데 토요타 세력이 1~4위를 차지했다. 홈그라운드의 가츠타는 뒷바퀴 펑크로 시간을 잃었다. 현대팀 누빌과 포모가 4, 5위였고 패든이 8위 기록을 냈다. 일본 랠리의 포장도로를 처음 달리는 패든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멋진 스테이지였습니다. 다만 어떤 타이어가 최적인지 판단하기는 정말 어려웠습니다.”
일본 랠리를 상징하는 이세가미 터널을 통과하는 SS2는 까다롭고 잔인한 스테이지라는 평가를 받는다. 고속 구간에서 시작해 숲으로 접어든 후에는 길이 급격히 좁아진다. 7km 지점부터 시작되는 내리막은 헤어핀 콤보가 연속되며 특히 10.8km에 등장하는 오래된 터널은 차 한 대가 겨우 지날 수 있을 만큼 좁고 어둡다. 24.29km에 달하는 이번 경기 최장 스테이지로 랠리카와 운전자에게 큰 부담을 준다.
이번에는 에반스가 톱타임을 잡으며 종합 선두로 올라섰다. 누빌은 에반스, 솔베르그, 오지에에 이은 4위 기록을 내며 파야리를 제치고 종합 4위로 부상했다. 누빌은 “노면이 점점 더러워지고 있어요. 솔직히 좋은 주행이었지만, 여러 곳에서 코너 에이팩스를 유지하지 못하고 코너 출구에서 언더스티어가 발생했어요. 그 때문에 불이익이 컸습니다.”
일본 랠리 특유의 좁은 숲길이 많은 드라이버에게 어려움을 선사했다. 영상: WRC (https://www.wrc.com)
포모는 헤어핀에서 스핀하며 시간을 잃었고 패든도 둑에 충돌해 손해를 보았다. 패든은 타이어 판단 미스로 고전했다며, “하드 타이어로는 정말 힘들어요. 노면이 빨리 마를 줄 알았는데 나무 그늘 때문에 그렇지가 않네요. 브레이크, 타이어 모든 것이 힘들었습니다”라고 밝혔다.
SS3 이나부는 고속과 저속 테크니컬 구간이 롤러코스터처럼 교차하는 난코스 중 하나다. 녹음이 짙은 숲은 노면 온도가 들쑥날쑥하다. 에반스가 연속 톱타임으로 추격자들과의 거리를 벌린 반면 솔베르그는 사슴 무리에 막혀 시간을 손해 보았다. 전체 3번째, 현대팀에서는 가장 빠른 누빌도 어려움을 이야기했다.
“저는 당연히 소프트 4개를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저의 담당 크루 말로는 마지막 구간이 정말 미끄럽다고 하더군요. 타이어 과열로 앞바퀴를 제대로 사용할 수 없었고 브레이크 효율도 좋지 않았어요. 노면이 미끄러워지자 어느 정도 만회할 수 있었습니다. 약간의 타협이었죠. 차량 밸런스는 꽤 괜찮았고, 소프트 타이어가 하드보다는 차에 대한 자신감이 크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랠리는 아직 깁니다. 오후는 정말 험난할 것 같습니다.”
점심 서비스를 받은 후 오후 스테이지가 시작되었다. 노면이 건조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대부분의 선수가 하드 타이어 5개로 코스에 나섰다. 반면 가츠타와 암스트롱은 하드 4개에 소프트 2개, 맥캘런은 소프트 스페어 타이어 하나만 실어 무게를 덜어냈다.
오프닝을 다시 달린 SS4 아스케에서 솔베르그가 다시금 가장 빠른 기록을 보여줬다. 이어진 SS5에서는 에반스가 톱타임을 기록하며 솔베르그와의 시차를 벌렸다. 누빌을 바싹 추격하던 파야리가 그를 제치고 종합 4위로 올라섰다. 하드 타이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누빌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모든 구간에서 앞바퀴가 한계에 다다랐습니다. 코너를 돌기 위해 매번 속도를 줄여야 했어요.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하드 타이어에서는 차의 밸런스가 무너집니다.”
누빌은 1일차 경기를 5위로 마무리했다. 영상: WRC (https://www.wrc.com)
SS6에서 파야리가 승리하며 금요일 일정을 마감했다. 에반스가 여전히 종합 선두였고 15.7초 차이로 솔베르그가 뒤쫓았다. 오지에가 불과 1.4초 차이로 3위. 4위 파야리에 이어 누빌이 종합 5위를 달렸다. 포모와 패든은 7, 8위였다. 이에 대해 누빌은 “솔직히 말해 더 이상 크게 달라질 건 없어요. 아주 만족스러운 결과였습니다. 어려운 조건 속에서도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었죠. 하드 타이어에서는 접지력이 확 떨어지거든요. 정말 치열한 경쟁이었습니다”라며, 금요일 경기 전반을 평가했다. 한편, WRC2에서는 카촌이 그리야진을 제치고 선두로 올라섰다. 둘의 시차는 8.3초. 홈그라운드의 야마모토는 카촌과 1분 21초나 벌어져 있다.
토요일 오전은 오바라를 시작으로 에나와 카사기산 스테이지를 달리며, 오후에는 이를 역순으로 달린다. 저녁에는 도요타시 외곽에 마련한 후지오카 슈퍼스페셜 스테이지를 2번 달려 하루를 마감한다. SS7~SS14 8개 스테이지 합산 거리 120.22km로 이번 경기 최장 거리다. 점심 서비스가 없는 마라톤 일정이기 때문에 오전에 차에 문제가 생기거나 페이스 조절에 실패할 경우 큰 낭패를 볼 수 있다. 하늘이 활짝 개어 낮 최고기온이 31℃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되면서 모든 차량이 하드 타이어 5개로 통일했다.
16.44km의 오프닝 오바라는 지난해 처음 도입된 스테이지로 좁고 거친 도로에서 시작해 곧바로 넓은 고속 구간으로 전환된다. 2.4km 지점부터 나타나는 숲 구간은 중속 코너가 연속으로 이어진다. 6.2km의 헤어핀을 지나면 나무들이 늘어선 매우 좁고 더러운 내리막이 나타난다. 솔베르그가 오프닝을 잡으면서 에반스와의 시차를 12.5초로 좁혔다. 건조한 노면에서는 현대 선수들이 하드 타이어의 성능을 여전히 끌어내지 못하면서 토요타와 격차를 보였다. 가츠타까지 누빌을 제쳐 5위로 올라서면서 선두부터 5위까지 전부 토요타였다.
이번 경기에서 두 번째로 긴 21.16km의 SS8 에나 스테이지는 지난해보다 약간 단축되었다. 거칠고 좁은 길에서 시작해 오르막 숲길을 달리다가 6km 지점부터는 헤어핀이 가득한 내리막으로 바뀐다. 노폭과 노면 상태가 끊임없이 바뀌는 스테이지로 극도의 집중력이 필요하다. 여기서 에반스가 가장 빨라 2위 솔베르그와의 시차를 13.9초로 벌렸고, 이 둘을 오지에가 바싹 뒤쫓았다. 포모는 지난해 이곳에서 가장 빠른 선수였지만, 올해는 아쉽게도 토요타 5대보다 느렸다. 이에 대해 포모는 “좋은 스테이지였지만 초반에 밸런스가 조금 나빴습니다. 그래도 내리막에서는 좋았어요. 까다로운 스테이지입니다. 더 잘할 수도 있었지만 실수하기가 쉬워요. 작년보다 미끄러운 코너도 있었고, 접지력이 높은 코너도 있었습니다”라고 평가했다.
SS9 카사기산은 이름 그대로 산을 오르는 전형적인 힐클라임 스테이지다. 새로 조성된 넓은 2차선 도로에서 시작해 해발 990m의 정상에 오른 후, 이어지는 연속 내리막 헤어핀 코너가 승부처가 된다. 노면이 좋지 않은 구간과 매끄러운 구간이 번갈아 나타나기 때문에 마지막까지 긴장감을 늦출 수 없다.
솔베르그가 톱타임을 잡으며 에반스와의 시차를 10.6초로 좁혔다. 포모가 현대 트리오 가운데 가장 빨랐다. 그 결과 포모가 누빌을 제치고 종합 6위로 부상했다. 한편 경기 도중 맥캘런을 비롯한 여러 드라이버가 업힐과 다운힐이 반복되며 브레이크 문제를 겪었다. 누빌은 핸드 브레이크가 작동하지 않아 코너에서 어려움을 호소했다.
오후가 되자 기온이 30℃에 육박하면서 타이어 부담이 커졌다. 카사기산을 다시 달린 SS10은 코너 컷 때문에 노면이 상당히 지저분한 상태였다. 솔베르그가 코스를 이탈해 충돌하면서 차량 우측 뒷부분이 크게 파손되어 리타이어했다. 톱타임은 오지에의 몫이었다. 에반스가 여전히 종합 선두인 가운데 후발주자들이 한 계단씩 순위가 올랐다. WRC2의 도밍게즈가 다시 코스를 이탈하면서 경기가 잠시 중단되었다.
토요일 후반부에 접어들자 포모가 무서운 기세로 페이스를 올렸다. 영상: WRC (https://www.wrc.com)
에나를 다시 달린 SS11에서는 햇빛에 달아오른 노면 온도가 50℃에 육박했다. 파야리가 톱타임이었고 현대 트리오 중에서는 포모가 가장 빨랐다. 누빌의 차에서는 여전히 핸드 브레이크가 간헐적으로 작동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누빌은 “솔직히 앞바퀴를 한계까지 몰아붙였습니다. 여러 변경 사항이 있었는데, 뒷바퀴를 단단하게 설정했을 때 문제가 생겼습니다. 이번 스테이지 결과에는 만족합니다. 핸드 브레이크는 마지막 3km 전까지는 잘 작동하다가 이후로는 작동하지 않았습니다”라고 이야기했다.
패든은 안정적인 경기력을 토요일 내내 펼쳤다. 영상: WRC (https://www.wrc.com)
SS12 오바라에서는 다시 에반스가 반격하며 거리를 벌렸다. 패든은 차를 제대로 다룰 수 있게 되었다고 말했다. “오늘은 긍정적인 하루였어요. 목표에 거의 다 왔습니다. 이 스테이지가 더 좋게 느껴졌어요. 이 세팅으로 운전할수록 점점 익숙해지는 것 같아요. 지금까지 달렸던 스테이지 중 가장 좋았던 것 같습니다.”
후지오카 슈퍼스페셜 스테이지에서 열린 SS13과 SS14에서는 파야리가 연속 톱타임으로 토요일을 마무리했다. 에반스가 종합 선두로 2위 오지에와는 17.8초 차이였다. 파야리와 가츠타가 뒤를 이었고 포모가 종합 5위, 누빌과 패든이 6, 7위였다. 이외에 M-스포트 포드의 암스트롱이 8위, WRC2의 그리야진과 카촌이 9, 10위에 들었다.
5월 30일 일요일은 SS15 누카타를 시작으로 미카와코 호수 그리고 쿠라가이케 슈퍼스페셜 스테이지를 2번 달린다. 이후 누카타를 다시 달리고, 미카와코 호수에서 최종 결전을 치르는 구성이다. SS15~SS20 6개 스테이지 합산 74.06km 구간에서 최후의 승자를 가렸다. 전날과 마찬가지로 최고기온이 31℃까지 오르고 습도는 54%에 달할 것으로 예보되어 참가자들의 어려움이 예상되었다. 이에 따라 거의 모든 선수들이 하드 타이어 5개를 골랐다.
오프닝 누카타(20.49km)는 지난해와 동일한 레이아웃으로 진행된 장거리 스테이지다. 초반에 구불거리는 노면 때문에 고도 변화가 심하다. 처음에 넓은 도로에서 시작해 숲으로 이어지고, 이후 매끄럽고 좁은 길을 지나 8.6km를 기점으로 거친 노면의 숲길로 이어진다.
지난해 같은 장소에서 사고로 리타이어했던 포모는 올해 여유로운 실력으로 안정적인 주행을 이어갔다. 영상: WRC (https://www.wrc.com)
전날 리타이어했던 솔베르그가 오프닝 톱타임으로 슈퍼선데이 득점에서 유리한 위치에 섰다. 에반스가 2번째로 빨라 종합 선두 자리를 굳건히 했다. 지난해 문이 뜯겨 나가는 사고에 페이스 노트까지 분실했던 포모는 이번 경기에서는 전체 6위였다. 경기 직후 포모는 “코드라이버 알렉스에게 문이 잘 있는지 물어봤다”면서 농담을 던졌다.
아름다운 미카와코 호수 인근에서 시작하는 SS16은 최종 파워 스테이지를 겸한다. 초반 3.5km까지는 호숫가를 끼고 도는 매끄럽고 리드미컬한 와인딩 로드이며, 이후 급격한 오르막을 지나 내리막에서 스피드 쟁탈전을 벌인다. 가츠타가 홈 관중들의 뜨거운 응원을 받으며 가장 빨리 달린 가운데 오지에와 솔베르그가 0.1초 차이를 기록했다.
대부분의 랠리가 일요일을 4개 스테이지로 간결하게 구성하지만 일본은 슈퍼스페셜 스테이지를 꾸준히 마지막 날에 배치해 왔다. 올해는 테스트 코스로 익숙한 쿠라가이케 스테이지를 역방향으로 달렸다. 도요타시 동쪽 외곽에 위치한 쿠라가이케 공원은 도심과 가까워 접근성이 좋다. 쿠라가이케의 2연속 스테이지(SS17, 18)에서는 모두 오지에가 가장 빨랐다.
포모가 종합 5위로 올해 일본 랠리를 완주했다. 영상: WRC (https://www.wrc.com)
포모는 일요일 오전 경기를 마치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좋은 아침이었습니다. 스테이지는 매우 흥미롭고 기술적인 코스였으며, 즐겁게 주행했습니다. 랠리1 차량으로 이번 시즌 마지막 포장도로를 달리는 날을 즐겨야죠. 이 차를 운전하는 건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오프닝 누카타를 다시 달린 SS19에서는 다시금 솔베르그가 톱타임으로 슈퍼선데이에서 가장 유리한 위치에 섰다. 상위권에서는 대부분 최소 10초 이상 벌어져 있어 순위 변화가 없다. 선두 에반스와 오지에의 시차는 13.3초. 반면 WRC2에서는 선두 그리야진과 카촌이 2.8초 차이로 치열한 접전을 벌였다. 누빌은 파워 스테이지에만 집중하기 위해 다소 페이스를 늦춰 달렸다.
누빌이 종합 6위로 포모의 뒤를 이었다. 영상: WRC (https://www.wrc.com)
미카와코 호수에서 최종 스테이지(SS20)이자 파워 스테이지가 열렸고, 여기서 솔베르그가 연속 톱타임으로 슈퍼선데이와 파워 스테이지의 추가득점을 챙겼다. 종합 우승은 에반스의 몫으로 돌아갔다. 그는 금요일 오전에 선두로 올라선 이후 한 번도 자리를 내어주지 않았다. 오지에가 2위, 파야리가 3위, 가츠타가 4위에 들었다.
현대팀은 포모가 5위, 누빌이 6위, 패든이 7위로 각각 완주에 성공했다. WRC2에서는 그리야진이 우승을 차지했고 카촌과 야마모토가 그 뒤를 이었다. 이제 참가자들은 다시 유럽으로 발걸음을 돌려 6월 25~28일 거친 그리스 중부 고산지대에서 제8전을 치른다. ‘신들의 랠리’로 불리는 아크로폴리스 랠리는 바위투성이의 거친 길과 40℃를 넘나드는 무더위로 악명이 높다.
글. 이수진 (자동차 평론가)
1991년 마니아를 위한 국산 자동차 잡지 <카비전> 탄생에 잔뜩 달아올라 열심히 편지를 보냈다가 덜컥 인연이 닿아 자동차 기자를 시작했다. <카비전>과 <자동차생활>에서 편집장과 편집 위원을 역임했고, 지금은 자동차 평론가로 활동 중이다. 전기차와 커넥티드카, 자율주행 기술 같은 최신 트렌드를 열심히 소개하면서도 속으로는 기름 냄새 풍기는 내연기관 엔진이 사라지지 않기를 기원하는 ‘자동차 덕후’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