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랠리카가 도로를 달리고 있다 랠리카가 도로를 달리고 있다

[2026 WRC 9R] 현대 월드랠리팀의 포모, 에스토니아 숲길의 치열한 속도전에서 포디엄 피니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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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월드랠리팀의 아드리안 포모가 2026 WRC 제9전 에스토니아 랠리에서 3위로 포디엄에 올랐다. 핀란드 출신 신예 사미 파야리가 생애 첫 우승을 차지했고 올리버 솔베르그가 2위를 기록했다. 티에리 누빌은 4위로 경기를 마쳤지만 파워 스테이지 4점을 획득해 팀 포인트 확보에 일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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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 그래블 2연전을 여는 제9전은 발트해 연안에 위치한 작은 나라, 에스토니아에서 열렸다. 핀란드와 비슷하지만 다른 분위기의 고속 그래블로, 현대팀은 2020년 열렸던 첫 경기에서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올해는 핀란드 출신의 신예 파야리가 첫날과 둘째 날 대부분의 스테이지를 잡아 자신의 통산 첫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솔베르그가 2위, 포모가 3위로 오랜만에 포디엄에 올랐다. 누빌은 4위로 경기를 마쳤다.

현대팀 랠리카가 달리고 있다

그리스에서 극한의 서바이벌을 치른 월드랠리챔피언십(World Rally Championship, WRC) 도전자들 앞에는 에스토니아의 고속 숲길이 기다리고 있었다. WRC 제9전 에스토니아 랠리는 핀란드 랠리와 함께 WRC를 대표하는 고속 그래블 이벤트로 유명하다. 박진감 넘치는 속도전과 함께 열광적인 팬들이 분위기를 북돋운다.


발트해 연안 에스토니아에서 창설된 이번 경기는 비교적 역사가 짧다. 소비에트 연방으로 강제 합병되었다가 1991년에야 독립에 성공한 에스토니아는 2004년 유로존과 EU에 동시 가입하며 서방 세계의 일원이 되었다. 2010년 국내 이벤트로 시작해 2014년부터 유럽 랠리 챔피언십(Europe Rally Championship, ERC)에 포함되며 국제 경기로 격상되었다. 2014년에는 곧바로 올해 최고의 ERC 랠리로 선정되기도 하는 등 큰 사랑을 받았다. 에스토니아는 경제 규모가 크지 않지만 마르코 마틴(Markko Märtin)이나 오트 타낙(Ott Tänak) 같은 걸출한 스타 드라이버를 배출한 랠리 강국이다.


현대팀 랠리카가 관중 앞에서 달리고 있다


에스토니아 랠리는 일정상 WRC 핀란드 랠리 직전에 열리는 데다 고속 그래블이라는 공통점 덕분에 핀란드 랠리를 준비하는 선수들의 연습 무대로 활용되었다. 이 가운데 2022년에 WRC를 개최하고자 준비했던 에스토니아는 2020년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주목을 받았다. 기존 경기들이 줄줄이 취소되는 가운데 챔피언십 경기 횟수를 채우기 위해 새로운 이벤트가 필요했고, 에스토니아는 이런 조건에 딱 맞아 떨어진 곳이었다.


여기에는 오트 타낙이라는 스타 드라이버의 존재도 크게 작용했다. 당시 현대팀 소속이던 타낙은 WRC 창설 700번째 이벤트이기도 했던 2020 에스토니아 랠리에서 우승의 영광을 차지했다. 성공적인 개최에 힘입어 이듬해에도 캘린더에 이름을 올린 에스토니아 랠리는 2024년에 라트비아 랠리에 잠시 자리를 내주었지만 지난해부터 다시 복귀했다.


에스토니아 랠리를 달리는 현대팀 랠리카

에스토니아 랠리 스테이지는 비교적 단순해 보이면서도 결코 쉽지 않다. 코너가 적고 노면이 매끄러운 만큼 속도가 빠르고, 노면 상태는 끊임없이 변화한다. 핀란드와 함께 WRC에서 가장 빠른 이벤트로 꼽힌다. 높은 속도는 노면의 굴곡을 천연의 점프대로 만든다. 굴곡 너머가 보이지 않는(Blind Crest) 대형 점프가 많아 정밀한 페이스노트 작성과 함께 과감한 판단력도 필요하다. 순간의 판단 실수로도 큰 대가를 치른다. 큰 점프에서 착지할 때 랠리카의 충격 흡수 능력도 중요하다. 노면은 차량 주행에 따라 금세 움푹 패여 2번째 주행에서는 상당히 까다로워진다. 핀란드와 비교하면 노면이 전체적으로 부드럽고, 레이아웃은 기술적인 요소가 조금 더 많다. 


현대팀 드라이버들의 모습

현대팀은 페넌트 레이스 후반부에 접어들며 저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현대 월드랠리팀(이하 현대팀)에서는 티에리 누빌(Thierry Neuville), 아드리안 포모(Adrien Fourmaux), 에사페카 라피(Esapekka Lappi)가 엔트리했다. 누빌은 제4전 크로아티아에서 마지막 스테이지 사고로 아쉽게 우승을 놓친 후 포르투갈에서 시즌 첫 우승컵을 들어올리며 팀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제8전 그리스에서도 막판 타이어 펑처로 2위로 주저앉기 전까지는 선두를 달렸었다. 

티에리 누빌이 경기를 준비하고 있다

인터뷰에서 누빌은 자신감 넘치는 말투로 이야기했다. “지난 두 번의 그래블 랠리에서 꾸준히 좋은 페이스를 보였기에 자신감을 가지고 에스토니아로 향하고 있습니다. 직전 랠리에서는 준우승이라는 좋은 성적을 거둔 데다 최근 테스트 결과 또한 매우 긍정적입니다. 우리는 최근 몇 년간 에스토니아에서 경쟁력 있는 모습을 보여왔고, 날씨가 건조하다면 우리에게 유리할 것입니다. 이 랠리의 핵심은 거대한 점프와 접지력, 정밀성 그리고 차량 보호라는 요소 사이에 적절한 균형을 찾으면서도 동시에 차량에 대한 완벽한 신뢰를 갖는 것입니다. 목표는 분명합니다. 승리를 위해 싸우고 최대한 많은 득점을 얻어 챔피언십 경쟁에서 다시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경기를 앞두고 인터뷰 중인 아드리안 포모

아드리안 포모는 올해 퍼스트 드라이버에 필적하는 성적을 기록 중이다

포모는 아직 우승은 없지만 케냐 랠리 2위로 한 차례 포디엄에 오르는 등 꾸준한 득점으로 누빌과 같은 95 포인트를 챙겼다. 그리스에서는 타이어 펑처가 발생하기 전까지 선두를 달리기도 했던 포모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에스토니아는 그리스처럼 거친 저속 랠리와 전혀 다릅니다. 캘린더 중에서도 가장 빠른 스테이지와 맞서야 하지요. 때문에 자신감은 필수입니다. 저는 이런 랠리를 즐길 준비가 되어있고, 준비 테스트 내용도 매우 좋았습니다. 경쟁력 있게 싸울 잠재력이 있다고 자신합니다.”

앤드류 휘틀리가 인터뷰 중인 모습

앤드류 휘틀리 역시 시즌 후반에 대한 높은 기대를 걸고 있다


시즌 초반 연속된 타막 랠리에서 속도 부족에 고전했던 현대팀이 후반 그래블 랠리에서 경쟁력을 되찾고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현대팀 스포팅 디렉터 앤드류 휘틀리(Andrew Wheatley)는 “시즌 후반을 이처럼 긍정적인 경기력으로 시작한 만큼 현대 i20 N 랠리1의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속도뿐 아니라 시즌 중 가장 덥고 힘든 라운드 중 하나에서도 완벽한 신뢰성을 보여준 점이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는 앞으로 이어질 고속 랠리에서도 최고의 성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줍니다”라고 말했다.


올해 현대팀은 지정 테스트 코스를 핀란드에서 프랑스 남부로 옮겨 그래블 랠리용 부품 개발과 아스팔트 성능 향상 프로그램을 병행했다. 현대팀은 에스토니아에서 3일간 테스트를 마친 뒤 핀란드에서 개발을 이어갈 예정이며, 2026년형 차량에 적용된 변경 사항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 수년간 축적한 경험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에사페카 라피가 인터뷰 중인 모습

올 시즌 조커 카드로 활약한 라피가 손에 익은 고속 그래블 랠리에 연속 출전한다


2024년 이후 한동안 랠리1을 떠났던 라피는 제2전 스웨덴 랠리를 통해 WRC 최고 클래스에 복귀했으며, 이어진 사파리에서는 4위를 차지하며 팀에 중요한 점수를 가져왔다. 이번이 시즌 3번째 출전. 핀란드 출신으로 고속 그래블 랠리에 익숙한 라피는 에스토니아와 핀란드 랠리에 엔트리할 예정이다.

에스토니아 랠리에 참가하는 선수들의 모습

지금까지 열린 8전 중 7승을 차지한 토요타는 5대의 야리스를 준비했다. 엘핀 에반스(Elfyn Evans)와 세바스티앙 오지에(Sébastien Ogier), 올리버 솔베르그(Oliver Solberg), 다카모토 가츠타(Takamoto Katsuta), 그리고 위성팀 소속인 사미 파야리(Sami Pajari)가 엔트리했다. 시즌 막판의 파라과이와 칠레, 이탈리아, 사우디 랠리에 비해 고속 그래블 2연전은 노면 청소의 부담이 덜하다. 첫 타이틀을 노리는 에반스와 가츠타로서는 많은 점수를 확보해야 하는 중요한 경기. 현역 드라이버 중 가장 많은 우승을 차지한 칼리 로반페라는 현재 포뮬러 도전을 위해 잠시 WRC를 떠났으며, 최근에는 건강 문제로 휴식 중이라는 이야기가 들린다. 지난해에는 올리버 솔베르그가 WRC2 클래스에서 감격스런 개인 통산 첫 우승컵을 차지했다.

M-스포트 포드에서는 3명이 출격했다. 아크로폴리스와 동일하게 조쉬 맥켈런(Josh McErlean), 존 암스트롱(Jon Armstrong), 그리고 마틴스 세스크스(Mārtiņš Sesks)라는 구성이다. 맥켈런은 지난해 9위였고, 암스트롱은 JWRC와 ERC 시절에는 에스토니아를 달린 경험이 있지만 랠리1 클래스로는 첫 참전이다. 한편 세스크스는 이웃 라트비아 출신으로, 라트비아 랠리 역시 고속 그래블이라 홈그라운드에 가까운 조건이다. 

DAY 1 – 현대팀 포모, 안정적인 페이스로 선두권에 안착하다

에스토니아 랠리의 주행코스를 정리한 인포그래픽

운영 간소화를 위해 WRC는 올해 경기를 금요일부터 시작했다. 경기 일수는 줄었지만 주행 거리가 단축되지는 않았다. 스테이지도 지난해와 비교해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가장 달라진 스테이지는 SS13 오테패(Otepää)로, 2022년 레이아웃을 기반으로 다듬었다. 나머지는 기존과 거의 같고 일정은 다소 바뀌었다. 지난해 토요일에 달렸던 페이프시아에레(Peipsiääre)와 무스트베(Mustvee), 캄뱌가 금요일로 오고, 일요일은 헬라누르메(Hellenurme)가 없어지고 케에리쿠(Kääriku) 스테이지 하나만 반복해 달리는 구성이었다.

6월 17일 금요일은 21.45km의 라니차(Raanitsa)를 시작으로 카라스키(Karaski)와 카네피(Kanepi)를 주행한 후 오후에 이 3개 스테이지를 반복해 달렸다. 저녁에는 1.72km의 엘바 마을 슈퍼 스페셜 스테이지(Elva Linn)에서 하루를 마감한다. SS1~SS7의 7개 스테이지 103.42km 구간에서 첫 날을 시작했다. 

에스토니아 랠리를 달리는 현대팀 랠리카

에스토니아 랠리는 초반부터 크고 작은 점프가 이어지며 다이내믹한 장면을 선사했다

오프닝 라니차는 초반에 언덕과 점프가 있는 빠르고 유려한 구간에서 시작해 짧은 포장노면을 지나면 속도를 더 낼 수 있다. 9.6km 지점의 대형 점프를 지나 15.3km부터는 도로가 좁아지면서 기술적인 구간이 늘어난다. 노면은 건조한 상태였다.

파야리가 가장 빠른 기록을 세우며 종합 선두로 올라섰고, 포모가 그 뒤를 이었다. 솔베르그와 오지에, 누빌, 세스크스가 뒤를 따랐다. 현대팀 가운데 가장 빨랐던 포모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차는 괜찮습니다. 확실히 오늘 아침 테스트 때와는 다르네요. 도로가 훨씬 미끄러워 점프나 전속력으로 달리는 구간에서는 더 과감한 조작이 필요합니다.” 세스크스는 테스트 주행에서 노즈가 파손되었지만 빠르게 차를 고쳐 M-스포트 선수들 가운데 가장 빨랐다. 암스트롱은 착지 충격으로 타이어가 터지면서 시간을 잃었다. 


누빌과 포모가 파야리를 바짝 쫓으며 초반부터 치열한 선두 경쟁이 펼쳐졌다. 영상: WRC (http://www.wrc.com)


미끄럽고 고저차가 큰 노면은 랠리 극초반부터 아찔한 장면을 연출했다. 영상: WRC (http://www.wrc.com)


SS2 카라스키는 시작 400m 지점에 중속 코너와 큰 점프대가 있으며 2.3km의 헤어핀을 기점으로 도로가 넓어진다. 이후 타막이 섞인 고속 구간으로 이어지며 좁고 기술적 구간에서 마감된다. 파야리가 연속 톱타임을 기록한 가운데 솔베르그가 종합 2위로 올라섰다. 포모와 누빌이 3, 4위였다. 포모는 점프 착지 때 길을 벗어나 풀밭으로 빠지는 듯 보였지만 운 좋게 위기를 벗어났다. “점프할 때 차가 미끄러졌는데, 다행히 도랑에 아무 것도 없었어요. 나쁘지 않은 스테이지였습니다”라며 쿨하게 넘기는 모습이었다. 한편 라피는 9위에 멀찍이 떨어져 있었다. “깨끗한 주행 라인을 확보해야 하는데,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게 아쉽습니다. 정말 아슬아슬하게 달리고 있어요.”


오전을 마감하는 SS3 카네피(17.43km)에서도 파야리가 가장 빨랐다. 2위 포모가 근소한 차이로 뒤쫓았다. 톱타임에 4.2초 느린 누빌은 밸런스 문제로 고전했다. 오후에는 현대팀과 M-스포트 포드가 소프트 타이어 5개, 토요타는 소프트 2개에 하드 3개를 선택하는 전략이었다.

에스토니아 랠리를 달리는 랠리카의 모습

파야리의 속도는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가츠타는 SS6 카네피에서 앞 타이어 펑처로 시간을 크게 잃었다. 반면 라피는 SS6에서 다소 나아진 페이스를 보여주었다. “좋아요. 긍정적인 일이 생겼네요. 경기 중간에 몇 가지를 바꾸었는데, 적어도 두 번째 주행에서는 효과가 있는 것 같습니다. 적어도 이젠 나아갈 방향을 알게 되었습니다.”


파야리가 금요일 오후 스테이지까지 모두 잡는 압도적 페이스로 종합 선두 자리를 이어갔다. 솔베르그가 14.7초 차이로 2위. 3위 포모와는 1.8초라는 박빙의 차이였다. 7.5초 뒤에는 종합 4위 누빌이 있었고 오지에와 세스크스가 그 뒤를 쫓았다. 현대팀에서 가장 빨랐던 포모는 금요일을 마치며 이렇게 말했다. “스테이지 초반에는 매우 만족스러웠는데, 로터리 구간을 제대로 공략하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오늘 결과에 만족합니다.”

DAY 2 – 포디엄을 향한 현대 듀오의 추격전

랠리 코스를 달리는 현대팀의 랠리카

토요일은 페이프시아에레와 무스트베를 오전에 반복해 달리고, 오후에 캄뱌(Kambja)와 오테패 스테이지를 반복한 후 저녁에 타르투(Tartu) 시내에 마련된 슈퍼 스페셜 스테이지까지 달리는 빡빡한 일정이다. SS8~SS16의 9개 스테이지 합산 149.6km를 주파해야 한다. 파야리만 하드 스페어 하나를 골랐을 뿐 나머지 선수 전원 소프트 타이어 5개로 경기를 시작했다.


토요일 아침을 여는 24.35km의 SS8 페이프시아에레는 일요일의 케에리쿠(24.39km)와 함께 에스토니아 랠리 최장 스테이지다. 기술적인 구간에서 시작해 채석장을 통과하면 2km 지점에서 큰 점프대를 지나면 고속 포장 노면이 이어진다. 기술적인 구간과 고속 구간이 번갈아 나타나며 마지막에는 숲길에서 마무리된다.

현대 랠리팀의 랠리카가 흙먼지를 일으키며 달리고 있다

토요일 오프닝의 주인공 역시 파야리였다. 솔베르그, 포모, 누빌이 그 뒤를 이었다. 맥켈런은 13.4km 지점에서 차가 멈추어 오랜 시간을 지체했다. 라피는 전날 종합 7위까지 올라섰지만 에반스에게 추월을 허용하며 8위로 후퇴. 누빌은 어제보다 달리기 쉬워졌다고 설명했다. “선두권 상황을 살펴봐야 합니다. 충분히 좋지는 않아요. 그래도 어제보다는 컨디션이 좋고 차도 더 잘 작동하는 것 같습니다. 아직 개선할 부분이 있습니다만 확실히 어제보다 더 즐거웠습니다.”


SS9 무스트베는 넓은 도로에서 시작해 중간의 좁은 숲길 구간에서 난이도가 급상승한다. 길가에 깊은 도랑은 약간의 실수로도 치명적일 수 있다. 상위권 기록은 SS8과 비슷했다. 파야리가 선두고 솔베르그, 포모, 누빌 순이다. 현대팀에서 가장 빠른 페이스는 여전히 포모였다. “네, 더 좋아졌습니다. 차에 아주 작은 변화들을 줬는데 도움이 됐습니다. 기록을 보면 지난해를 확실히 넘어선 것 같아요.”

관중 앞을 달리는 현대팀의 랠리카


누빌은 토요일 아침, 놀라운 페이스로 같은 팀 포모까지 긴장하게 만들었다. 영상: WRC (http://www.wrc.com)

페이프시아에레를 다시 달린 SS10에서는 솔베르그가 톱타임을 기록하며 파야리의 독주에 드디어제동을 걸었다. 둘의 시차는 14.3초. 현대팀에서도 누빌이 포모보다 빠른 기록을 작성했다. 하지만 누빌은 도로 경계물(볼라드)을 들이박고 범퍼가 깨져 공기역학 면에서 손해를 보았다. 라피는 종합 7위 세스크스를 4.8초 차이로 압박했다. 한편 맥켈런이 배기 문제로 리타이어를 선언했다. 

에스토니아 랠리를 달리는 현대팀 랠리카

SS11 무스트베에서 솔베르그가 2연속 톱타임으로 파야리와의 시차를 약간 줄였다. 누빌이 3번째였고 포모는 스테이지 후반 타이어 바람이 빠지면서 페이스가 떨어졌다. 종합 3위를 유지한 포모는 누빌과의 시차가 5.6초로 좁혀졌다. 오지에는 현대 듀오와 20초가량 간격을 두고 추격 중이고, 에반스도 오전 모든 스테이지에서 5위 안에 드는 기록으로 페이스를 점차 회복했다. 


SS12 캄뱌는 초반의 넓고 유려한 구간을 달리다가 2.6km의 교차로를 지나면 언덕과 대형 점프들이 연속해 나타난다. 랠리카의 착지 능력과 안정성이 중요하게 작용하며, 예기치 못한 사고가 발생하기 쉬운 스테이지다.


포모는 아찔한 상황을 여러 번 겪으면서도 재빠른 대처로 페이스를 이어갔다. 영상: WRC (http://www.wrc.com)

라피 역시 고속 코너 상황에서 코스를 벗어날 뻔했지만 위기를 잘 극복했다. 영상: WRC (http://www.wrc.com)


다시 파야리가 가장 빨라 솔베르그와의 시차를 18.1초로 벌렸다. 포모는 3번째였다. “정말 아름다운 스테이지이기에 즐겁게 주행했습니다. 하지만 솔직히 노면이 너무 미끄러웠어요. 접지력이 전혀 없었죠. 그래도 페이스는 만족합니다.” 경기 도중 큰 위기를 넘긴 라피는 “코너가 좁아지면서 언더스티어가 심하게 발생했고 코너에서 벗어났습니다. 제가 가장 두려워하던 상황이었죠. 갑자기 접지력이 사라지는 것 말입니다. 자신감이 떨어지더군요”라고 다급했던 순간을 설명했다. 


SS13 오테패는 2022년 버전을 바탕으로 피니시 구간을 바꾸면서 15.16km로 짧아졌다. 고속 구간에서 시작되어 큰 점프대가 곳곳에 자리잡고 있다. 6.6km의 아레나 구간을 지나면 10km 지점부터는 전속력으로 달리는 아스팔트가 이어지다가 11.3km에서 다시 자갈길로 바뀐다. 이후 느리고 기술적인 구간에서 마무리된다. 


에스토니아 랠리를 달리는 현대팀 랠리카

다시 파야리가 톱타임을 잡으며 솔베르그와의 시차를 21.4초로 벌렸다. 솔베르그 뒤에는 포모와 누빌이 버티고 있다. 7초 남짓 시차를 두고 포모와 누빌이 3위 자리를 다투었다. 이번에는 누빌이 포모보다 0.3초 빨랐다. 


SS14 캄뱌에서는 톱타임의 파야리 뒤로 1.1초씩의 간격을 두고 누빌과 포모가 맹렬한 추격전을 벌였다. 누빌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좋습니다. 아주 깔끔한 주행이었어요. 타이어가 약간 과열되는 것 같아요. 한때는 속도를 조절하려 하다가 결국은 ‘한번 해보자’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전략이 효과가 있을지 봐야죠.”

오테패를 다시 달린 SS15. 많은 관중이 지켜보는 가운데 누빌이 이번 랠리 첫 스테이지 톱타임을 차지했다. “코드라이버 마틴이 점프 후 덜렁거리는 창문을 붙잡고 있었어요. 차 안으로 먼지가 몰려 들어왔죠. 그래도 차의 느낌이 훨씬 좋아졌고 점점 나아지고 있습니다.”



에스토니아 랠리를 달리는 현대팀 랠리카


타르투의 단거리 스테이지 SS16에서 토요일을 마감했다. 선두는 파야리. 솔베르그는 SS16을 잡았지만 선두와 고작 0.8초 줄이는 데 그쳤다. 포모는 누빌에게 1.9초 차이까지 추격을 허용했지만 3위 자리를 지켜냈다. “오늘 경기 결과에 만족합니다. 오전에 타이어 펑처 등의 문제가 있었지만 잘 대처했습니다. 오후에는 타이어 마모가 심했지만 전반적으로는 만족스런 하루였습니다. 조금 전 스테이지 기록은 아쉽습니다. 그래도 최선을 다했어요.”


현대팀 듀오 뒤로 오지에와 에반스, 세스크스가 있었다. 라피는 종합 8위였다. WRC2에서는 로베르트 비르베스(Robert Virves)를 선두로 루프 코르호넨(Roope Korhonen)과 티무 수니넨(Teemu Suninen)이 0.8초 차의 혈투를 벌였다. 


DAY 3 – 포모, 시즌 두 번째 포디엄에 오르다

에스토니아 랠리를 달리는 현대팀 랠리카

일요일은 24.39km의 이번 경기 최장 스테이지인 케에리쿠 하나를 반복해 달리는 단순한 구성이었다. 에스토니아 랠리의 상징적인 스테이지인 만큼 많은 관중이 몰려들었다. 빠른 속도를 유지하면서도 타이어를 관리해야 하는 전략적인 구간이다.

에스토니아 랠리를 달리는 현대팀의 랠리카


포모와 누빌이 마지막 날 분전하며 추격의 불씨를 키웠다. 영상: WRC (http://www.wrc.com)


오전 11시 5분. 오프닝 SS17가 시작되었다. 솔베르그가 톱타임을 기록했고 파야리가 그 뒤를 이었다. 종합 선두인 파야리와 2위 솔베르그와의 시차는 24.6초. 실수나 사고가 아니라면 뒤집기 힘든 격차다. 3번째는 포모였다. 누빌은 최후까지 분전했지만 페이스가 떨어지며 포모와의 3위 경쟁에서 밀려났다. 이제 둘의 시차는 9.8초로 늘어났다.


케에리쿠를 다시 달린 SS18. 최종 스테이지이자 추가 점수가 달린 파워 스테이지다. 이번에는 솔베르그가 톱에 서고 누빌, 에반스가 뒤를 이었다. 하지만 파야리의 생애 첫 승리를 막지는 못했다. 2위 솔베르그, 3위는 현대팀의 포모가 차지했다. 포디엄에 오른 세 선수 모두 20대 중반부터 30대 초반의 젊은 나이로, WRC의 세대가 바뀌고 있음을 느끼게 하는 광경이었다. 

트로피를 들고 환호하는 포모의 모습

포모는 경기 직후 “케냐 이후 다시 포디엄에 오르게 되어 기쁩니다. 이번 주말은 차량과 좋은 호흡을 보여준 경기였습니다. 랠리1 경주차의 성능도 좋았고, 우리의 속도도 놀라웠습니다. 도와준 팀원들과 응원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 드립니다. 핀란드에서 어떤 결과를 낼 수 있을지 기대됩니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누빌은 4위였지만 파워 스테이지 4점을 챙겨 포모와 같은 점수를 챙겼고, 두 선수 모두 111점이 되었다. 라피는 종합 8위로 완주에 성공했다.

도심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 두 남성과 랠리카의 모습

WRC2에서는 홈그라운드의 비르베스가 지난해에 이어 우승을 차지했다. 이번 시즌으로 보면 케냐와 그리스에 이은 3승째를 거두면서 챔피언십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에 올라섰다. 이어지는 제10전은 7월 30~8월 2일, 토요타 랠리팀의 홈그라운드인 핀란드에서 열린다. 오랜 전통과 함께 많은 사랑을 받는 대회 중 하나로, 엄청난 스피드 때문에 ‘자갈길 위의 그랑프리’라는 별칭으로도 불리는 곳이다.


글. 이수진 (자동차 평론가)


1991년 마니아를 위한 국산 자동차 잡지 <카비전> 탄생에 잔뜩 달아올라 열심히 편지를 보냈다가 덜컥 인연이 닿아 자동차 기자를 시작했다. <카비전>과 <자동차생활>에서 편집장과 편집 위원을 역임했고, 지금은 자동차 평론가로 활동 중이다. 전기차와 커넥티드카, 자율주행 기술 같은 최신 트렌드를 열심히 소개하면서도 속으로는 기름 냄새 풍기는 내연기관이 사라지지 않기를 기원하는 ‘자동차 덕후’이기도 하다.

에스토니아 랠리까지의 점수를 합산한 점수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