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3월 초 새로 단장한 로비는 보여주기 위한 공간이 아니라, 임직원이 편하게 머물고 일하며 새로운 업무 문화를 만들어가는 생활 기반입니다. 공간을 잘 만드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그 공간이 사용자에게 편안하게 쓰이도록 관리하고, 계속 보완해가는 일입니다.
양재사옥 로비 리노베이션 프로젝트에 참여한 경영지원본부 비즈니스지원전략팀 이동욱 책임매니저는 로비 운영의 출발점을 ‘집처럼 편안한 공간’이라는 말로 설명합니다. “회사는 집만큼 오래 머무는 공간인 만큼, 집처럼 편안한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리노베이션 프로젝트를 시작한 2020년부터 준공 전까지 수많은 설문과 인터뷰로 임직원의 목소리와 아이디어를 듣고, 이를 로비 설계와 운영에 최대한 반영했습니다.”
그의 설명은 새 로비의 운영 방향을 잘 보여줍니다. 사옥은 단순히 업무를 처리하는 장소가 아닙니다. 하루 중 긴 시간을 보내는 생활 공간이자, 동료와 관계를 맺고, 일의 리듬을 만들고, 컨디션을 돌보는 곳입니다. 그래서 양재사옥 로비 리노베이션은 화려한 공간을 만들기보다 임직원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어떤 불편을 느껴왔는지, 어떤 서비스가 일상을 더 편하게 만드는지 묻는 과정에서 시작했습니다.
리노베이션은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된 변화가 아니라, 임직원의 생활을 관찰하고 필요한 기능을 하나씩 더해온 과정의 연장선에 있습니다. 이를 위해 현대차그룹은 새로운 로비가 오픈하기 전부터 다양한 시도를 이어왔습니다. 임직원의 니즈가 높았던 가정의학과와 약국, 카페, 컨시어지, 조식 뷔페, 라면 코너 등을 공사 전부터 도입하고, 이용 의견을 바탕으로 계속 보완한 이유입니다.
그중 가장 높은 호응을 얻은 공간은 건강 관련 시설이었습니다. 이동욱 책임매니저는 새로운 로비에 헬스케어존이 만들어진 계기를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2021년에 도입한 가정의학과와 약국은 임직원 만족도가 가장 높은 시설이었습니다. 양재사옥 근처에는 가정의학과가 없어 평일에 병원에 가기가 쉽지 않았거든요.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 쉽고 빠르게 갈 수 있는 병원이 사옥 안에 있다는 점에 많은 임직원이 만족했죠.”
이 경험이 새 로비의 헬스케어존 구성으로 이어졌습니다. 기존에 따로 운영되던 가정의학과와 약국에 치과를 더하고, 스스로 건강 상태를 확인하거나 전문가 상담을 받을 수 있는 헬스체크룸을 함께 마련했습니다. 사옥 안에서 기본적인 건강 관리를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이는 ‘집처럼 편안한 공간’이라는 방향성과도 이어집니다. 집이 편안한 이유는 필요한 것을 가까이에서 해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양재사옥 로비는 업무공간 안에서도 건강과 생활 편의를 자연스럽게 돌볼 수 있는 환경을 지향합니다.
로비를 집처럼 느끼게 하는 또 하나의 장치는 컨시어지입니다. 컨시어지는 단순한 안내 데스크가 아니라, 업무와 생활에 필요한 지원을 한곳에서 제공하는 통합 서비스 거점입니다. 이 서비스 역시 양재사옥 로비 오픈 이후 갑자기 도입된 것이 아닙니다. 로비 공사 기간 동안 양재 임시 공간, 강남대로, 판교, 삼성동 등 주요 업무공간 네 곳에서 컨시어지를 먼저 운영하며 노하우를 쌓았습니다. 이후 그 경험을 다시 양재사옥 로비에 담았습니다. 현재 컨시어지는 업무와 생활에 필요한 물품 지원은 물론 로비 공간과 서비스 안내까지 통합적으로 담당합니다.
운영 관점에서 컨시어지는 새 로비의 성격을 잘 보여주는 기능입니다. 공간이 넓어지고 서비스가 다양해질수록, 사용자는 어디에서 무엇을 이용해야 하는지 쉽게 알 수 있어야 합니다. 컨시어지는 임직원이 공간을 더 편하게 이해하고 활용하도록 돕는 연결점입니다. 즉, 새로운 로비가 단순한 시설의 집합이 아니라 하나의 서비스 경험으로 작동하도록 만드는 운영 기반입니다.
새 로비에서 가장 자주 쓰이는 공간은 카페와 라운지입니다. 로비의 층마다 배치된 카페는 단순히 커피를 마시는 공간이 아닙니다. 사람이 자연스럽게 모이고, 대화가 시작되고, 짧은 협업이 이루어지는 공간입니다. 이동욱 책임매니저는 “각 층의 중앙을 각각 다른 콘셉트의 카페로 채웠고, 카페 주변에는 소통을 이어갈 수 있도록 라운지를 만들었습니다”라고 설명합니다.
특히 1층 라운지는 변화의 체감도가 큰 공간입니다. 과거 이곳은 협력사 접견실과 증권사 등이 있던 닫힌 공간이었습니다. 편하게 앉아 이야기하기 어려웠고, 누구나 자연스럽게 머물 수 있는 분위기도 아니었습니다. 리노베이션 이후에는 누구나 자유롭게 머물고 소통할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바뀌었습니다.
이 변화는 실제 사용 경험으로도 확인됐습니다. 1층 라운지는 로비 오픈 후 실시한 만족도 조사에서 임직원들이 가장 많이 쓰고, 가장 만족하는 공간으로 꼽혔습니다. 공간이 문화를 바꾼다는 말은 추상적인 표현이 아닙니다. 닫혀 있던 공간이 열리고, 앉을 수 있는 자리가 생기고, 커피를 매개로 대화가 시작될 때 일하는 방식도 조금씩 달라집니다.
2층 라이브러리는 양재사옥 로비가 지향하는 사용자 경험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공간입니다. 이곳은 단순히 책을 모아둔 서가가 아니라, 임직원의 직무와 관심사, 일하는 방식에 맞춰 구성된 큐레이션 공간입니다. 일본 츠타야 서점의 운영 주체인 CCC(Culture Convenience Club)와 협업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이동욱 책임매니저는 CCC와 협업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점으로 질문의 출발점이 달랐다는 점을 꼽습니다. “큐레이션 파트너를 선정하기 위해 국내 유명 서점 담당자들을 만났을 때 대부분의 첫 질문이 ‘몇 권 규모인가요?’ 혹은 ‘몇 평인가요?’였어요. 그런데 CCC는 달랐습니다. ‘라이브러리에는 누가 오는지, 그들이 원하는 경험은 무엇인지’를 먼저 물어봤어요.”
이 질문은 라이브러리의 방향을 바꿨습니다. 규모보다 중요한 것은 사용자의 경험입니다. 경영지원본부는 리노베이션 기획 단계에서 모은 양재사옥 임직원의 직무와 니즈 관련 인터뷰·설문 자료 수백 페이지를 영어와 일본어로 번역해 CCC에 전달했습니다. CCC는 이를 세밀하게 분석해 도서 카테고리와 추천 도서를 정리하고, 책과 오브제를 놓는 방식과 순서까지 제안했습니다. CCC는 국내 도서 큐레이션을 담당한 교보문고에도 세밀한 도서 선정 가이드를 전달했습니다. “고객을 먼저 생각하고 면밀히 분석해, 그들이 만족하는 공간과 원하는 경험을 만들어간다는 점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라는 이동욱 책임매니저의 설명입니다.
라이브러리는 책을 읽는 공간을 넘어, 임직원이 새로운 관점을 얻고 감각을 전환하는 공간으로 운영됩니다. 좋은 큐레이션은 사용자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관심사를 발견하게 하고, 업무와 직접 관련이 없어 보이는 분야에서도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게 합니다.
지하 1층 식당 역시 운영 관점에서 큰 변화가 이루어졌습니다. 새 식당은 식사 시간에만 이용하는 구내식당을 넘어, 하루 중 여러 시간대에 사용할 수 있는 F&B 공간으로 기획됐습니다. 이를 위해 리노베이션 기간 동안 기존 메뉴 선호도 분석과 임직원 설문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평소 음식에 관심이 많은 임직원이 참여한 ‘양재미식회’도 운영됐습니다.
중앙 식당인 피아짜(Piazza)는 이탈리아어로 광장이라는 뜻으로 마켓플레이스 콘셉트를 적용했습니다. 지하 1층 식당 입구에 들어서면 베이커리의 빵 냄새가 먼저 임직원을 맞이합니다. 피아짜 양옆의 동쪽과 서쪽 코너에는 구내식당 분위기에서 벗어나 다이닝 느낌을 줄 수 있는 화덕 피자와 라이브 그릴, 직화 코너 등 특화 메뉴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이동욱 책임매니저는 “양재미식회를 운영해 보니 메뉴의 다양성과 식사 시간 외에도 이용할 수 있는 F&B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파악됐습니다”라고 말합니다. 이 의견을 식당 구성에 반영했고, 상시 이용 가능한 샐러드 바와 주스 바, 분식 코너가 생겼습니다.
이동욱 책임매니저는 “공사 전에는 식사 시간에만 북적이던 식당이 지금은 F&B와 함께 캐주얼한 소통이 이루어질 수 있는 장소로 잘 활용되고 있지요”라고 덧붙였습니다. 식당의 변화는 업무 문화와도 연결됩니다. 점심을 먹고 바로 자리로 돌아가는 대신, 커피나 간단한 음식을 사이에 두고 대화를 이어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식사 시간이 아닌 때에도 가볍게 머물며 생각을 정리하거나 동료와 짧은 미팅을 할 수 있습니다. 식당이 식사를 해결하는 공간에서 일상의 리듬을 조절하는 공간으로 바뀐 것입니다.
새로워진 양재사옥 로비의 운영을 설명할 때 로봇 서비스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이곳의 로봇은 전시물이 아니라 실제 서비스를 수행하는 운영 인프라입니다. 현대차그룹은 양재사옥 공용 공간에 관수 로봇 ‘달이 가드너(DAL-e Gardener)’, 배송 로봇 ‘달이 딜리버리(DAL-e Delivery)’, 의전 및 보안용 ‘스팟(SPOT)’ 등 3종의 로봇을 투입해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사람과 로봇이 같은 공간을 쓰는 환경을 구축해, 임직원이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로보틱스 기술을 경험하도록 한 것입니다.
달이 가드너는 실내 조경을 관리하는 운영 보조 로봇입니다. 다양한 센서로 로비의 식재와 화단 위치를 3차원으로 인식해 식물과 흙, 화단을 구분하고, 승하강과 6축 회전이 가능한 로봇팔을 이용해 필요한 지점에 물을 공급합니다. 혼잡한 로비에서도 사람과 장애물을 감지해 경로를 조정하고, 물 보충과 배수 과정도 자동화해 관리자의 개입을 줄였습니다.
달이 딜리버리는 1층 카페 주문 서비스를 로비 전반으로 확장합니다. 임직원이 앱으로 음료를 주문하면 로봇이 1층 카페에서 음료를 받아 주문자가 지정한 픽업존으로 이동합니다. 한 번에 최대 16잔을 싣고 이동할 수 있고, 얼굴 인식 기술로 수령자를 확인합니다. 복잡한 실내 환경에서도 주변을 감지하며 이동할 수 있도록 달이 가드너와 같은 주행·인식 기술이 적용됐습니다.
스팟은 현대차그룹 로봇 전문 계열사 보스턴다이나믹스의 4족 보행 로봇을 기반으로 합니다. 여기에 현대차·기아 로보틱스랩이 개발한 자율주행 모듈을 추가로 장착해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스스로 이동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스팟은 사옥 곳곳을 순찰하며 보안관 역할을 수행합니다.
로봇 서비스가 안정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로봇 자체의 성능뿐 아니라 건물 인프라와 연동이 중요합니다. 양재사옥에는 로봇 전용 대기공간과 엘리베이터가 마련됐습니다. 3종 로봇은 배터리 잔량이 부족하면 1층에 있는 지정 대기공간인 로봇 스테이션에서 스스로 충전하고, 필요할 때 전용 엘리베이터를 활용해 층간 이동도 할 수 있습니다.
여러 대의 로봇은 통합 관제 시스템 ‘나콘(NARCHON)’을 통해 관리됩니다. 운영자는 웹앱(Web App)에서 로봇별 위치와 상태, 배터리 정보를 확인하고, 필요에 따라 운행 일정이나 이동 위치를 조정합니다. 여러 종류의 로봇이 같은 공간에서 움직이는 만큼, 관제 시스템은 안정적인 운영을 위한 핵심 기반입니다.
이처럼 양재사옥 로비의 로봇 운영은 로봇, 건물, 관제 시스템, 사용자 경험이 함께 맞물려 작동합니다. 로봇이 알아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뒤에는 충전, 이동, 보안, 인증, 관제까지 고려한 고도화된 운영 체계가 있습니다. 사람과 로봇이 같은 공간을 편안하게 쓰기 위해서는 보이지 않는 관리가 필수입니다.
집처럼 편안한 공간은 단순히 아늑한 분위기만으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필요한 서비스를 가까이에서 이용할 수 있고, 건강과 식사, 휴식과 업무, 이동과 기술 경험이 자연스럽게 이어질 때 비로소 편안함이 생깁니다. 양재사옥 로비는 임직원의 목소리를 바탕으로 공간을 만들고, 운영 과정에서 사용 경험을 계속 반영하며, 로봇과 같은 미래 기술까지 일상에 들여오고 있습니다.
‘집처럼 편안한 공간’은 필요할 때 쉬고, 컨디션을 관리하고, 동료와 자연스럽게 만나고, 기술의 도움을 받으며 일상의 효율을 높이는 곳입니다. 새로워진 양재사옥 로비가 앞으로의 업무 문화를 만드는 플랫폼으로 자리 잡아가는 이유입니다.
사진. 박상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