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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살을 가르는 랠리카의 모습 물살을 가르는 랠리카의 모습

[2026 WRC 11R] 현대 월드랠리팀, 파라과이 랠리의 혼란을 뚫고 더블 포디엄을 차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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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WRC 제11전 파라과이 랠리는 타이어와 서스펜션 파손, 급변하는 노면과 날씨 등 예측하기 어려운 변수들이 이어진 가운데 치러졌으며, 현대 월드랠리팀은 티에리 누빌이 첫날 서스펜션 손상으로 고전했지만 아드리안 포모와 헤이든 패든이 안정적인 경기 운영과 빠른 추격을 펼친 끝에 각각 3위와 2위에 올라 더블 포디엄을 달성했다. 특히 랠리1 복귀 후 처음 그래블에 출전한 패든은 첫날 종합 선두까지 오르는 등 침착한 주행으로 2위를 지켰고, 포모는 금요일 타이어 문제로 큰 시간을 잃고도 토요일부터 맹렬한 추격을 이어가 챔피언십 선두 엘핀 에반스를 제치고 3위를 차지했다. 현대팀은 험난한 환경 속에서 차량과 타이어를 효과적으로 관리하며 시즌 후반 반등의 발판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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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파라과이 랠리는 악몽과도 같은 순간이 이어졌다. 금요일 경기 초반부터 누빌이 빠르게 리타이어하고, 토요타의 가츠타와 오지에, M-스포트의 암스트롱도 연이어 타이어와 서스펜션 파손을 겪으며 부진에 시달렸다. 이러한 혼란 가운데 파야리가 3연승을 거두며 챔피언십의 향방을 크게 흔들었고, 패든이 2위, 포모가 에반스의 추격을 뿌리치고 3위를 차지하며 현대 월드랠리팀이 더블 포디엄을 달성했다.

파라과이 랠리

약 3주간의 여름휴가를 보낸 WRC는 지구 반대편으로 이동해 파라과이에서 남미 라운드를 준비했다. 제11전 파라과이는 WRC 캘린더에서 가장 젊은 이벤트로, 2024년 창설되어 CODASUR* 남미 랠리 챔피언십(CODASUR Rally Championship)의 일원이 된 후 지난해 38번째 WRC 개최국이 됐다.


*CODASUR: 남미 자동차 연맹(Confederación Deportiva Automovilística Sudamericana)

랠리카가 흙먼지를 일으키며 달리는 모습

파라과이의 붉은 흙길은 부드러운 노면 특성 아래 다양한 변수가 도사리고 있다

아르헨티나와 인접한 엥카르나시온(Encarnación)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파라과이 랠리는 매끄러운 붉은 흙길과 울창한 숲 사이를 가로지르는 까다로운 구간이 특징이다. 대부분의 노면이 부드럽고 접지력을 빠르게 확보할 수 있지만, 차량이 지나갈수록 바퀴 자국이 빠르게 깊어지고 노면이 파이면서 바위가 드러나는 경우도 많다. 때문에 같은 스테이지라도 두 번째 주행부터는 난이도가 급격히 높아진다. 여기에 구간마다 노면의 특성이 갑작스럽게 변해 경기 내내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 대응해야 한다. 특히 브레이킹이나 주행 라인을 조금이라도 잘못 판단하면 순식간에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빠질 수 있다.

시야도 중요한 변수다. 고운 점토질로 이루어진 흙은 건조한 날씨에서는 엄청난 먼지를 일으키며 시야를 가로막고, 비가 내리면 미끄러운 진창으로 돌변한다. 예측불허의 환경에 빠르고 유연하게 적응해야만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다. 

파라과이 랠리 주행 코스

올해는 새롭게 추가된 5개의 스테이지를 포함해 지난해보다 늘어난 22개의 스테이지를 달리며, 길이도 30km가량 길어져 이번 시즌 통틀어 최장 거리인 358.88km를 달린다. 기존의 스테이지 또한 상당 부분이 수정을 거쳤다. 여기에 지난해처럼 비 예보마저 있어 쉽지 않은 경기가 예고되었다. 

티에리 누빌

누빌은 에스토니아와 핀란드에서 포디엄 등극을 안타깝게 놓쳤다

현대 월드랠리팀(이하 현대팀)은 이번 경기에 티에리 누빌(Thierry Neuville)과 아드리안 포모(Adrien Fourmaux), 그리고 헤이든 패든(Hayden Paddon)으로 드라이버진을 구성했다. 누빌은 포르투갈에서 이번 시즌 팀의 유일한 우승컵을 안겨주었고, 그리스에서 2위에 올랐지만 에스토니아와 핀란드에서는 아쉽게 포디엄을 놓쳤다.

아드리안 포모

포모는 지난해 파라과이에서의 아쉬움을 만회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포모는 우승 없이 케냐 2위, 그리스 3위를 차지하며 팀 내 가장 높은 순위에 올라 있다. 지난해 파라과이에서는 일요일 아침까지 종합 2위였다가 갑작스레 쏟아진 폭우에 가로막혀 포디엄에서 밀려났다. 포모는 파라과이 랠리에 대해 “그립 변화가 크고 고속 구간도 많은 곳입니다. 무엇보다 차에 대한 자신감과 빠른 적응력이 중요하죠. 지난해 이곳에서 많은 것을 배웠고, 최근 고속 그래블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만큼 기대가 큽니다. 다시 한번 선두권에서 경쟁하며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고 싶습니다”라고 이야기했다.


헤이든 패든

그래블에 강점을 지닌 패든은 파라과이 랠리에서 좋은 결과를 자신했다

시즌 4번째 출전인 뉴질랜드 출신 패든은 처음으로 그래블을 달린다. 개막전 몬테카를로를 시작으로 크로아티아와 일본 등 시즌 전반은 모두 타막 랠리였다. 그래블을 장기로 하는 만큼 이번 파라과이 랠리를 앞두고 적극적인 도전 의사를 밝혔다. 

“드디어 이 차로 그래블을 달릴 수 있게 돼 정말 기쁩니다. 특히 남미에서 치르는 랠리라 더욱 특별하게 느껴집니다. 이제야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은 것 같아요. 그래블 주행은 두 차례의 짧은 테스트가 전부였지만, 첫 1km부터 차와 노면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습니다. 아스팔트에서 이미 차에 충분히 익숙해졌고, 그래블은 제가 원래 자신 있는 노면인 만큼 두 경험을 잘 살려 최대한 빠르게 달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영상과 데이터를 분석하는 데도 많은 시간을 들였고, 올해는 코스의 약 40%가 바뀐 만큼 그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 같습니다. 앞선 타막 랠리와는 달리 이번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온 힘을 다해 팀에 최고의 결과를 안겨주는 것이 목표입니다.”

앤드류 휘틀리

앤드류 휘틀리 스포츠 디렉터는 “안정적인 리듬을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전했다

앤드류 휘틀리(Andrew Wheatley) 현대팀 스포츠 디렉터는 경기를 앞두고 다음과 같이 말했다. “지난해 파라과이 랠리 이후 개선을 거친 섀시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드라이버들이 차에 최대한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파라과이는 날씨 변화가 심하고 노면 충격으로 타이어 펑크 위험도 큰 만큼, 최적의 세팅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처음부터 무리해서 100%로 달리기보다는 안정적인 리듬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깨끗하게 주행하면서 변화하는 상황에 맞춰 대응하고, 눈앞의 과제를 하나씩 풀어가는 것이 좋은 결과를 만드는 열쇠가 될 것입니다.”

토요타 및 M-스포트 포드 차량

시즌 후반 챔피언십 경쟁의 다크호스로 떠오른 토요타의 퍄아리(왼쪽), 남미 랠리에 첫 출전하는 M-스포트 포드의 암스트롱(오른쪽). 사진: WRC (http://www.wrc.com)

토요타는 엘핀 에반스(Elfyn Evans), 올리버 솔베르그(Oliver Solberg), 다카모토 가츠타(Takamoto Katsuta), 세바스티앙 오지에(Sébastien Ogier), 사미 파야리(Sami Pajari)를 엔트리 했다. 에반스는 핀란드에서 3위로 포디엄 피니시하며 챔피언십 포인트 선두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2위 파야리와는 29점 차이. 지난해 첫 파라과이 랠리에서는 2위로 경기를 마쳤다. 파야리는 에스토니아와 핀란드에서 2연승을 거두면서, 3위 가츠타를 따라잡고 에반스까지 위협하는 타이틀 쟁탈전의 강력한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M-스포트 포드에서는 조쉬 맥켈런과 존 암스트롱 두 명만 출전했다. 암스트롱은 이번이 첫 남미 랠리 출전이다. 

DAY 1 – 타이어 문제가 불러일으킨 파라과이 랠리의 대혼란

i20 N 랠리 1

8월 28일 금요일은 아르헨티나와 국경을 겸하는 파라나강 인근에서 대부분의 경기를 진행했다. 오프닝 캄비레타(Cambyreta)를 시작으로 누에바 알보라다(Nueva Alborada) 그리고 34km가 넘는 이번 경기 최장 스테이지인 예르바테라스(Yerbateras)를 달린 후, 카피탄 미란다(Capitán Miranda) 서킷에 마련된 2.5km 단거리 슈퍼 스페셜 스테이지 오토드로모(Autódromo)까지 오전과 오후를 반복해 달렸다. 8개 스테이지 합산 거리는 153.78km. 대부분 소프트 타이어 6개를 고른 가운데 누빌과 패든은 소프트 4개와 하드 2개, 포모는 소프트 5개에 하드 하나를 싣고 경기를 시작했다. 

오프닝 캄비레타는 고속 직선 구간과 탁 트인 시야가 특징이다. 개방형 농경지를 달리는 코스로 지난해에 비해 6km가량 길어졌다. 단순해 보이는 레이아웃이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리듬감 있는 코너가 연속되기 때문에 페이스 노트의 정확성을 요구했다.

i20 N 랠리 1

포모와 패든이 첫 번째 스테이지에서 각각 종합 2, 3위에 올랐다

이번 랠리 첫 번째 톱타임을 기록한 주인공은 솔베르그였다. 포모가 뒤를 따랐고 패든이 근소한 차이로 3위에 올랐다. 한편, 첫 스테이지부터 대형 사고가 발생했다. 가츠타가 2km 지점에서 코스를 벗어나는 전복 사고를 일으키며 리타이어한 것이다. 오지에는 타이어 파손으로 25초가량 손해를 봤고, 누빌도 점프 구간 이후 차량이 왼쪽으로 벗어나며 서스펜션 손상으로 2분 46초 정도 뒤처졌다. 경기를 이어가기 힘들어진 누빌은 첫날 일정을 모두 포기했다. 


포모가 서스펜션 파손으로 페이스가 느려진 오지에를 겨우 추월해 지나갔다. 영상: WRC (http://www.wrc.com)

SS2 누에바 알보라다는 울창한 숲을 통과하는 좁고 기술적인 스테이지다. 나무 그늘로 인해 노면 상태를 눈으로 식별하기가 까다롭다. 솔베르그가 2연속 톱타임으로 기세를 올렸다. 오지에는 오프닝에서의 타이어 파손에 이어 이번에는 둑과 충돌해 왼쪽 앞 타이어에 손상을 입었다. 타이어를 교체했지만, 서스펜션에도 충격이 있었던 탓에 페이스가 눈에 띄게 떨어졌다. 

뒤이어 출발한 포모가 느릿느릿 달리는 오지에를 추월하느라 약간의 손해를 보았다. 포모는 “스테이지에서 9회 월드 챔피언을 추월하는 건 흔치 않은 일이죠”라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추월을 시도하면서 압박했는데, 오지에가 흙먼지 때문에 제가 다가온다는 걸 알아채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이처럼 먼지가 많이 날리는 구간에서는 시야가 가려질 수 있는 만큼, 뒤에서 추월하는 입장에서는 무엇보다 침착한 대응이 중요합니다.”


i20 N 랠리 1

한편 패든은 현대팀 선수 중 가장 빠른 기록으로 포모를 제치고 종합 2위에 올라섰다. “훌륭한 주행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노면 상태가 좋아서 약간의 이점은 있었지만 전반적으로는 어려웠어요. 속도를 내기 시작하면 도랑에 빠질 위험이 크거든요. 적절한 균형을 찾기 정말 어려웠습니다.”

토요타팀의 부진을 틈타 현대팀 패든이 종합 선두로 부상했다. 영상: WRC (http://www.wrc.com)

SS3 예르바테라스는 마테차 농장 일대를 가로지르는 초장거리 스테이지로 드라이버의 타이어 관리와 집중력을 요구하는 시험대다. 지난해보다 4km가량 늘어난 예르바테라스는 넓고 빠른 길과 잦은 교차로가 혼합되어 있고, 중반에는 대형 점프가 연속해서 펼쳐진다. 주행 리듬의 핵심 변화는 18.7km부터 22.7km 구간에 나타난다. 도로가 좁아지고 코너도 더욱 기술적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선두였던 솔베르그가 타이어가 터지고 시동마저 걸리지 않는 문제에 직면한 사이 패든이 종합 선두로 부상했다. 2018년 이후 처음으로 달려보는 WRC 선두였다. 에반스와 파야리는 타이어 겉면이 벗겨진 상태로 완주했고, 포모는 20.4km 지점에서 차를 세워 타이어를 교체하느라 1분 28초가량 손해를 보았다. 오지에는 SS2에서 당한 손상이 제대로 해결되지 않아 결국 리타이어를 결정했다.

i20 N 랠리 1

SS4의 단거리 스테이지에서는 포모가 가장 빨랐다. 금요일 오전을 마친 상황에서 패든이 종합 선두였고 맥켈런이 2위, 에반스와 파야리가 그 뒤를 이었다. 타이어 관리의 어려움을 실감한 선수들은 오후에 대부분 하드 타이어 6개를 골랐다. 반면 M-스포트 포드 듀오는 소프트 3개, 하드 3개라는 도박을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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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5 캄비레타에서는 포모가 다시 한 번 톱타임을 기록하며 연속으로 스테이지를 제패했다. 에반스가 맥켈런을 제치고 종합 2위로 올라섰다. 포모는 스테이지 직후 만족감을 드러냈지만, 엔진 하부 보호판 충격으로 인해 이후 주행을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고민이 기우에 불과한 듯, 포모는 SS6에서도 가장 빠른 기록을 냈다. 반면 패든은 오른쪽 앞바퀴가 파손되면서 페이스가 느려졌고, 종합 순위를 에반스에게 따라잡혀 2위로 내려앉았다. 파야리는 맥켈런을 제치고 종합 3위로 올라섰다. 패든뿐 아니라 선두권 드라이버 대부분이 잇따라 타이어 트러블을 겪었다. 패든은 당시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펑처가 난 건 분명하지만, 어디서 문제가 생겼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돌이 많은 구간이었지만 특별히 충격을 받은 기억이 없어요. 스테이지 마지막까지 어떻게든 버텨보려고 했습니다. 아마 이번에는 저희 차례였던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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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7에서도 타이어 이슈는 계속됐다. 이번에는 종합 선두로 올라선 에반스가 희생양이 됐다. 오른쪽 뒷바퀴가 터지면서 약 20초를 잃었다. 포모 역시 뒷타이어 두 개를 모두 잃으며 약 50초를 허비했다. 파야리가 톱타임을 기록하며 새로운 종합 선두로 올라섰고, 패든은 다시 2위 자리를 되찾았다. 패든 역시 스테이지 막판 타이어에 문제가 발생했지만, 다행히 시간 손실은 크지 않았다.

패든은 “정말 힘든 순간이었어요. 피니시까지 약 15km를 남겨두고 타이어 겉면이 벗겨졌습니다. 최선을 다해 대처했어요. 누구의 잘못도 아닙니다. 타이어에 엄청난 부담이 가해지는 상황이니까요. 랠리 드라이버의 임무는 이런 상황을 잘 헤쳐 나가는 것입니다”라며 상황을 전했다.

i20 N 랠리 1

SS8 오토드로모에서는 포모가 다시 톱타임을 기록했고, 패든이 2위에 오르며 현대팀 듀오가 스테이지 1, 2위를 차지했다. 금요일 일정을 마친 가운데 파야리가 종합 선두를 지켰고, 패든과 에반스가 각각 2위와 3위에 자리했다. 맥켈런을 제치고 종합 5위까지 올라선 포모가 에반스를 추격했다. 

DAY 2 – 포모의 거센 추격, 파야리와 패든의 선두 경쟁

i20 N 랠리 1

토요일은 새벽 5시부터 천둥과 번개가 몰아치고 서비스 파크에 폭우가 쏟아지면서 참가자들을 긴장시켰다. 이날은 21.15km의 벨라 비스타(Bella Vista)를 시작으로 벨라 비스타 수르(Bella Vista Sur), 호에나우(Hohenau), 트리니다드(Trinidad) 등 4개 스테이지를 오전과 오후에 걸쳐 반복한 뒤, 엥카르나시온 시내에 마련된 슈퍼 스페셜 스테이지에서 일정을 마무리했다. SS9부터 SS17까지 총 9개 스테이지의 합산 거리는 135.74km에 달했다.

물살을 가르고 질주하는 랠리카

경주차가 고속으로 물웅덩이를 지나가는 모습은 파라과이 랠리의 하이라이트 가운데 하나다

SS9 벨라 비스타는 시원하게 뻗은 긴 직선과 완만한 고속 코너가 이어지는 파라과이의 대표적인 고속 스테이지로, 지난해와 동일한 레이아웃으로 구성됐다. 초반에는 중속 구간이 이어지다가 4.3km 지점부터 기술적인 구간으로 바뀌며, 6.4km 지점에는 물웅덩이가 등장한다. 10km 지점부터 다시 고속 구간을 통과한 뒤, 16km 지점부터는 좁고 언덕이 많은 구간이 이어진다.

일부 구간에는 물이 고여 있었지만, 스테이지 주변의 하늘은 맑았다. 토요타는 혹시 모를 수중전을 대비해 차량에 스노클을 장착했고, 모든 랠리1 차량은 비에 대비해 소프트 타이어 6개를 싣고 출발했다.

티에리 누빌

새벽의 폭우가 무색하게, 당초 예보했던 비는 내리지 않았고 노면도 건조했다

토요일 첫 스테이지에서 가장 빠른 기록을 세운 드라이버는 에반스였다. 포모가 그 뒤를 이었고, 패든은 5위에 올랐다. 전날 리타이어했다가 복귀한 누빌은 “오늘은 특별한 목표를 세우기보다는 일단 스테이지를 완주하고, 까다로운 조건에서 차의 상태를 파악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예상과 달리 노면은 건조하네요.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분명 흥미진진한 경기가 될 것 같아요”라며, 무리하지 않고 페이스를 조절하는 모습을 보였다.

SS9 피니시 지점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는 곧바로 SS10 벨라 비스타 수르가 시작됐다. 10.95km의 비교적 짧은 스테이지지만, 더욱 좁고 까다로운 테크니컬 구간이 포함돼 한순간도 방심할 수 없는 코스였다. 아직 비가 내리지 않는 가운데 포모가 톱타임을 기록했다. 

포모가 2연속 톱타임을 기록하며 추격의 발판을 마련했다. 영상: WRC (http://www.wrc.com)

종합 3위 에반스와의 격차를 크게 좁힌 포모는 “새로운 코스는 정말 달리기 좋았습니다. 다만 초반에 날카로운 돌이 많아 타이어가 찢겨나가기 쉬운 위험한 구간이기도 했죠. 짧지만 강렬한 스테이지였습니다”라며 무사히 완주한 데 만족감을 드러냈다. 한편 누빌은 핀란드에서 입었던 목 부상이 다시 악화되면서 통증을 호소했다.



SS11 호에나우는 파라과이의 명물로 꼽히는 3연속 점프 구간을 포함하고 있다. 차량이 공중으로 떠올랐다가 착지하는 순간의 큰 충격을 견디면서 곧바로 다음 코너를 공략해야 하는 만큼, 과감한 판단과 배짱이 필요한 구간이다. 포모는 다시 톱타임을 기록하며 2개 스테이지 연속 가장 빠른 기록을 세웠다. 에반스와의 종합 시차는 40.2초까지 줄었다. 선두는 여전히 파야리가 지켰고, 패든이 26초 차이로 뒤를 쫓았다. 하지만 패든의 페이스는 포모보다 10.2초 느렸다.

패든은 스테이지를 마친 뒤 “지금은 리듬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어제처럼 잘 풀리지 않네요. 아직 갈 길이 멀기 때문에 다시 정비할 필요가 있습니다”라며 주행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파야리는 리어윙이 파손되는 문제가 있었지만, 순위에는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

헤이든 패든

SS12 트리니다드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예수회 유적지 인근을 통과하는 스테이지다. 노면의 기복이 심하고 그립 변화도 커 차량을 안정적으로 제어하기 까다롭다. 여기에 일부 구간에는 비까지 내리면서 노면이 진흙탕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오지에가 톱타임을 기록한 가운데 포모가 불과 0.3초 차이로 뒤를 이었다. 패든은 파야리보다 빠른 기록을 내며 선두와의 격차를 22.8초까지 좁혔다. 패든은 경기 직후 변화하는 노면에 대해 설명했다.


“그립과 노면 상태가 상당히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어떤 곳은 건조하고, 어떤 곳은 훨씬 거칠어졌어요. 까다롭기는 하지만 괜찮습니다. 예상했던 것보다는 상황이 덜 복잡한 것 같아요. 오후에는 어떻게 달라질지 기대됩니다.”

i20 N 랠리 1

오후에도 당초 예상했던 폭우는 내리지 않았다. 대신 무더위가 이어지면서 드라이버들은 체력 부담을 견뎌야 했고, 소프트 타이어의 마모 역시 신경 써야 했다. 오전 첫 스테이지였던 벨라 비스타를 다시 달린 SS13에서는 포모가 또 한 번 톱타임을 기록했다. 에반스와 오지에가 뒤를 이었다. 이어진 SS14 벨라 비스타 수르에서도 포모가 연속 톱타임을 기록하며 에반스에 대한 추격을 이어갔다.

SS15 호에나우에서는 포모가 이날 5번째 톱타임을 기록했다. 에반스와의 격차는 어느새 16초까지 줄어들었다. SS16에서는 오지에가 가장 빨랐고, 솔베르그와 누빌이 뒤를 이었다. 포모는 코스를 살짝 벗어나면서 시간을 잃었다. 패든은 오지에보다 4.4초 늦은 기록을 냈지만, 종합 선두 파야리와의 격차를 23.2초로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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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마지막 스테이지인 SS17 엥카르나시온 코스타네라(Encarnación Costanera)는 시내 강변도로를 활용한 3.1km의 슈퍼 스페셜 스테이지다. 이번에는 가츠타가 가장 빠른 기록을 냈고, 누빌이 그 뒤를 이었다. 토요일 일정을 마친 결과 파야리가 종합 선두를 지켰고, 패든이 24.1초 차이로 뒤를 이었다. 에반스는 종합 3위에 자리했고, 포모는 불과 3.3초 차이로 에반스를 턱밑까지 추격했다.

DAY 3 – 현대팀 패든과 포모, 2, 3위로 나란히 포디엄에 서다

i20 N 랠리 1

8월 30일 일요일은 단거리 스프린트 스테이지가 촘촘히 배치되어 끝까지 승부를 예측하기 힘들었다. 10.21km 길이의 엥카르나시온은 마지막 날의 오프닝이자 최종 파워 스테이지를 겸했다. 19.63km의 아르티가스(Artigas) 이후에 6.67km의 아르티가스 오에스테(Artigas Oeste)가 있고, 이후 아르티가스를 다시 달린 후 엥카르나시온에서 경기를 마무리했다. SS18~SS22 5개 스테이지 합산 66.35km 구간에서 최후의 승자를 가렸다. 

패든은 안정적인 주행을 펼치며 포디엄을 향해 차분히 나아갔다. 영상: WRC (http://www.wrc.com)

누빌 또한 토요일 랠리 복귀 이후 일요일까지 안정적인 모습을 이어갔다. 영상: WRC (http://www.wrc.com)

오프닝 SS18 엥카르나시온은 초반에 빠르게 달리다가 1.8km 지점 교차로부터 속도가 바뀐다. 후반부에는 리오 키테리아 강변에 조성된 인공적인 연속 헤어핀 구간을 만나게 된다. 혹시 모를 비를 대비해 대부분 참가자가 소프트 타이어 6개로 최후의 결전에 임했다. 누빌만이 스페어 타이어 하나를 줄여 경량화를 노렸다. 


일요일 오프닝을 오지에가 잡고 누빌이 뒤를 이었다. 포모가 드디어 에반스를 제쳐 종합 3위로 부상했다. 에반스와의 격차는 1.6초. 포모는 “초반에는 시간을 많이 단축할 수 없었고, 마지막 구간은 미끄러웠습니다. 그래도 저는 비교적 깨끗한 구간을 달렸습니다”라며 소감을 전했다. 파야리는 오지에보다 14.1초 늦게 SS18의 결승선을 통과했지만, 아직 2위 패든과의 종합 순위 격차는 21.5초로 여유가 있었다. 

i20 N 랠리 1

SS19 아르티가스는 지난해와 비교해 출발과 피니시 지점이 변경되면서 스테이지 길이도 다소 짧아졌다. 초반에는 숲길을 빠져나와 5km 지점부터 탁 트인 들판으로 이어지며, 7km 지점부터는 속도가 본격적으로 올라가는 고속 구간이 펼쳐진다. 이번 스테이지에서는 솔베르그가 가장 빠른 기록을 세웠고, 상위권 순위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포모는 에반스와의 격차를 1.6초에서 3.1초까지 벌리며 추격을 뿌리쳤다.

6.6km의 짧은 스테이지인 SS20 아르티가스 오에스테에서는 다시 솔베르그가 톱타임을 기록했다. 일요일 스테이지 성적만으로 순위를 가리는 슈퍼 선데이에서는 누빌을 제치고 2위로 올라섰다. 한편 암스트롱은 차량 왼쪽 서스펜션이 파손되면서 리타이어했다.

SS21에서는 적기가 발령됐다. 가츠타의 차량이 사고로 멈춰 스테이지를 가로막으면서 사고 현장을 수습하기 위해 결국 스테이지가 취소됐다. 가츠타와 코드라이버 아론 존스턴(Aaron Johnston)은 상태 확인을 위해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토요타팀 부단장 유하 칸쿠넨(Juha Kankkunen)이 인터뷰에서 “두 선수 모두 괜찮습니다”라고 전했지만, 가츠타와 존스턴은 혹시 나타날 후유증을 예방하는 차원에서 리타이어를 결정했다.


패든과 포모가 파워 스테이지에서 포디엄을 향한 역주를 펼쳤다. 영상: WRC (http://www.wrc.com)

이어진 SS22 파워 스테이지까지 모든 주행을 마친 결과, 파야리가 무난하게 우승을 차지했다. 에스토니아와 핀란드에 이어 파라과이까지 3연승을 거두며, 개인 통산 첫 3번의 우승을 연승으로 기록한 WRC 최초의 드라이버라는 타이틀의 주인공이 됐다. 선두 에반스와의 드라이버 챔피언십 포인트 차이도 이제 20점에 불과해 시즌 후반 챔피언십 경쟁의 향방이 알 수 없게 됐다. 

파라과이 랠리 포디엄

현대팀은 패든이 2위, 포모가 3위에 오르며 더블 포디엄이라는 값진 성과를 거뒀다. 특히 패든은 랠리1 복귀 이후 처음으로 그래블 랠리에 출전했음에도 침착한 주행으로 2위를 차지했다. 감격에 젖은 패든이 포디엄에 오른 소감을 밝혔다.

“지금까지 현대팀이 걸어온 과정을 생각하면 이번 포디엄은 우승이나 다름없습니다. 크로아티아에서는 여러 상황이 팀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면서 포디엄에 올랐지만, 이번 결과는 정말 마음껏 기뻐해도 될 것 같아요. 이번 주말 다른 선수들에게도 문제가 있었지만 우리 역시 어려움이 있었고, 첫날부터 격차를 잘 관리하면서 달려왔습니다. 분명 더 빠르게 달릴 여지는 있었지만, 이번 주말 우리에게 주어진 임무가 있었고 그걸 해냈습니다. 쉽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는데, 저도 이렇게 잘 적응해낸 게 놀랍습니다. 이번 랠리가 팀에 정말 중요한 기회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 기회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 많은 준비를 했습니다.”

파라과이 랠리 포디엄

포모 역시 챔피언십 선두 에반스와 치열한 접전을 펼친 끝에 포디엄을 지켜냈다. 두 선수의 최종 격차는 불과 5.1초였다. 3위 포인트에 파워 스테이지 추가 포인트를 더한 포모는 챔피언십 순위에서도 오지에를 제치고 5위로 올라섰다.


“정말 놀라운 주말이었습니다. 우승할 자격이 있었다고 생각해요. 금요일 오전에는 선두와 1분 50초나 차이가 났는데, 결국 40초까지 따라잡았다는 게 믿기지 않습니다. 정말 멋진 주말이었어요. 타이어 문제는 아쉽지만, 마지막까지 몰아붙이며 치열한 접전을 펼칠 수 있어서 정말 좋았습니다. 팀 덕분에 이렇게 환상적인 차를 탈 수 있었습니다.”

파라과이 랠리

파라과이 랠리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현대팀은 이제 서쪽으로 방향을 틀어 칠레에서 제12전을 준비한다. 9월 10일부터 13일까지 열리는 칠레 랠리는 울창한 숲과 험준한 언덕을 가로지르는, 빠르고 좁은 그래블 스테이지가 펼쳐진다. 빠른 속도와 좁은 노폭, 끊임없이 변하는 노면에 대응하기 위해 어느 때보다 높은 집중력과 완벽한 주행 리듬이 필요하다.

글. 이수진 (자동차 평론가)


1991년 마니아를 위한 국산 자동차 잡지 <카비전> 탄생에 잔뜩 달아올라 열심히 편지를 보냈다가 덜컥 인연이 닿아 자동차 기자를 시작했다. <카비전>과 <자동차생활>에서 편집장과 편집 위원을 역임했고, 지금은 자동차 평론가로 활동 중이다. 전기차와 커넥티드카, 자율주행 기술 같은 최신 트렌드를 열심히 소개하면서도 속으로는 기름 냄새 풍기는 내연기관이 사라지지 않기를 기원하는 ‘자동차 덕후’이기도 하다.

2026시즌 WRC 순위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