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지컬 AI(Physical AI)의 경쟁력은 개별 기술의 성능이 아니라, 현장에서 경험을 축적하고 이를 성능 개선으로 연결하는 운영 구조에서 결정된다. 실제 공장과 도로 환경에서는 예상하지 못한 변수가 끊임없이 발생한다. 물체의 위치가 조금만 달라도 작업 방식이 달라지고, 주변 상황이 바뀌면 로봇과 모빌리티는 즉시 판단을 수정해야 한다. 따라서 피지컬 AI는 현실 환경에서 데이터를 축적하고 반복적으로 학습하며 완성도를 높여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 과정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AI 모델뿐 아니라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제조, 물류, 그리고 안정적인 운영 체계가 하나로 연결돼야 한다. 통합 운영 체계 안에서 경험을 쌓은 피지컬 AI가 다시 현장에 적용되는 순환 구조가 반복될 때, 피지컬 AI는 실험 단계를 넘어 산업 기술로 발전한다. 이러한 순환 구조를 그룹 차원의 밸류체인으로 통합해 운영할 수 있다는 점이 현대차그룹의 핵심 경쟁력이다.
현대차그룹은 모빌리티와 로봇을 직접 개발하고 생산하며, 이를 실제 산업 현장에 적용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다시 기술 개발과 운영 개선에 활용하는 구조를 이미 갖추고 있다. 즉, 현대차그룹의 피지컬 AI 경쟁력은 로봇 기술을 넘어 이를 개발·양산·운영까지 연결하는 그룹 차원의 밸류체인에 있다.
현대차그룹의 로봇 전문 기업 보스턴 다이나믹스(Boston Dynamics)는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Atlas)’, 물류 로봇 ‘스트레치(Stretch)’, 4족 보행 로봇 ‘스팟(Spot)’ 등을 통해 고도의 동적 제어 기술을 축적해 왔다. 아틀라스가 균형을 유지하며 두 발로 이동하고, 환경 변화에 따라 자세를 보정하며, 두 손을 이용해 복합 작업을 수행하는 모습은 피지컬 AI의 핵심 솔루션으로 주목받는 휴머노이드 로봇의 활용 가능성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하지만 이러한 동작 능력이 산업 경쟁력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또 다른 조건이 필요하다. 반복 작업 속에서도 동일한 성능을 유지할 수 있는 내구성, 대량 생산이 가능한 하드웨어 구조다. 현대차그룹의 자동차 부품 전문 기업인 현대모비스는 차세대 아틀라스에 적용될 ‘액추에이터(Actuator)’를 개발 중이다.
액추에이터는 모터와 감속기, 제어기, 센서 등을 결합해 회전과 직선 운동을 만드는 구동 장치로, 로봇의 손가락과 팔다리를 정확하게 움직이고 관절 제어 성능을 좌우하기에 중요한 부품 기술 중 하나로 꼽힌다. 현대모비스는 자동차 부품 수준의 품질 기준으로 표준화하고 양산 체계를 구축함으로써 로봇을 연구용 장비가 아니라 산업용 설비로 확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현장에 투입된 피지컬 AI 디바이스가 기존 제조 공정에 자연스럽게 합류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자동차 부품 및 로봇 전문 기업인 현대위아의 ‘협동로봇(Cobot)’과 ‘자율주행 물류 로봇(Autonomous Mobile Robot, AMR)’은 기존 제조 라인에 통합돼 작업 동선과 설비 인터페이스, 안전 시스템과 연동된다. 이는 로봇이 독립된 장비로 운영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생산 시스템의 일부로 작동하도록 만드는 과정이다.
여기에 글로벌 물류 운영을 통해 현대글로비스가 축적한 생산 및 물류 운영 노하우와 데이터가 더해진다. 현대글로비스는 완성차와 부품 물류를 포함한 글로벌 공급망을 운영하며, 물류 흐름과 재고 상태, 작업 동선, 운송 시간 등 다양한 운영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축적해 왔다. 이러한 데이터는 단순히 물류 자동화를 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생산 일정과 연계한 재고 배치, 물류 동선 최적화, 작업 효율 개선 등 운영 전반의 의사결정을 정교화하는 데 활용된다.
뿐만 아니라, 현대오토에버는 물류 운영 데이터를 기반으로 스마트팩토리 플랫폼을 통해 공장과 물류 시스템을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하고, 로봇이 단순히 정해진 작업을 반복하는 수준을 넘어, 전체 운영 맥락 속에서 최적의 행동을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에서 피지컬 AI 디바이스가 수집하는 데이터를 네트워크 환경에 의존하지 않고 현장에서 스스로 판단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현대차그룹은 ‘온디바이스(On-Device) AI’ 역량도 강화하고 있다. 피지컬 AI는 공장과 물류 현장, 도로와 같은 현실 환경에서 실시간으로 상황을 인식하고 즉시 대응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네트워크 지연이나 연결 불안정이 발생할 경우 안전성과 작업 효율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를 위해 현대차그룹은 저전력 엣지 컴퓨팅 기반의 온디바이스 AI 기술을 개발해, 로봇이 외부 클라우드 연결에 의존하지 않고도 현장에서 직접 데이터를 처리하고 판단할 수 있는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이러한 온디바이스 AI는 현장 대응 속도를 높이는 동시에, 다양한 산업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피지컬 AI가 산업 기술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단순히 로봇을 개발하는 것을 넘어, 실제로 운영하며 경험을 축적하고 성능을 개선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현대차그룹의 소프트웨어 정의 공장(Software Defined Factory, SDF)은 피지컬 AI가 실제 제조 환경에서 대규모로 학습하고 검증되는 산업 규모의 실험장이자 운영 플랫폼이다.
‘현대차그룹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와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등의 생산 거점에서는 생산 설비와 물류 시스템, 로봇, 작업 데이터가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된다. 자율주행 물류 로봇은 생산 일정에 맞춰 부품을 운반하고, 협동로봇은 작업자와 같은 공간에서 조립을 지원한다.
이처럼 공장과 물류 현장에서 축적되는 데이터는 방대한 규모의 데이터 인프라를 통해 분석을 거쳐 피지컬 AI의 학습과 운영 최적화에 활용되고 있다. 로봇의 이동 경로와 작업 속도, 품질 검사 결과 등 모든 운영 데이터는 실시간으로 분석돼 공정 효율과 작업 방식, 로봇 운영 전략의 개선에 기여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로봇은 정해진 동작을 반복하는 자동화 장비가 아니라, 실제 환경의 변수를 경험하고 데이터를 축적하는 피지컬 AI 시스템의 일부가 된다. 부품 위치의 미세한 차이, 작업자의 개입, 공정 변경과 같은 예외 상황은 로봇에게 정밀성과 유연성을 동시에 요구하며, 경험이 반복될수록 AI의 성능은 더욱 정교해진다.
이처럼 현대차그룹은 기술 실증에 유리한 환경을 갖추고 있으며, 이는 한층 고도화된 피지컬 AI를 도입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현대차그룹은 HMGMA를 포함한 생산 거점에 차세대 전동식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 개발형 모델을 투입하고, 공정 단위별 검증을 통해 단계적으로 아틀라스 도입을 확대할 계획이다.
두 발로 이동하고 양손으로 물체를 다루는 아틀라스는 계단, 작업대, 협소 공간 등 기존 작업 환경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어, 별도의 설비 변경 없이 다양한 공정에 투입할 수 있다. 이는 위험하거나 반복적인 작업은 로봇이 수행하고, 사람은 관리와 고부가가치 업무에 집중하는 협업 구조로의 전환을 돕는다.
현대차그룹은 이에 앞서 실제 공장과 동일한 환경을 구현한 ‘로봇 메타플랜트 응용 센터(Robot Metaplant Application Center, RMAC)’를 구축해, 작업자의 동작 데이터를 기반으로 로봇을 훈련하고 공정별 최적 활용 방안을 검증한다. 이 과정에서 축적된 데이터는 로봇의 작업 성능 개선은 물론, 실제 공정에서 사람과 로봇의 협업 효율을 높이는 연구에도 활용된다.
피지컬 AI가 작동하는 환경은 공장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도로는 예측 불가능한 변수들이 끊임없이 발생하는 공간으로, AI의 판단과 행동 능력을 극한까지 시험하는 또 하나의 산업 현장이다. 사람의 돌발 행동, 복잡한 교차로 상황, 교통 흐름 변화, 날씨와 조도 조건 등 다양한 변수 속에서 AI는 제한된 정보만으로 실시간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며, 그 결과는 곧바로 물리적인 움직임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환경은 피지컬 AI가 현실 세계의 불확실성을 이해하는 중요한 무대가 된다.
현대차그룹의 자율주행 합작법인 모셔널(Motional)은 2026년 말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레벨 4 무인 로보택시 상용화를 목표로 실제 도심 환경에서 주행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 자율주행차는 주행 중 센서를 통해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보행자와 차량의 움직임을 예측한 뒤, 가속과 감속, 정지와 회피 등 필요한 물리적 행동을 실시간으로 수행한다.
이러한 인지, 예측, 판단, 제어 과정은 차량에 탑재된 온보드 컴퓨팅 시스템을 통해 즉시 처리된다. 차량 내부에서 수행되는 실시간 추론은 외부 네트워크 연결에 의존하지 않고도 안정적으로 작동하도록 설계돼, 다양한 도로 환경에서 자율주행 시스템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확보하는 역할을 한다.
모셔널은 인지·판단·제어를 하나의 흐름으로 통합해 학습하는 머신러닝 기반 ‘E2E(End-to-End)’ 자율주행 방식으로 전환 중이다. 주행 거리가 늘어날수록 성능이 개선되는 이 구조는, 현실 환경에서의 경험 자체가 경쟁력이 되는 피지컬 AI의 특성을 잘 나타낸다. 완전한 E2E 방식으로의 전환을 위해 모셔널은 방대한 주행 데이터를 기반으로 다양한 도로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거대 주행 모델(Large Driving Models)’을 구축하고 자율주행 성능을 고도화하고 있다.
모셔널은 라스베이거스, 피츠버그 등의 도시에서 시범 운영을 진행하며, 기술 검증을 넘어 실제 서비스 운영 경험도 함께 축적해 왔다. 차량 호출과 배차, 지정 승하차 관리, 도심 혼잡 환경 대응, 고객 경험 관리 등은 자율주행 기술뿐 아니라 운영 안정성과 서비스 품질을 동시에 요구하는 영역이다. 글로벌 모빌리티 플랫폼과의 협업을 통해 라이드 헤일링과 배송 서비스를 운영해 온 경험은, 피지컬 AI가 기술 실증을 넘어 실제 산업 서비스로 확장되기 위해 필요한 운영 역량을 축적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한편 현대차그룹의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개발을 담당하는 42dot은 GPS와 정밀지도 의존도를 낮춘 E2E 기반 자율주행 시스템 ‘아트리아(Atria) AI’를 개발하고 있다. 차에 탑재된 AI가 8개의 카메라와 1개의 레이더를 기반으로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주행 판단과 제어를 통합적으로 수행하는 구조로, 복잡한 환경에서도 사람이 운전하듯 유연하고 자연스러운 주행을 구현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처럼 대규모 데이터와 AI 학습을 통해 성능을 개선하는 방식은 다양한 환경에서 적응하며 발전하는 피지컬 AI의 핵심 방향과도 맞닿아 있다.
현대차그룹은 라스베이거스에서 로보택시를 상용화하는 과정에서 축적한 운영 노하우와 안전 검증 체계를 42dot이 추진 중인 SDV(Software-defined Vehicle,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진화하는 자동차) 고도화 로드맵과 상호 보완적으로 결합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또, E2E 기술 개발에서는 데이터 검증, 인프라 등 개발 체계를 가능한 범위 내에서 연계하고, 동시에 안전 검증 수준을 높이는 방향으로 협업해 그룹의 전반적인 자율주행 기술 기반을 강화한다는 목표다.
이처럼 자율주행 모빌리티는 단순한 이동 서비스를 넘어, 복잡하고 개방된 환경에서 피지컬 AI가 성장하는 플랫폼의 역할을 한다. 공장보다 더 많은 변수와 예외 상황이 존재하는 도로에서 축적된 행동 데이터와 모빌리티 서비스 운영 경험은, 휴머노이드와 산업용 로봇 등 다양한 피지컬 AI 시스템의 성능 고도화와 확장성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자산이 된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현대차그룹은 로봇과 모빌리티를 직접 개발하고 생산하는 것을 넘어, 이를 제조 공장과 물류 현장, 그리고 도로 위 자율주행 환경에 실제로 적용하며 운영 경험을 축적하고 있다. 피지컬 AI의 경쟁력은 알고리즘의 성능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현실 환경 속에서 반복적으로 운영되며 데이터를 축적하고, 이를 다시 학습과 성능 개선으로 연결할 수 있는 구조가 함께 갖춰질 때 비로소 산업 기술로 발전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생산 및 물류 운영을 통해 축적된 현장 데이터, 이를 통합하고 분석하는 방대한 규모의 데이터 인프라, 그리고 온디바이스 AI와 자율주행 온보드 컴퓨팅 기술을 바탕으로, 피지컬 AI가 실제 환경 속에서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고 있다. 이러한 구조는 공장과 물류 현장에서 로봇의 작업 수행 능력을 고도화하는 것은 물론, 자율주행 모빌리티가 복잡한 도심 환경에서 안전하고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토대가 된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One-stop RaaS(Robots-as-a-Service)’ 모델을 통해 로봇 도입을 운영과 서비스의 개념으로 확장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무선 업데이트, 원격 관리, 유지보수까지 통합된 운영 체계는 로봇이 도입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학습하고 성능을 개선할 수 있는 구조를 가능하게 하며, 피지컬 AI의 산업 적용과 확산을 가속화하는 역할을 한다.
미래의 피지컬 AI는 개별 로봇이나 모빌리티를 넘어, 다양한 현실 공간 속에서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며 사람과 상호작용하는 ‘환경 단위의 지능’으로 확장될 예정이다. 제조 공장과 물류, 자율주행 모빌리티에서 축적된 기술과 운영 경험은 향후 도시와 일상 공간 전반으로 확장되며, 모빌리티와 로보틱스, 물류와 서비스가 하나의 흐름 안에서 연결되는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어갈 것이다.
이를 가능케 할 피지컬 AI의 시대에는 기술을 만드는 기업보다, 현실에서 이를 운영하고 성장시킬 수 있는 기업이 경쟁력을 갖게 된다. 오랜 기간 축적해 온 경험과 이를 확장할 수 있는 운영 구조를 갖춘 현대차그룹이 피지컬 AI 시대를 선도할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다.