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과일의 여왕, 복숭아를 키우려면 하루에도 수백 번은 하늘을 바라보며 일해야합니다. 대부분의 작업이 어깨보다 높은 위치에서 이뤄지기 때문이죠. 온종일 팔을 들고 일하다 보면 어깨에 많은 부담이 됩니다. 그럴 때 웨어러블 로봇이 있다면 어떨까요? 현대차그룹 로보틱스랩의 웨어러블 로봇, ‘엑스블 숄더’와 함께 과수원을 가꾸는 최혜랑 씨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충청북도 음성군은 고추, 포도, 인삼, 수박 등 다채로운 농·특산물로 이름난 고장입니다. 그 중에서도 ‘풍부한 햇살을 받고 탐스럽게 영근’이란 뜻을 담은 햇사레 복숭아는 달콤하고 풍부한 맛으로 전국적인 사랑을 받고 있죠. 최혜랑 씨는 음성에서 햇사레 복숭아를 재배하는 청년 농업인입니다.
최혜랑 씨는 농업에 진심입니다. 농사라는 새로운 도전을 위해 2021년 농협창업농지원센터 청년농부사관학교를 수료하고, 이듬해 국립한국농수산대학교에 입학해 해외 스마트 농장까지 다녀오며 열심히 공부하고, 경험을 쌓으며 철저히 준비했죠. 마침내 2025년, 자신의 이름을 딴 ‘프레시랑’이란 농장을 열었습니다.
복숭아를 택한 이유는 분명하고도 현실적이었습니다. 최혜랑 씨의 고향인 음성에서는 과수원을 구하기 수월했고, 농협부터 동네 어르신까지 도움을 청할 곳도 많았기 때문입니다. 처음엔 “아가씨가 무슨 농사를 짓냐”며 걱정하던 동네 어르신들은 이제 슬그머니 비타민 음료나 두유를 놓고 가는 든든한 응원군이 되었죠.
“벚꽃이 질 무렵이면 복숭아 꽃이 만개하는데, 처음에는 아주 연한 분홍빛으로 폈다가 수정이 완료되면 진한 분홍색으로 물이 들어요. 복사꽃이 만개한 나무들을 보면 이게 농사의 묘미구나 싶습니다. 꽃이 피면 더 바빠지지만, 그래도 꽃구경하면서 일한다는 게 행복합니다.”
최혜랑 씨의 과수원은 두 곳으로 나뉘어 있고, 복숭아 나무만 270그루에 이릅니다. 혼자 돌보는 농장인 만큼 해가 뜨기 전부터 바쁜 하루를 시작하죠. 밤사이 달라진 것은 없는지 살피고, 해충이 발견되면 당일 작물보호제를 사서 다음날 새벽 방제를 준비합니다. 해가 질 무렵에는 다시 한 번 농장을 둘러보며 하루를 마무리하죠.
문제는 과수원의 거의 모든 작업이 팔을 위로 든 채 이루어진다는 점입니다. 특히 꽃따기, 열매솎기, 봉지씌우기, 수확처럼 정해진 시기에 끝내야 하는 작업은 같은 자세로 며칠씩 이어집니다. 어깨와 팔에 피로가 집중적으로 쌓이기 마련이죠. “체력이나 마음은 일을 좀 더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팔을 계속 들고 있는 게 힘들 때가 많았어요.”
최혜랑 씨는 농협창업농지원센터를 통해 엑스블 숄더(X-ble Shoulder)를 만났습니다. 엑스블 숄더는 팔을 어깨 높이 이상으로 오래 들어야 하는 작업환경에서 어깨 근육의 부담을 줄여주는 산업용 웨어러블 로봇입니다. 농협창업농지원센터가 과수 재배 청년 농업인의 신체 부담을 덜기 위해 지원을 결정했고, 최혜랑 씨는 첫 번째 수령자 중 한 명입니다.
엑스블 숄더를 처음 받았을 때 최혜랑 씨는 디테일에 놀랐다고 합니다. 엑스블 숄더의 조끼는 다양한 사이즈를 갖추고 있어 본인에게 딱 맞는 것을 고를 수 있었고, 전체 무게도 1.9kg에 불과해 입어보니 예상보다 훨씬 가볍게 느껴졌다고 하죠. 게다가 사용하기 편리한 고리형 안전 장치 등 사용자를 위한 섬세한 배려도 담겨있습니다.
“곳곳을 보면서 정말 신경을 많이 썼다고 생각했습니다. 우선, 입는 조끼의 소재의 질이 상당히 좋아요. 그리고 일반적인 작업 조끼는 남성 체형 기준의 단일 사이즈가 많은데, 엑스블 숄더는 조끼 사이즈가 다양해서 딱 맞게 입을 수 있어요. 그리고 기기를 안전하게 고정하는 고리형 장치도 크게 힘들이지 않고 결착할 수 있습니다. 쉽고, 편안하게, 안전하게 쓸 수 있도록 정말 공들여 만들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최혜랑 씨는 엑스블 숄더를 거의 매일 착용하고 있습니다. 사용 첫날부터 차이를 실감했기 때문이죠. “엑스블 숄더를 착용하고 작업에 들어가면 든든하다는 기분이 들어요. 팔을 받쳐주니까 팔을 올린 상태로 일을 할 때 어깨에 부담이 훨씬 덜하거든요. 맨몸으로 일할 때와 비교하면 체감되는 노동 강도가 확연히 다릅니다. 이전에는 작업 후 통증이 있기도 했지만, 지금은 엑스블 숄더가 팔을 지지해주니 피로감이 많이 줄었고, 부담도 덜합니다.”
또한, 최혜랑 씨는 엑스블 숄더를 입고도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다는 점이 아주 좋다고 설명했습니다. 과수원과 같은 현장에서는 움직일 일이 많습니다. 가지나 열매, 새순을 정리하는 일 외에도 사다리를 오르내리거나 호스로 물을 주는 등 다양한 자세로 일하게 되죠. 그래서 몸을 움직이는데 불편함이 없어야 합니다. 엑스블 숄더는 착용 중에도 다양한 자세를 취할 수 있습니다.
“과수원에서 일할 때는 사다리를 이용할 일이 많습니다. 엑스블 숄더를 착용한 채로 사다리를 오르내릴 때 거추장스럽거나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앉아서 쉴 때도 마찬가지에요. 굳이 엑스블 숄더를 벗을 필요 없이 팔만 내린 채로 편하게 기대서 쉬거든요. 하루 종일 엑스블 숄더를 사용하다 보니, 이제는 엑스블 숄더가 없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편, 최혜랑 씨는 엑스블 숄더의 개선에 대한 의견도 솔직히 밝혔습니다. 조끼의 소재, 지퍼, 미끄럼방지 실리콘 마감 등 만듦새에는 아주 만족하지만, 농작업 도구를 넣을 수 있는 주머니가 있으면 더 실용적이겠다는 제안이었죠. 이는 현장에서 엑스블 숄더를 매일 사용하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일 것입니다. 현대차그룹 로보틱스랩은 이런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작업별 조끼의 선택 사양을 늘리고, 체형 대응 구조 또한 지속적으로 개선할 계획입니다.
현대차그룹 로보틱스랩 관절로봇설계팀 김규정 파트장과 로보틱스사업1팀 박세헌 책임연구원에게 최혜랑 씨의 이야기를 전하자 두 사람의 표정이 동시에 밝아졌습니다. 김규정 파트장은 “현장 검증을 거치더라도 실제 산업 현장의 모든 환경을 사전에 예측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제품이 의도한 대로 작동하고 있다는 피드백을 받을 때 가장 뿌듯합니다”라며 다음과 같이 덧붙였습니다.
“최혜랑 씨가 엑스블 숄더를 유용하게 써주고 계시다니 기쁩니다. 개발자로서 현장의 사용 경험이 다음 제품 개발의 가장 중요한 기준이라고 생각합니다. 고객의 목소리를 들을 때면 더 나은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확신, 설계 방향에 대한 확신이 쌓입니다. 동시에 지속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책임감도 함께 느낍니다.”
개발에서 가장 중점을 둔 것은 기능 못지않게 ‘자연스러움’이었다고 김규정 파트장은 말합니다. “아무리 기능이 좋아도 착용이 불편하거나 움직임에 제한이 있으면 현장에서 계속 쓰이기 어렵습니다. 어깨 부담은 줄이면서도 사용자가 자유롭고 편안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착용감과 동작의 자연스러움을 구현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엑스블 숄더의 자연스러운 움직임은 다양한 현장에서 쓰일 수 있는 비결 중 하나입니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 로보틱스랩은 개발 과정 중 다양한 환경을 찾아 시험을 진행했습니다. 예컨대 과수원에서 시험을 진행했을 때는 차량 하부 작업과 과수 수확의 동작이 상당히 닮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두 작업 모두 팔을 머리 위로 들고 오랜 시간 같은 동작을 반복하니까요.
로보틱스랩이 제품 개발 과정에서 농촌진흥청과 함께 진행한 현장 연구도 같은 결과를 보였습니다. 해당 연구에서는 복숭아, 포도, 사과 등 5개 작목 재배에서 엑스블 숄더를 활용할 경우 어깨 근육 사용량이 평균 33% 감소한다는 결과가 확인되었습니다. 엑스블 숄더의 농업 적용은 철저한 현장 검증을 바탕으로 이뤄진 것이죠.
김규정 파트장을 비롯한 로보틱스랩 연구원들은 다양한 현장에서 일하는 고객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습니다. “현장의 의견은 제품을 개발하고 개선하는 과정에서 가장 큰 도움이 됩니다. 예컨대 작업자의 체형이 예상보다 다양하며, 그만큼 사용자의 몸에 맞춘 다양한 조합이 필요함을 알 수 있었죠. 그리고 고객의 이용 환경 및 사용 경험을 파악할 수 있는 채널의 필요성도 느꼈습니다. 소중한 의견에 귀 기울여 꾸준히 반영해 나갈 예정입니다.”
엑스블 숄더와 현장을 잇는 사업담당 박세헌 책임연구원은 제조, 항공, 철도, 조선, 건설, 농업 등 다양한 산업 현장의 요청을 가장 가까이에서 듣고 있습니다.
“2024년에 엑스블 숄더를 공개한 이후 정말 다양한 분야에서 문의를 받고 있습니다. 제조업만이 아닌 농업 관련 기관의 반응도 뜨거웠어요. 특히, 농촌진흥청과 함께 현장을 방문하면서 웨어러블 로봇이 어떤 현장에서도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습니다. 고령 작업자 분들은 ‘팔을 받쳐주니 훨씬 편하다’, ‘어깨 통증이 확실히 줄었다’고 하셨고, 청년 농업인분들은 ‘젊을 때부터 건강 관리를 위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습니다.”
엑스블 숄더는 B2B 방식으로 공급됩니다. 고객사는 로보틱스랩과 직접 계약을 맺거나 업종별 파트너사를 통해 도입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도입 시에는 현장 환경과 작업 특성을 고려해 최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컨설팅을 진행합니다. 박세헌 책임연구원은 “단순히 제품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현장에서 효과적으로 쓰일 수 있도록 초기 적용 과정을 지원하는 것이 원칙이다”며 다음과 같이 설명했습니다.
“업종마다 작업 환경과 주로 사용하는 자세가 다릅니다. 예컨대, 용접 작업은 팔을 수평에 가까운 각도(약 75~90°)로 들어 올린 상태에서 장비를 지탱하며 작업하는 경우가 많죠. 엑스블 숄더는 각기 다른 현장 특성에 대응할 수 있도록 최대 토크가 작동하는 각도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현장 분석을 통해 작업 특성에 맞춘 최적의 각도 세팅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현대차그룹은 엑스블 숄더가 착용자에게 친숙한 방법으로 다가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착용과 해체 방식에 익숙해지면 더욱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현대차그룹은 엑스블 숄더를 처음 착용하는 분들을 위한 사용설명서를 비롯해 유튜브를 통한 안내 영상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엑스블 숄더의 다음은 더 넓은 현장을 향합니다. 산업 현장에서는 허리와 하체에 부담을 주는 작업이 많기에, 그러한 작업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웨어러블 로봇을 구상하고 있죠. 일례로 허리 부상 저감을 위한 엑스블 웨이스트(X-ble Waist) 또한 개발 중에 있습니다. 이처럼 현대차그룹 로보틱스랩은 다양한 작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신체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작업자 중심의 로봇 솔루션을 지속적으로 개발할 계획입니다.
한편 최혜랑 씨 역시 자신의 농장을 하나의 회사처럼 키워가고 있습니다. 농협몰 입점, 라이브 커머스, 크라우드 펀딩, 농업 박람회 등 다양한 판로를 열어가는 동시에, 언젠가는 과수원의 경관과 원물, 가공품이 하나의 순환 구조로 이어지는 농장을 만들고자 하죠. 최혜랑 씨는 자신처럼 농업을 고려 중인 분들에게 이렇게 전합니다.
“저는 농업이 정말로 성장 가능성이 무궁한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농업에 관심 있는 청년이라면 정부나 농협창업농지원센터에서 혜택 및 다양한 도움을 주기 때문에 다른 창업보다 기회가 크다고 생각해요. 물론, 힘이 들 때도 많습니다. 체력적으로 한계인 날에는 내가 이걸 계속할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 하지만 엑스블 숄더처럼 작업 부담을 낮춰주는 입는 로봇이 이미 나왔고, 사람을 돕는 기술들이 앞으로 계속 등장해 체력 부담을 줄여주길 기대하고 있어요. 건강하게, 오래하는 것을 목표로 꾸준히 농사를 하고 싶습니다.”
오늘도 어딘가의 과수원에서, 공장에서, 선박에서, 누군가는 팔을 들어 올린 채 하루를 보냅니다. 하늘을 향해 든 팔이 무거워 꿈을 내려놓지 않도록, 기술은 조용히 어깨를 받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